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Army of God”

4

콰아앙!

폭발에 의한 음파가 애니그마 일본연구소의 건물 창문을 강타했다.

“뭐야?”

집무실에서 보고서를 검토하던 윤서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비디오폰으로 경비국장을 호출했다.

“대체 무슨 일인가, 국장?”

“괜찮으십니까, 지부장님?”

“난 괜찮아. 한데 웬 폭음인가?”

“연구소 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외부에서 들려온 폭음으로 추정됩니다. 곧 조사해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난 옥상에서 상황을 알아보겠네.”

집무실을 나선 윤서경은 나오미를 대동해 옥상 헬기장으로 올랐다.

서쪽 하늘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빌딩숲과 언덕에 가려 어떤 상황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대형화재가 발생한 것이 틀림없었다.

“화학공장이라도 폭발한 건가?”

“아닙니다, 지부장님. 연구소 반경 십 킬로미터 내에 화학공장은 세워져 있지 않습니다.”

“단순한 산불은 아니다, 저건 폭약에 의한 불길이 틀림없어.”

윤서경은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워치로 세크메를 호출했다.

“세크메, 어떻게 된 거냐?”

“진동파의 위력으로 미루어 티엔티 수백 킬로의 위력을 지닌 폭약이 터진 것 같습니다.”

“위성을 연결해 봐.”

“죄송합니다만 지금은 연결 가능한 정찰위성이 없습니다.”

“그럼 순찰대라도 파견해야겠군.”

“그보다는 드론(무인기)으로 정찰하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아, 드론이 있었지. 그래, 당장 투입시켜.”

“예, 지부장님.”

잠시 후 발주대를 떠난 드론이 상공으로 솟아올랐다. 캐논 770D카메라를 장착한 1미터 크기의 드론은 푸른색으로 칠해져 있고, 엔진 소리가 조용해 수백 미터 상공을 소리 없이 정찰할 수 있었다.

스마트워치를 통해 세크메의 음성이 들려왔다.

“집무실의 멀티비전으로 실시간 영상을 전송해 드리겠습니다.”

“알겠다.”

옥상에서 내려온 윤서경은 나오미와 함께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 앞에 대기해 있던 미야모도가 보고를 올렸다.

“연기로 치솟는 곳이 도쿄 북부의 도시농장 부근으로 추정됩니다. 정찰대를 파견할까요?”

“아니, 세크메가 드론을 띄웠으니 일단 영상부터 확인하세. 들어오게.”

“예, 지부장님.”

세 사람은 집무실로 들어섰다.

드론이 송출한 실시간 영상이 멀티비젼을 통해 보여졌다.

교외 도로를 따라 배회하는 좀비들의 모습이 개미처럼 작게 보였다. 이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야산이 나타났다.

잿더미 속에서 꿈틀거리는 물체들이 어른거렸다.

“좀 더 확대해 봐, 세크메.”

“예, 지부장님.”

영상이 당겨지면서 야산의 곳곳의 참상이 선명하게 보여졌다. 불길에 그을리고 조각난 육편들이 야산 전체에 널브러져 있었다.

“저것들 뭐야?”

“비스트 좀비들입니다.”

“비스트 좀비? 변종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짐승화 되었다는 좀비들을 말하는 거냐?”

“그렇습니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개체수가 급속도로 증가하지요. 지금 보시는 곳이 비스트 좀비들의 서식지인 것 같습니다. 파괴 현장을 분석한 결과 소이탄과 대량의 씨포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장 상황을 넓혀 봐. 대체 누가 비스트 좀비의 서식지를 파괴했는지 확인해봐야겠다.”

“좀비 서식지 부근에 도시농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도시농장은 현재 가미카제 본부에 의해 관리되고 있지요.”

드론이 선회하는지 야산 외곽의 정경이 보였다.

지프를 탄 사람들이 달아나는 비스트 좀비들을 추격하면서 사살하고 있었다. 지프에 탄 대원들의 모습이 보다 가까이 확대되었다.

“이마에 두른 일장기 두건으로 미루어 가미카제 소속 대원들이 확실합니다.”

이어 방호차량과 트럭들이 모여 있는 화면이 전송되었다.

“저들을 확대해 봐.”

“예, 지부장님.”

화면이 당겨지면서 둘러서서 얘기를 나누는 몇 사람이 보였다. 그들의 윤곽에 흠칫 놀란 윤서경이 다시 지시를 내렸다.

“더 클로즈업 시켜.”

“카메라의 한계로 선명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세크메가 보정할 수 있잖아?”

“알겠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사람은 2명의 여자와 4명의 사내였다.

멀티비젼에 6명의 모습이 각기 클로즈업 됐다. 흐릿한 영상은 세크메의 보정작업을 걸쳐 점점 선명하게 보였다.

그들 중 두 명을 알아본 윤서경은 입을 딱 벌렸다.

“이럴 수가!”

좀비 슬레이어 앙드레 김과 헬돔의 여전사 요아!

앙드레와 요아를 확인한 윤서경은 잠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앙드레… 요아! 저들이 어떻게…….?’

그는 제비우스 헬기를 타고 동해를 건너 도쿄까지 날아올 수 있었다. 대부분의 운송 수단이 끊긴 상황이기에 저들이 어떻게 일본 땅에 당도했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용케 헬기를 구했나 보군.’

잠시 당황했던 윤서경은 오히려 피가 끓어오르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정말 반갑구나, 앙드레! 내가 굳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네놈에게 복수를 할 수 있게 됐어!’

윤서경은 집무의자에 앉으며 담배파이프를 물었다.

“충분히 확인됐으니 드론을 회수해.”

“예, 지부장님.”

멀티비전의 화면이 바뀌면서 세크메의 모습이 나타났다.

윤서경이 담배파이를 피우며 물었다.

“세크메, 가미카제가 야산을 날릴 만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냐?”

“아닙니다. 가미카제는 약간의 개인화기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도쿄의 무기상을 통해 폭탄과 무기를 입수할 수 있습니다.”

“어떤 놈인데 소이탄과 씨포와 같은 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단 말이냐?”

“그 정도의 무기는 신주쿠의 모리상사에서만 구할 수 있습니다.”

“모리상사?”

“그렇습니다.”

멀티비젼 화면에 모리상사의 건물과 모리와 야마시다를 비롯한 조직원 몇 명의 사진이 게재되었다.

“저들은 좀비 세상이 시작되자 각종 무기를 발 빠르게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총기를 수리하는 기술도 뛰어나, 고장 난 총기라도 몇 자루 가져가면 사용 가능한 총기로 교환해주기에 무기 보유량이 엄청나게 늘어났지요.”

“무기상들은 메트로도쿄를 창설하는데 암적인 존재들이다. 오자키에게 당장 접수토록 지시해야겠군.”

“죄송합니다만 현실적이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모리상사는 야쿠자 조직들의 습격을 몇 번이나 격퇴할 만큼 방어력이 뛰어납니다.”

“모리상사에 관한 상세한 보고서를 출력해라. 내가 검토한 후 직접 접수하겠다.”

“알겠습니다, 지부장님.”

멀티비젼 화면이 꺼지면서 고속 프린터기를 통해 보고서가 빠르게 출력되었다.

미야모도가 집무탁자 앞으로 다가섰다.

“지부장님, 모리상사를 만만히 보시며 안 됩니다. 놈들의 본거지는 이중 철문을 갖추고 있고 옥상에는 기관총이 설치돼 있어 접근조차 어렵습니다. 게다가 모리상사로부터 무기를 제공받은 민병대들이 외부에서 지원하기에 야마구치의 오야붕인 나카지마도 점령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총격전이 벌어지면 도쿄 도심의 좀비들이 죄다 몰려올 겁니다. 그런 어려움 때문에 야쿠자 조직들도 접수를 포기한 겁니다.”

“미야모도 국장, 향후 메트로도쿄를 관장할 자네가 너무 나약한 소리를 하는군. 요원들과 출동 준비를 갖추게. 모리상사를 내일 중으로 접수할 테니까.”

윤서경의 단호한 지시에 미야모도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알겠습니다, 지부장님.”

나오미가 서류를 정리해서 윤서경 앞에 내려놓았다.

“지부장님께서 직접 출동하실 생각이세요?”

“물론이지. 오자키한테 전해. 사무라이 좀비들이 이끌고 내일 아침 신주쿠로 오라고.”

“오자키 보스는 지금 야마구치 구역들을 접수 중에 있습니다.”

“나카지마가 죽은 이상 야마구치는 언제든 접수할 수 있어. 지금은 앙드레를 제거하는 게 우선이다. 모리상사를 차단해 무기 공급을 막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야마구치 구역을 오늘까지 접수토록 독력하겠습니다.”

“그래, 나오미가 독려하면 오자키도 최선을 다할 거야. 설사 구역을 모두 점거하지 못해도 내일 아침까지 신주쿠에 집결시켜야 돼.”

“예, 지부장님.”

나오미가 집무실을 나가자 윤서경은 담배파이프를 피우면서 신중하게 보고서를 검토했다. 나름대로 작전을 세운 그가 비디오폰으로 연구동을 호출했다.

“나요, 박사.”

비디오폰 화면에 수석연구원 후지쿠 박사가 나타났다.

“예, 지부장님.”

“내일 아침까지 쇼군을 준비시키시오.”

“예에? 쇼군 프로젝트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현장 테스트를 통해 보완하면 되오. 모리상사를 공격하면서 테스트해 보겠소.”

후지쿠 박사가 우려의 표정을 지었다.

“쇼군이 자칫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중대한 사태가 발발합니다.”

“괜찮소. 문제가 생기면 파괴하고 다른 쇼군을 제작하면 되니까. 지시대로 하시오.”

윤서경의 엄중한 지시가 떨어지자 후지쿠 박사도 명령에 복종했다.

“알겠습니다. 쇼군을 준비시키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윤서경은 권총을 챙기고 슈트를 걸쳐 입었다. 그는 앙드레를 떠올리며 싸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앙드레! 네놈은 내 손으로 직접 죽여주겠다!’

Written by : Michael

Subscribe To My Newsletter

BE NOTIFIED ABOUT BOOK SIGNING TOUR DATES

“Stay connected and be the first to know about my latest stories, updates, and exclusive content. Subscribe to my newsletter and never miss out on new adventures, writing tips, and behind-the-scenes ins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