“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The One Who Falls into the Maze”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자
쏴아아……!
세찬 폭우가 도심의 빌딩 사이를 채우고 있었다. 빗방울은 차창에 쏟아져 내렸고,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그 위에서 스펙트럼처럼 일렁였다. 빛이 어지럽게 번지는 풍경 속에서, 한 대의 구형 SUV가 주상복합건물의 지하 주차장으로 천천히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멈춰 선 SUV는 미래사에서 제작한 로드트렉이었다.
앙드레는 잠시 시트를 뒤로 기대며 피로에 찌든 눈가를 문질렀다. 룸밀러에 매달려 있는 펜던트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속에는 활짝 웃고 있는 그의 가족 사진이 담겨 있었다. 앙드레와 아내 송지나, 그리고 딸 제니. 그러나 그 행복했던 순간은 이제 너무도 먼 과거처럼 느껴졌다.
“지나… 제니……”
앙드레는 혼잣말처럼 그들의 이름을 읊조렸다. 아내는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없고, 딸은 애니그마 연구소로 보내졌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격리 캡슐에 실린 제니가 연구소로 후송되는 장면이었다. 빌란트 소장은 한 달에 한 번만 면회를 허락한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충분치 않았다. 딸을 볼 수 없는 고독이 그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앙드레는 한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렸다. 아내의 복수. 그것이 그의 유일한 목표였다. 뺑소니 차량을 추적하며 목격자들을 쫓았지만, 뚜렷한 단서는 아직 찾지 못했다.
‘어떻게든 놈을 찾아내야 해.’
그는 다시 결심을 다지며 주차장을 가로질렀다. 평소보다 어둡고, 주차된 차량도 거의 없었다. 주변을 살폈다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하지만 앙드레는 오직 복수에만 몰두해 그 조짐을 간과했다.
그때, 여러 명의 발소리가 주차장의 침묵을 깨며 들려왔다.
‘……!’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솟구친 앙드레는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차된 차량 사이로 검은 양복을 입은 십여 명의 남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고, 몇몇은 건장한 외국인들이었다. 그들의 표정은 무표정했고, 움직임에는 위협적인 기운이 서려 있었다.
‘뭐지? 이 놈들은 대체 누구지?’
앙드레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그가 원한을 살 만한 인물은 없었다. 그는 외인부대 시절이나 지금의 직업에서 적을 만든 적이 없었다. 경호업체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그는 항상 조용하고 신중한 경호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자들은 그를 노리고 있었다.
앙드레는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들 누구지? 나에게 무슨 용무가 있나?”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대신 사내들의 주먹과 발길질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슈슉!
빠른 움직임이었다. 그들의 동작은 단순한 거리의 폭력배들과는 달랐다. 전투무술로 단련된 솜씨였고, 훈련받은 자들의 움직임이었다.
앙드레의 직감이 작동했다. ‘이건 단순한 폭력배들이 아니야.’
그는 순간적으로 뺑소니 사건을 떠올렸다. 혹시 그 운전자가 자신의 뒤를 추적하는 것을 알아채고 자신을 없애려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 자들은 그가 고용한 청부 폭력배일까?
퍼퍼퍽!
앙드레는 날아오는 주먹을 받아치며 사내 둘을 한 번에 쓰러뜨렸다. 그의 전투 기술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러나 그때, 쇠파이프가 등 뒤에서 그를 기습했다.
휘익!
앙드레는 몸을 틀어 회전 돌려차기를 날리며 세 명을 한꺼번에 제압했다. 그러나, 그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조용했다. 기합도, 신음 소리도 없었다. 그들은 말없이 싸웠고, 쓰러져도 고통스러운 비명조차 없었다.
‘이 놈들… 대체 누구지?’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뺑소니 운전자가 고용한 자들이라기에는 너무도 훈련된 솜씨였다. 그리고 그들의 침묵이 그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돈을 받은 폭력배들이 이렇게 싸우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공격해왔다. 앙드레는 몇 차례 주먹과 발길질을 주고받으며 남은 다섯 명과 대치했다. 그들 중 둘은 건장한 외국인이었다. 그중 한 명, 거구의 흑인이 권투 선수처럼 잽을 날리며 다가왔다.
“컴 온, 베이비.”
흑인은 주먹에 징이 박힌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의 잽은 날카로웠고, 앙드레는 그 움직임을 피해가며 흑인의 빈틈을 노렸다. 철제 의족이 빠르게 흑인의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빠악!
흑인은 거품을 뿜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 순간, 등 뒤에서 또다시 기습이 들어왔다. 거구의 백인이 그의 몸을 감싸 안으며 양팔을 조였다.
앙드레는 질식감을 느끼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팔이 제압되자, 남은 사내 셋이 달려들어 연속으로 주먹을 날렸다.
퍼퍼퍽!
콧뼈가 부러지고,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정신이 점점 희미해져 갔다. 하지만 그는 제니를 생각하며 끝까지 버텨냈다.
“안 돼! 제니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그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올리며 철제 의족으로 백인의 발등을 찍었다.
“악!”
백인은 비명을 지르며 앙드레를 놓아주었다. 앙드레는 자유로워진 팔로 사내 셋을 빠르게 제압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숨이 거칠게 몰아쉬어졌고,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그때, 쓰러져 있던 백인이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조롱하듯 웃으며 말했다.
“세군… 너 같은 놈은 처음 본다.”
앙드레는 의심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누가 보냈지?”
백인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턱으로 등 뒤를 가리켰다. 앙드레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순간, 뜨거운 통증이 그의 목줄기를 강타했다.
파지직!
엄청난 전류가 그의 몸을 관통했다. 테이저건. 강력한 전기 충격에 앙드레는 무력하게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의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다가와 앙드레의 목에 꽂힌 전극을 뽑아냈다. 그리고 냉정한 목소리가 명령을 내렸다.
“데려가.”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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