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The Untrustworthy Ones Are Humans”
믿을 수 없는 건 인간
1
부릉부릉…….!
길게 이어진 차량 행렬이 가미카제 본부를 나서고 있었다.
대원들의 가족들은 안전을 위해 유리창에 이중 철망을 덧댄 버스에 탑승했고 그동안 수확했던 농작물과 유제품은 탑차마다 가득 실려 있었다.
가미카제 본부에는 농장을 관리할 소수의 정예대원들만 남겨 놓았다.
“하메시–하메시–!”
바이크 뒷좌석에 하메시를 태운 유키나가가 행렬 사이를 지그자그로 달리면서 하메시의 이름을 외쳤다. 이에 대원들과 이주민들 모두가 박수를 치며 연호했다.
“하메시–하메시–!”
“와아, 최고의 사무라이 여전사다!”
“우리의 영웅, 하메시!”
가미카제 대원들을 열광적인 환호에 하메시가 얼굴을 붉히자 유키나가가 부추겼다.
“뭐해, 하메시! 이럴 때는 손을 흔들어 주는 거라고!”
“내가 뭘 한 게 있다고……”
“무슨 소리야? 하메시가 쇼군 좀비를 쓰러뜨리지 못했다면 우리 모두는 지금끔 좀비들 뱃속에 있을 거라고! 아니면 좀비가 됐던가!”
“모두가 목숨을 걸고 싸웠잖아?”
“그래도 영웅은 단연 하메시야!”
버스에 타고 있는 아이들까지 박수를 치며 하메시의 이름을 부르자 하메시도 어쩔 수 없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자 가미카제 대원들은 더욱 열광하면서 요란스럽게 크렉션 까지 울려댔다.
대열 옆을 따르는 지프를 몰고 있던 왕첸이 이를 보며 씨근거렸다.
“우씨, 그래서 내가 하메시를 태우려고 했는데 유키나가 저 자식이 가로챘어!”
조수석에 앉아 있는 요아가 왕첸에게 담배 연기를 뿜으며 놀려 주었다.
“이제 어쩌냐, 왕 서방? 하메시를 유키나가에게 뺏기게 되었어.”
“그럴 하메시가 아니야. 난 하메시를 믿는다고!”
“생각해 봐, 왕 서방. 이곳은 일본이고 하메시는 일본인이야. 저 어린 나이에 영웅으로 칭송을 받고 되면 우리를 따라 런던까지 가야 할 이유가 없잖아?”
하메시는 바이크 뒷좌석에서 일어선 채 버스의 철망 사이로 손을 내미는 아이들과 손을 맞잡았다.
“나도 하메시 누나처럼 용감한 무사가 될 거야!”
“너무 멋져, 언니!”
모든 사람들의 영웅이 된 하메시에게 찬사가 쏟아지자 요아가 투덜거렸다.
“예미,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들은 구해줘도 소용없다니까? 목숨을 걸고 싸운 나와 앙드레에 대해서는 전혀 고마워하지 않잖아?”
요아가 뒷좌석에 앉아 있는 앙드레를 돌아보며 불만을 토로했다.
“앙드레, 여기 가미카제인지 가제미인지 하는 것들 다시는 구해주지 말자고.”
앙드레는 담담한 미소를 띠며 말을 받았다.
“보기 좋은데, 뭐?”
“치이, 은혜도 모르는 인간들이 뭐 보기가 좋아?”
“하메시가 쇼군 좀비를 쓰러뜨려 준 덕분에 우리가 무사한 것도 사실이잖아? 하메시가 아오조라를 휘두르는 멋진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 게 아쉽군.”
요아는 가볍게 손뼉을 쳤다.
“맞아, 아오조라의 주인은 앙드레잖아? 아오조라를 나한테 줘. 다음번에는 쇼군 좀비 새끼의 목을 내가 날려 버리겠어.”
“아오조라가 아무리 전설의 칼이라도 의지가 중요해. 쇼군 좀비를 쓰러뜨린 건 아오조라가 아니라 하메시의 의지였다. 요아가 아오조라를 지녀봤자 고철조차 벨 수 없어.”
요아의 요구를 일축한 앙드레는 스마트워치에서 벨 소리가 들리자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래, 테네시.”
“마침 통신위성이 연결되었기에 전화 드렸습니다.”
“구암연구소나 메트로서울은 별 문제없지?”
“아주 문제가 없는 건 아니고요…….”
요아가 앙드레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외쳤다.
“욘석아, 나한테는 안부도 안 물어?”
“아, 요아 언니. 잘 지냈죠?”
“몰라, 지금은 기분 더러우니 다음에 통화해.”
요아는 조수석에 기대앉으며 공연히 왕첸을 닦달했다.
“뭐해, 왕 서방? 어서 밟아!”
“우리 사람도 기분 꿀꿀하니 건드리지 마라 해.”
“그럼 유키나가의 바이크를 들이받던가!”
“그럴까나?”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자 앙드레는 도심의 빌딩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문제라고 있어?”
“좀비왕의 존재가 확인되었습니다. 참, 이 얘기는 총국장님한테 하지 마세요. 일본에서의 전투도 녹록치 않을 텐데 공연히 신경 쓰이게 했다고 저를 혼낼 겁니다. 사실 앙드레한테는 보고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알았어. 얘기해 봐.”
“좀비왕은 고도의 뇌양자파로 좀비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 같아요. 좀비왕을 죽이려던 대원 한 명이 뇌가 터져 그만 죽고 말았죠.”
“그게 가능해?”
“강력한 뇌양자파를 지녔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거의 초능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앙드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좀비 바이러스의 변이 때문인가?”
“단순한 변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완전치 못한 항 바이어러스 제를 투약하는 바람에 그런 변이가 생길 수 있지요”
“하면 좀비왕이란 자가 애니그마 연구소의 직원이란 말이야?‘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생물학에 조예가 깊은 연구원이나 의사라면 항 바이러스 제를 제조할 수 있지요. 게다가 더 끔찍한 일은 좀비왕이 총을 다룰 수 있다고 했습니다.”
“뭐야? 총까지?”
“수색에 나섰던 대원 한 명이 좀비왕의 발포한 총에 적중됐지요. 만일 좀비왕이 탄창을 갈아 끼우는 지식까지 습득하게 된다면 좀비들도 총기로 무장할 수 있습니다.”
좀비의 총기 발포는 앙드레에게도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좀비가 지능까지 갖춘다면 생존해 있는 인류가 지닌 유일한 우위마저 사라지기 때문이다.
테네시가 비교적 밝은 음색으로 화제를 돌렸다.
“앙드레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총국장님이 직접 나섰으니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할 겁니다. 참, 오경란 씨가 안정적으로 치료되고 있어요.”
“다행이군. 상태는 어때?”
“정밀 검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완치됐다면 아기한테 모유를 수유할 수도 있습니다.”
“조만간 좀비 바이러스 치료제가 완성될 수 있겠구나.”
“모두 앙드레 덕분입니다. 앙드레의 혈청에서 추출한 일차 치료제가 큰 역할을 한 거죠.”
“테네시의 공이 큰 거지. 네가 인류의 동료가 된 것에 감사한다.”
“고맙습니다. 이런, 위성이 끊어질 것 같네요.”
“그래, 또 연락하자고.”
잡음과 함께 통화가 끊겼다.
앙드레는 담배를 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강력한 뇌양자파를 지닌 좀비왕의 존재가 분명 위협적이기는 해도 온전한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다는 희망은 사뭇 고무적이었다.
이미 좀비로 변한 사람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생존 인류가 더는 좀비화 되지 않을 수 있다면 좀비 세상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의 유리창을 통해 손을 흔드는 아이들이 보였다. 분명 공포스러운 세상이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티 없이 해맑았다.
‘저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아이들이 존재하는 한 인류는 희망이 있으니까!’
2
신주쿠 역사의 서브시티.
앙드레 일행과 마츠이 일행, 모리가 지하통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천장에는 전등이 드문드문 밝혀져 있기에 다소 어두웠고 바닥에는 너저분한 쓰레기가 수북하게 깔려 있었다.
요아가 풍겨오는 악취에 코를 틀어막았다.
“니미, 졸라 고약하네. 일본의 서브시티는 왜 이렇게 지저분해?”
왕첸이 나직이 말을 받았다.
“야쿠자 놈들이 분할 지배하고 있으니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을 수밖에. 쉬잇, 사람들이 듣겠다, 너무 메트로서울과 비교하지 마.”
요아는 일본인들의 표정을 힐끗 살피고는 화제를 돌렸다.
“한데 야쿠자 놈들이 왜 우리를 보자고 한 거지?”
“요아의 미모가 워낙 뛰어나다는 소문이 자자한가 봐. 그래서 야쿠자들이 꼭 만나보고 싶대.”
“호호, 새끼들. 그래도 보는 눈이 있다니까.”
요아는 평소답지 않게 애교스런 웃음을 흘리다가 냅다 왕첸의 뒤통수를 때렸다.
“지랄하고 있네. 어떤 새끼가 감히 나한테 침을 흘려?”
“염병, 칭찬해줘도 난리라니까?”
왕첸은 구시렁거리면서 사실대로 얘기해 주었다.
“야쿠자 최대 계파인 야마구찌 깡패들이 윤서경을 단단히 벼르고 있나 봐. 저들은 죽은 오야붕의 복수를 위해 자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구역을 모두 내놓겠다고 했어. 가미카제로서는 야쿠자와 싸우지 않고도 이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구역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거니 거부할 이유가 없지. 게다가 야쿠자 오대조직 중 두 조직인 시노부라와 요시모토도 동조했대. 윤서경이 충견이 된 하세가와를 못 믿겠다는 거야.”
“니미, 일본 이름은 헷갈려서 도통 모르겠군.”
“아이스고데츠의 보스 시노부라와 마츠바카이의 보스 요시모토는 일전에 혼마루 주차장에서 본 적이 있을 거야.”
왕첸이 놀리듯이 계파 이름까지 언급하자 요아는 짜증스런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휴, 그만 해! 머리가 깨질 것 같아!”
“헤헷, 메모리 용량이 낮은 사람은 어쩔 수 없다니까?”
요아는 마츠이와 나란히 걷는 하메시를 힐끗 보았다.
“한데 하메시는 왜 대동하는 거지?”
“왜겠어? 야쿠자 놈들도 쇼군 좀비를 쓰러뜨린 하메시를 영웅으로 추앙하는 거지. 하메시를 꼭 대동해 달라고 요청했대.”
“쳇, 사람 팔자 시간문제로구나? 쇼군 좀비 새끼의 팔 하나 벴다고 대우가 이렇게 바뀌니 말이야.”
그들은 세 개의 환승통로와 연결된 넓은 지하광장에 이르게 되었다. 지하광장 복판에 설치된 실내 분수대는 오래 전 물이 말라 본래의 형체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분수대 한쪽으로 회의용 탁자가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야쿠자의 두 보스인 시노부라와 요시모토였다. 옆의 30대는 머리를 삭발했는데 셔츠 밖으로 피부에 문신이 요란했다.
그들 뒤로는 총기와 일본도로 무장한 야쿠자 조직원 십여 명이 늘어서 있었다. 조금은 긴장된 표정은 적개심은 없어 보였다.
마츠이는 앙드레와 모리를 대동해 탁자로 다가섰다.
자리에서 일어선 두 보스와 청년이 마츠이에게 먼저 인사했다.
“마츠이 본부장, 와 주셔서 고맙소.”
“본부장이라면 협상에 응해 주실 줄 알았소.”
두 보스는 면식이 있는 앙드레에게도 목 인사를 보냈지만 모리는 아예 무시했다. 모리 역시 그들을 소 닭 보듯 했다.
“반갑소, 보스들. 한데 이 분은?”
삭발 머리의 청년이 깍듯하게 허리를 굽혔다.
“저는 야마구찌의 돌격조장 하루끼라 합니다, 본부장. 예전에 오야붕을 모시고 한번 뵌 적이 있습니다.”
“아, 그랬던가? 오야붕의 타계는 정말 유감일세.”
“본부장께서 애니그마의 지부장이라는 윤서경 조센징과…….”
“말 삼가게, 하루끼 조장. 여기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계셔. 우리 가미카제에 큰 도움을 주었지.”
모리가 팔짱을 낀 채 한 마디 던졌다.
“하루끼, 이 자리에서 조센징과 쪽발이를 논하러 왔다면 당장 꺼져라!”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요시모토가 얼른 자리를 권했다.
“자, 앉으시오. 도쿄 메트로레인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니 가급적 감정은 자제합시다. 하루끼 조장도 말조심하고.”
“알겠소, 보스.”
하루끼는 매서운 눈빛으로 앙드레 일행을 쓸어보다가 두 자루 칼을 교차해 메고 있는 하메시를 보자 표정을 풀었다.
“오, 네가 전설이 칼로 쇼군 좀비의 팔을 벴다는 하메시?”
“맞아.”
“아오조라를 한번 볼 수 있을까?”
“…….”
“네게 존경을 표하기 위함이니 달리 생각 마라.”
그러자 뒤에 늘어서 있는 야쿠자들도 한 목소리로 청했다.
“아오조라를 보고 싶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메시 상!”
야쿠자들 모두가 간곡하게 청하자 하메시는 앙드레의 눈치를 살폈다. 한데 앙드레 대신 모리가 나섰다.
“야, 니들 아오조라가 무슨 장난감인지 알아? 한번 뽑으면 반드시 피를 봐야 하는 게 아오조라다! 어떤 새끼가 목을 내놓겠느냐? 그러면 아오조라를 보여 주겠다!”
하메시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모리 아저씨 말이 맞아. 아오조라에는 사무라이들의 한이 서려 있어 함부로 뽑아서는 안 되는 칼이야. 정 보겠다면 내 칼에 누군가 죽어야 할 거야.”
음성은 차분했지만 단호함이 깃들어 있기에 하루끼는 물론이고 야쿠자들도 입을 다물었다. 아오조라를 한번 보기 위해 목숨까지 걸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마츠이가 하메시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여기 하메시 상이 쇼군 좀비를 쓰러뜨렸다는 장면은 내가 직접 보았소. 아오조라는 함부로 뽑을 수 없는 칼이니 양해를 바라겠소.”
하루끼가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
“알겠습니다, 본부장. 쇼군 좀비를 쓰러뜨린 하메시 상을 대면한 적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언제고 아오조라를 볼 때가 있겠지요.”
여섯 명이 탁자를 사이에 둘러앉자 회의가 시작되었다.
하루끼가 먼저 야마구찌 측의 입장을 표명했다.
“본부장, 우리 야마구찌 조직원들의 목표는 오자키를 이용해서 오야붕을 살해한 윤서경입니다. 놈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서브시티의 모든 구역을 포기하겠습니다. 단, 도쿄의 서브시티는 반드시 마츠이 본부장께서 관장하셔야 합니다.”
그의 눈길이 앙드레 쪽으로 이동했다.
“한국인들이 도쿄를 차지하는 꼴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도쿄는 일본인들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앙드레가 하루끼를 직시하며 말을 받았다.
“당신들의 목표가 윤서경이듯이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요. 우리가 윤서경을 제거하려는 것은 놈에 의해 도쿄와 일본의 메트로레인이 장악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오. 애니그마 일본연구소만 제압하면 우리는 일본을 떠날 생각이니 조금도 경계하지 마시오.”
요아가 실소를 흘리며 이죽거렸다.
“호홋, 좀비들로 득실대는 일본에 우리가 뭐 먹을 게 있다고 주저앉겠어? 이미 국가와 정부가 무너졌는데 아직도 일본 타령이라니 한심하군.”
“요아, 그만하지.”
마츠이가 손을 들어 제지하고는 두 보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두 보스도 야마구찌 측과 같은 생각이오?”
시노부라와 요시모토가 적극적으로 동조 의사를 표명했다.
“그렇소. 하세가와가 윤서경의 충견이 되어 우리를 회유하려 하지만 우리는 윤서경이란 자를 믿을 수 없소. 나카지마 오야붕과 오자키처럼 제거될 게 뻔하오.”
“본부장께서 도쿄의 메트로레인을 통합하면 한 구역만 관리할 수 있게 배려해 주시오.”
파격적인 양보였지만 마츠이는 두 보스의 제안을 거부했다.
“시노부라 보스, 요시모토 보스. 미안하지만 두 계파에 내줄 구역은 없소.”
“마츠이 본부장?”
“도쿄의 서브시티는 모든 시민들의 것이 되어야 하오. 누구한테도 억압받지 않고 자유로운 통행과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야쿠자의 잔재를 벗어날 수 없소. 우리들의 적은 좀비이지 서로의 계파가 아니오. 이번 기회에 계파 해체를 정중히 요청하겠소.”
시노부라가 다소 굳은 표정으로 반박했다.
“결국 본부장의 가미카제가 도쿄를 장악하겠다는 거 아니오?”
“도쿄가 안정되면 가미카제 역시 해체될 거요. 엘리시움을 무너뜨리고 창설된 메트로서울처럼 도쿄 역시 메트로도쿄로써 새롭게 태어날 거요. 나는 좀비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세상을 재건하는 것이 소원이오.”
요시모토가 헛기침을 하며 가라앉은 어조로 물었다.
“본부장, 그냥 변두리 역사 하나만 내주면 안 되겠소?”
이에 모리가 탁자를 치며 호되게 질책했다.
“요시모토! 그렇게 대가리 노릇을 하고 싶으면 싸워서 지켜라! 구걸하는 것도 아니고 구질구질하게 무슨 꼴이냐?”
“빠가야로!”
요시모토가 발끈하자 마츠이가 손을 들어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그만들 두시오. 앙드레 일행을 대하기가 부끄럽지도 않소? 이 분들은 악마와 같은 애니그마 연구소로부터 우리 일본을 지켜주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분들이오! 인류 공동의 적을 앞두고 구역 전쟁이나 벌이려 하다니 정말 부끄럽구려!”
마츠이가 엄한 표정으로 질책하자 시노부라와 요시모토는 얼굴을 붉히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하루끼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마츠에게 고개를 숙였다.
“본부장께서는 가미카제 대원들과 가족들을 대동해 저희 구역으로 이주하십시오. 모든 시설을 내드리겠습니다.”
이에 시노부라와 요시모토가 계파 해체를 약속했다.
“마츠이 본부장, 이번 전투를 마지막으로 아이스도데츠를 해체하겠소.”
“나도 마츠바카이를 해산시키겠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맹세하겠소.”
마츠이는 감격의 젖어 두 보스의 손을 쥐었다.
“고맙소, 보스들. 다 같이 메트로도쿄를 만들어 봅시다!”
전격적인 협상이었다.
이나가와카이를 제외한 야쿠자 조직들이 동조하면서 가미카제 대원들과 가족들은 안전한 서브시티에 정착할 수 있게 되었다.
야쿠자 간의 복잡한 계파 알력이 일단락되면서 이제 모두의 표적은 윤서경이 차지하고 있는 애니그마 일본연구소로 집중되었다.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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