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Sergeant Mori’s Underground Situation Room”

2

콰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철문이 심하게 찢기면서 절반 넘게 박살났다.

“진격!”

오자키는 힘껏 주먹을 치켜들었다.

한데 이때였다. 내부에 있던 차량들이 연이어 폭발했다. 차량의 엔진룸에 매설해 놓았던 수십 발의 소이탄과 C4가 동시에 터진 것이다.

화르륵–!

어마어마한 화염폭풍이 실내를 휩쓸었다.

“으아악!”

“아악!”

화염폭풍에 휩싸인 대원들은 삽시간에 살과 뼈가 녹아버렸다.

오자키는 공포에 질려 입을 딱 벌렸다. 사방에서 밀려드는 화염폭풍이 몸이 얼어붙어 꼼짝할 수가 없었다.

“커어억……!”

우에하라가 오자키를 자신의 몸으로 감쌌다.

“위험합니다, 보스!”

몸을 던진 충정이지만 화염폭풍은 두 사람을 대번에 태워버렸다.

“아아아악!”

오자키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모리상사 외부 스피커로 터져 나왔다.

강력한 폭발에 모리상사 건물 전체가 요동쳤고 유리창에 덧댄 철판이 튕겨져 떨어졌다. 철문을 통해 뿜어지는 불길에 주출입구 앞의 아스팔트마저 흥건하게 녹아버렸다.

오자키와 스미요시가이 조직원들의 몰살!

끔찍한 참상이기에 미야모도와 경비대원들의 표정이 숙연해졌다.

윤서경은 기분 좋게 담배파이프를 빨면서 나오미에게 한 마디 던졌다.

“나오미, 오자키의 저녁 초대는 없는 거로 해.”

이어 미야모도에게 지시를 내렸다.

“미야모도 국장, 왜 그렇게 멍하니 서 있는가? 당장 모리상사를 접수하게.”

“아… 알겠습니다, 지부장님.”

미야모도는 경비대원들을 이끌고 주출입구를 통해 진입했다. 화염폭풍의 열기로 인해 실내가 아직 후끈했고 매큼한 화약연기가 자욱했다.

“선발조는 지하통로를 확보해라.”

“예, 국장님!”

경비대원들 넷이 조심스럽게 안쪽 철문으로 다가섰다. 폭약에 찢겨나간 철문을 통해 지하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로가 보였다.

형광등이 깜빡거리는 지하통로는 조용했다.

“놈들이 모두 튀었나?”

“그래도 조심해야 돼. 매복이 있을지 몰라.”

경비대원들은 바싹 긴장하며 철문 안쪽으로 들어섰다. 뜨거운 공기 탓인지 가뜩이나 더운 상황에서 지나치게 긴장하는 바람에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이 순간 지하통로 쪽에서 누군가 불쑥 튀어나왔다.

거인을 방불케 할 거대한 체구의 소유자는 모리상사의 보스 모리였다. 몸에 나토 탄띠를 두른 그는 M60기관총을 겨누고 있었다.

“개새끼들, 모조리 죽여주겠다!”

투투투–!

엄청난 총성만큼이나 강력한 위력을 지닌 총탄이 경비대원들을 그대로 관통했다.

“아악!”

“커억!”

경비대원들은 대번에 나가동그라졌고 모리는 계속해서 기관총을 쏘아대며 안쪽 철문으로 달려갔다.

“죽여!”

“와아아!”

모리상사 조직원들이 그를 따르며 마구 쏘아댔다.

투투투–!

저돌적인 공격을 받은 경비대원이 연이어 쓰러지자 미야모도가 급히 퇴각을 명했다.

“물러서라–모두 물러서!”

경비대원들은 응사하면서 바깥쪽 철문을 통해 퇴각했지만 모리상사 조직원들의 맹공에 십여 명이 넘는 사살되는 피해를 입고 말았다.

진입창고를 탈환한 모리와 조직원들은 환호를 외쳤다.

“와아아아!”

“다신 진입해 봐라, 애니그마 새끼들아!”

“하하핫! 꼴 좋구나!”

애써 점거한 교두보를 잃게 되자 윤서경의 표정이 구겨졌다.

미야모도가 침통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지부장님. 다시 전열을 갖춰서 놈들을 쓸어버리겠습니다.”

“그러기에는 놈들이 너무 미쳤어.”

“오카지의 조직원들을 퇴각시켜서 조금 더 이용했으면……”

“야쿠자 놈들은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네.”

윤서경은 냉담하게 일축하고는 나오미에게 지시를 내렸다.

“쇼군을 출동시키겠다. 문을 열어.”

나오미가 두려운 듯 주저했다.

“지부장님, 정말 괜찮겠습니까?”

“지금 상황에서는 달리 방도가 없어. 어서 문을 열어!”

“예… 알겠습니다.”

방호차량은 다가선 나오미는 뒷문을 열었다.

윤서경은 무선마이크에 대고 명령을 내렸다.

“쇼군, 출동!”

모두의 시선이 방호차량 뒷좌석으로 향했다.

철걱, 철걱……!

쇠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가죽신을 발이 발판을 딛고 도로로 내려섰다. 이어 두 개의 칼을 차고 번쩍거리는 갑옷과 견갑, 투구로 무장한 존재가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한데 쇼군은 사람이 아니었다.

“크어… 크어……!”

입 가리개를 통해 괴음을 흘리고 눈에서 녹색 안광을 뿜어내는 쇼군은 놀랍게도 좀비였다. 테임 프로젝트를 통해 길들인 사무라이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무라이 성향을 지닌 자를 선발해 쇼군으로 삼은 것이다.

미야모도와 경비대원들은 두려움에 동시에 경이에 젖었다.

“쇼… 쇼군이다!”

“쇼군이 부활했어!”

쇼군이란 명칭은 일본의 나라시대 때 세이이타이쇼군 즉, 정이대장군의 호칭에서 비롯되었다. 간단히 쇼군으로 불리는데 쇼군은 모든 사무라이들을 통솔하는 최고의 사무라이를 의미한다.

쇼군이란 지위는 사무라이 혈통만이 오를 수 있기에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요모티 히데요시도 천한 출신 때문에 쇼군으로는 불리지 못했다.

윤서경은 쇼군 좀비를 향해 지시를 내렸다.

“사무라이 좀비들을 복종시켜라, 쇼군.”

쇼군 좀비는 거친 숨소리를 내뿜다가 칼을 뽑아들었다.

“카우우우!”

입 가리개 옆으로 외부스피커가 부착돼 있었기에 그의 괴성은 주변 수백 미터를 진동시킬 만큼 위력적이었다.

쇼군 좀비의 괴성이 울려 퍼지자 일반 좀비들을 통제하고 있던 사무라이 좀비들이 당혹스런 모습으로 주변으로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쇼군을 향해 다가섰다.

“크어어!”

사무라이 좀비들은 쇼군 좀비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는 고대의 군례를 올렸다.

이를 본 윤서경은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훌륭해. 과연 오다 노부가나의 위엄은 대단하군.”

미야모도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예에? 저 쇼군이 오다 노부나가란 말입니까?”

“그러하네. 능히 쇼군 중의 쇼군이랄 수 있지.”

“이건 일본에 대한 모욕입니나, 지부장님. 오다 노부나가 쇼군은 일본의 전설적인 영웅입니다. 어찌 그를 좀비로 부활시킬 수 있단 말입니까?”

“큰 착각을 하고 있군, 미야모도 국장. 쇼군 좀비에게는 오다 노부나가의 이름과 그의 영웅적인 행적이 인식되었을 뿐일세. 고대의 쇼군이 부활해서 사무라이 좀비들을 지휘하는 것이 어찌 모욕이란 말인가? 그의 위대한 명성과 위엄으로 좀비들을 다스려 도쿄와 일본 재건을 이루게 될 테니 얼마나 영웅적인 부활인가?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나는 한국으로 건너가 이순신을 부활시켜 좀비들을 지배할 것이네.”

이순신은 일본인들조차 존경하는 조선의 명장이기에 그 지위는 쇼군과 버금간다.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의 이름을 지닌 쇼군이라면 각별히 예우해 주십시오. 비록 좀비라 해도 그 이름을 지녔다면 존중받아야 마땅하니까요.”

“물론이네. 쇼군 좀비는 모든 좀비들의 수장인 만큼 최고의 대우를 받게 될 것이네.”

윤서경은 사무라이 좀비들의 군례를 받고 있는 쇼군 좀비에게 공격을 명했다.

“쇼군, 적들을 제거하라.”

쇼군 좀비는 모리상사의 주출입구를 향해 철걱철걱 다가섰다. 그러자 철문 안쪽에서 무수한 총탄이 뿜어졌다.

투투투–탕탕–!

총격을 당한 쇼군 좀비가 충격으로 비틀비틀 물러났다. 하지만 그의 몸에 둘러진 헬멧과 갑옷은 티타늄으로 제작돼 있기에 육신을 관통하지 못했다.

진입창고에서 이를 본 모리상사의 조직원들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맙소사, 저건 또 뭐야?”

“복장이 쇼군 같아.”

“니미, 헬멧과 갑옷이 얼마나 견고한지 총에 맞고도 끄떡없어.”

모리는 부하들 몇 명을 돌아보았다.

“소이탄을 장착한 유탄발사기를 가져와라. 태워버리면 껍데기만 남겠지.”

“예, 보스.”

총격을 받은 쇼군 좀비는 거친 숨소리를 발하며 진입창고를 직시하다가 칼을 치켜들었다.

“카우우우!”

그의 명령을 받은 사무라이 좀비들이 벌떡 일어섰다. 그들은 골목과 이면도로에 몰려 있는 좀비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크워어어!”

사무라이 좀비들은 일반 좀비들을 향해 마구 칼을 휘둘렀다. 좀비들 수십 구가 동강나면서 사방으로 널브러졌다.

나오미가 두려움에 젖어 윤서경 옆으로 바싹 붙어 섰다.

“지부장님, 왜 저러는 거죠? 왜 모리상사를 공격하지 않고 좀비들을 죽이는 겁니까?”

“흐음, 이유가 있겠지. 잠시 지켜보자고.”

윤서경도 내심은 불안했다. 아직 쇼군 프로젝트가 안정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동시켰기에 명령 거부나 돌발적인 공격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사무라이 좀비들의 사나운 공격에 일반 좀비들이 도로로 밀려나왔다. 일반 좀비들 수백 구가 로터리에 운집하자 쇼군 좀비가 칼을 치켜들었다.

“크어어어!”

그의 지휘에 사무라이 좀비들이 일반 좀비들을 양떼처럼 몰아 모리상사 건물로 유도했다. 사무라이 좀비들이 등 뒤에서 칼을 휘두르며 밀어붙이자 일반 좀비들은 주출입구를 향해 몰려들었다.

투투투–탕탕–!

철문 안에서 총탄이 빗발치고 수류탄을 날아들었지만 좀비들은 사무라이 좀비들의 기세를 눌려 물러설 수도 없었다. 좀비들은 산산조각이 나서 대가리가 으스러진 동료들을 밟으면서 꾸역꾸역 철문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를 본 윤서경은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대단해! 사무라이 좀비들만 지휘하는 게 아니라 그들을 이용해 좀비들 전체를 병사처럼 부리고 있어. 이건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발전이야!”

미야모도 역시 쇼군 좀비에 대해 인식을 달리하게 되었다.

‘오다 노부나가 쇼군… 진정 그가 부활한 거란 말인가?’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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