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Sergeant Mori’s Underground Situation Room”
모리상사 지하 상황실.
1
여러 개의 모니터를 통해 외부 상황을 체크하고 있던 모리는 오자키의 부하들이 대거 몰려드는 화면을 보고는 표정이 굳어졌다.
“젠장,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야마시다가 지글거리는 무전기를 어깨에 꽂았다.
“보스, 옥상의 참호가 파괴된 것 같습니다. 무전이 모두 끊겼습니다.”
“무슨 소리야? 놈들이 어떻게?”
“마지막 교신에 드론이 날아들었다고 합니다.”
“쿠소(망할)!”
모리는 시가를 질끈 깨물었다.
“야쿠자 따위가 드론을 보유하고 있을 수는 없지. 오자키와 나란히 있는 놈이 앙드레가 말한 애니그마의 지부장인가 보군. 놈이 왜 우리 회사를 공격하는 거냐?”
“오자키가 사무라이 좀비들을 앞세워 서브시티를 거의 장악했다고 합니다. 야쿠자 조직이 통합됐다면 저들과 무기를 거래했던 우리 회사가 눈엣가시이겠지요.”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도심의 좀비들이 왜 얌전하게 놈들을 지켜보고만 있는 거냐?”
“일반 좀비들은 사무라이 좀비들을 두려워합니다. 놈들이 사무라이 좀비들을 조종해 좀비들의 진입을 차단한 것 같습니다.”
“좀비들을 조종해? 그게 가능하단 말이냐?”
모리는 손가락이 델 정도로 깊이 시가를 빨았다. 콧구멍을 통해 뽀얀 담배 연기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앙드레의 말이 사실이었군. 세상에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린 놈들이니 좀비를 조종할 수도 있겠지.”
“어떻게 할까요, 보스?”
“뭘 어떻게 해? 두 개의 강철문이 버티고 있는 한 우리 회사는 끄떡없다.”
“만일 놈들이 철문을 열고 진입하면…….”
“싸운다!”
모리는 게다를 벗고 군화로 갈아 신었다.
“이곳의 무기는 우리의 목숨과도 같다. 함께 폭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놈들한테 내주지 않겠다.”
“알겠습니다. 일단 부비트랩으로 놈들의 진입을 저지하겠습니다.”
“오냐. 놈들도 단단히 쓴 맛을 보면 철수하겠지.”
모리는 나토 탄띠를 몸에 두르고 M60기관총을 손에 쥐었다. M60기관총은 10kg도 넘는 무게와 강력한 반동 때문에 어지간한 완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고서는 사용하기 힘든 중화기이다.
야마시다가 잠시 주저하다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보스, 지원을 요청해 보시는 어떻겠습니까?”
“지원을? 누구한테?”
“가미카제 본부에 있는 앙드레 일행입니다. 한국에서 온 앙드레 일행의 전투력이 엄청나다고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그들의 목표가 애니그마가 아닙니까? 우리가 공격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지원에 나설 것 같습니다.”
“흐음, 가능성이 있는 얘기야. 그들이 아니더라도 마츠이 본부장이라면 우리를 도우려 할 거다. 한데 교신은 가능한 거냐?”
“가능합니다.”
모리는 M60을 어깨에 걸치고는 상황실을 나섰다.
“좋아, 지원을 요청하고 최대한 회사를 사수한다.”
모리상사 건물은 애니그마 경비대에 의해 포위되었다.
주출입구인 철문으로 다가선 오자키가 주먹으로 두들겨보았다. 철판이 얼마나 두꺼운지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니미, 이걸 어떻게 열지?”
우에하라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지간한 폭탄으로도 어림없을 것 같습니다.”
오자키는 뒤에 서 있는 윤서경을 돌아보았다.
“윤 총장, 드론으로 참호를 공격하는 수법은 정말 놀라웠소. 한데 이 철문을 열 방법은 없겠소?”
“잠시 기다리시오.”
윤서경은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통해 세크메를 호출했다.
“세크메, 보고 있냐?”
“예, 아직 2대의 드론이 정찰 중에 있습니다.”
“철문을 열어야겠다. 가능하겠냐?”
“예, 가능합니다. 씨포로 외벽의 철판을 뜯어내면 철문을 이동시키는 슬라이딩 레일이 보일 겁니다. 미닫이 철문은 전기에 의해 슬라이딩 레일을 따라 이동합니다. 배선에 전기신호를 가하면 철문을 열 수 있습니다.”
세크메의 놀라운 분석력에 윤서경은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훌륭해, 세크메.”
윤서경은 미야모도에게 지시를 내렸다.
“국장, 폭파대를 투입해 씨포로 외벽의 철판을 뜯어내게. 연후 담벽을 허물면 철문의 내부 구조를 볼 수 있을 거네. 배선을 컴퓨터에 연결하면 철문을 해제할 수 있어.”
“알겠습니다.”
미야모도는 경비대원들을 호출해 작전을 지시했다.
나오미가 방호차량에서 전자계측기를 꺼내들었다.
“배선만 확보되면 제가 문을 열겠습니다.”
“그래, 나오미의 솜씨를 보겠다.”
철문 좌우 벽에 덧댄 철판 사이로 C4가 설치되었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철판이 뜯겨지면서 담벽이 보였다. 폭약의 위력에 담벽 일부가 허물어져 내부가 드러나 있었다. 대원들이 담벽을 뜯어내자 나오미는 전자계측기를 배선에 접속했다.
LED화면에 여러 개의 전기신호가 검측되었다.
나오미가 기기를 조종하자 철문을 작동시키는 모터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기이이잉!
육중한 철문이 좌우로 열리자 오자키가 나오미를 향해 엄지를 세워 보였다.
“요시(좋아)! 간단히 작전을 끝내고 오늘 저녁에 나오미 실장을 초대하겠소.”
나오미는 마음에도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다리겠어요, 보스.”
“자, 그럼 슬슬 모리를 토막 내러 갈까?”
“제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보스.”
우에하라와 조직원들을 대동해 철문 안으로 진입했다.
타타타– 탕탕–!
내부에 주차돼 있는 차량 뒤편에 숨어 있던 모리상사 조직원들이 총을 쏘며 저항했다. 저항하는 자들이 몇 명 되지 않음을 확인한 우에하라가 응사하면서 외쳤다.
“신속하게 제압하라!”
스미요시가이 조직원들은 차량 사이로 흩어지면서 일제히 돌격했다.
투투투–탕탕–!
30여 명이 일제 사격을 가하며 달려들자 모리상사 조직원들은 안쪽 철문을 통해 도주했다. 그들은 야쿠자들의 추격을 저지하기 위해 문밖으로 수류탄을 몇 개 던졌다.
펑–펑–펑–!
수류탄이 폭발하는 사이 안쪽 철문이 닫혔다.
간단히 교두보를 확보한 우에하라는 행여 있을 매복에 대비해 수색을 지시했다.
“샅샅이 뒤져라!”
조직원들은 차량 내부와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고는 보고를 올렸다.
“깨끗합니다, 대장님.”
“좋아. 보스를 모셔 오겠다.”
밖으로 나선 우에하라는 오자키를 대동해 다시 들어섰다.
윤서경이 뒤를 따르려 하자 세크메의 음성이 들려왔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지부장님.”
“놈들은 모두 도주했잖아?”
“드론의 감지기를 통해 전파 신호가 포착되었습니다. 파장으로 미루어 원격 발신 장치로 추정됩니다.”
“원격 발신 장치라고?”
“진입한 내부에 폭탄이 매설돼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알겠다.”
윤서경은 모리상사 내부로 진입하려는 미야모도와 나오미에게 퇴각을 지시했다.
“모두 물러서.”
“지부장님, 오자키 보스가 모리상사를 접수하게 되면 엄청난 화력을 보유하게 됩니다. 우리가 먼저 접수해야…….”
미야모도가 다소 마뜩찮은 표정을 짓자 윤서경은 느긋하게 담배파이프를 물었다.
“세크메가 폭탄이 매설돼 있다고 경고했네.”
“예에? 하면 오자키 보스에게 알려줘야 하지 않습니까?”
“왜?”
“무슨 말씀을… 당연히…….”
“어차피 야쿠자 조직은 거의 와해됐네. 오자키는 더 이상 쓸모가 없지.”
윤서경의 냉혹한 처사에 미야모도는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한편 스미요시가이 조직원들은 안쪽 철문에 폭약을 설치했다. 안쪽 철문은 바깥쪽 철문에 비해 그다지 견고하지 않기에 폭약으로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직원들이 폭약을 설치하고 물러서자 오자키가 원격 스위치를 눌렀다.
“모리, 넌 이제 끝났다.”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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