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Beast Zombie”

비스트 좀비

1

부다다당……!

2대의 바이크가 도쿄도 북쪽의 한적한 도로를 달려가고 있었다. 바이크 한 대 당 2명의 남녀가 동승한 그들은 앙드레 일행이었다.

후지미가오카초등학교를 떠나온 그들은 애니그마 일본연구소가 위치한 첨단기업연구단지로 향하는 중이었다. 도심의 도로에는 좀비들이 워낙 많기에 외곽 도로로 우회해야 했다.

앙드레의 허리를 감싸 안은 요아가 개울 주변의 무성한 수풀지대를 바라보았다.

“이상하네?”

“뭐가?”

“도쿄는 땅값이 금값이라면서? 아무리 도쿄 변두리라도 땅값이 여간 비싸지 않을 텐데 이곳은 왜 건물이 없는 거지?”

“도시와 농촌이 융합된 도농복합단지가 아닐까?”

앙드레는 나란히 달리고 있는 왕첸의 뒷좌석에 타고 있는 하메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 거야, 하메시?”

“좀비 세상 전에 도쿄 시민들을 위한 주말농장이 대대적으로 분양된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어. 아마 주말농장 단지일 거야.”

요아가 잡초로 뒤덮인 수풀지대를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메시 말이 맞는 것 같아. 바둑판처럼 구역이 분류돼 있는 것으로 봐서 주말농장 단지야.”

왕첸이 껌을 질겅거리며 심드렁하게 내뱉었다.

“주말농장이면 채소나 작물이 심어져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죄다 잡초뿐이잖아?”

요아가 실소를 흘리며 이죽거렸다.

“이봐, 왕 서방. 바깥이 온통 좀비 세상인데 어떤 미친놈이 농사를 짓겠어? 감자… 참, 도쿄는 아열대 기후이니까 고구마와 옥수수가 잘 자라겠지만 누가 목숨을 걸고 씨를 뿌리겠냐고?”

한데 앙드레가 개울 건너편의 밭을 가리켰다.

“이번에는 요아가 틀린 것 같다. 저기를 봐.”

세 사람은 앙드레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저마다 탄성을 토했다.

“와아, 옥수수밭이야!”

“세상에나! 진짜 옥수수밭이네?”

“저렇게 옥수수가 밀집돼 자란 것을 보니 자연적인 밭이 아니야. 사람이 키운 게 분명해.”

2대의 바이크는 난간이 부서져 위태로운 다리를 타고 30미터 폭의 하천을 건넜다.

부릉부릉…….!

바이크가 속도를 늦추자 요아와 하메시가 손을 뻗어 옥수수 몇 개를 땄다. 속이 꽉 찬 옥수수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먹어볼래?”

하메스가 옥수수 알갱이를 몇 알 왕첸의 입에 넣어 주었다. 알갱이를 우물거리던 왕첸이 우거지상을 지으며 내뱉었다.

“아유, 비려. 퉤퉤!”

요아가 옥수수 껍질을 벗기며 키득거렸다.

“바보, 옥수수를 어떻게 날로 먹냐? 굽든가 삶아야지.”

왕첸이 바이크를 멈춰 세웠다.

“캡틴, 출출한데 옥수수라도 구워먹고 가!”

앙드레가 바이크를 돌려 왕첸 옆으로 멈춰 섰다.

“좋아, 잠깐 쉬자.”

하메시와 요아가 불을 피우는 사이 앙드레와 왕첸이 옥수수를 한 아름 따서 가져왔다.

왕첸은 나뭇가지에 옥수수를 꿰서 불 위에 얹었다.

“헤헤, 어렸을 적 옥수수 서리를 해먹는 기분이다 해.”

“옥수수 서리? 넌 그런 것도 알아?”

“당근이지. 어렸을 적에 농장과 과수원에 숨어들어가서 수수와 과일을 서리하는 재미가 쏠쏠했지.”

“난 얘기로만 들었어. 도시에서 자라 서리할 일이 있어야지 뭐. 가만, 그리고 왕 서방이 완전 촌놈이었구나?”

“우씨, 잘 나가다가 왜 갑자기 촌놈 타령이야? 내가 촌놈이면 하메스도 촌년…….”

왕첸은 얼른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말을 돌렸다.

“하메시, 옥수수 구울 줄은 알아?”

“물론이야. 나도 촌년이라 어렸을 적 오빠들과 서리를 한 기억이 있어.”

“헤헤, 그냥 한 소리이니 기분 나쁘게 생각지 마.”

왕첸은 머쓱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치이익……!

옥수수에서 김이 피어오르면서 옥수수 알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기 시작했다. 구수한 냄새에 모두가 코를 킁킁거렸다.

“아, 정말 구수해. 이런 냄새가 얼마만인지 몰라.”

“그러게. 모처럼 자연식을 먹게 됐어.”

요아와 왕첸은 뜨거운 옥수수에 연신 입김을 불면서 게걸스럽게 뜯어먹었다. 옥수수 그을음으로 얼굴이 얼룩지자 그들은 서로를 보면서 키득거렸다.

“먹어 봐, 캡틴.”

하메시가 잘 구워진 옥수수 알갱이를 따서 앙드레에게 건넸다.

“그래, 고마워.”

옥수수 알갱이를 우물거린 앙드레는 구수한 맛을 즐기며 용병시절 아프리카에서 옥수수를 구워먹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맛있군… 이게 음식 맛이야.”

좀비 세상 이후 거의 비상식량과 가공식품만 먹으며 살아서인지 구운 옥수수가 그렇게 구수하고 달콤할 수가 없었다. 약간 탄내가 나는 냄새 또한 향기로웠다.

‘아득한 옛날 원시인들이 산불에 구워진 고기를 먹었을 때 기분이 이랬을까?’

한데 그들의 즐거운 간식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사사삭……!

옥수수밭을 헤집는 소리에 앙드레가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돌렸다.

“모두 조심해.”

희희낙락하던 세 사람은 급히 옥수수를 내던지고는 각기 무기를 손에 쥐었다.

왕첸이 코를 킁킁거리다가 인상을 구겼다.

“워 차오(젠장)! 좀비 새끼들이야!”

순간 옥수수밭에서 끔찍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2

“카우우우!”

“크아아아!”

왕첸이 간파한 대로 좀비들이었다. 몸에 천 쪼가리 일부만 걸친 좀비들이 괴성을 지르며 악귀처럼 달려들었다. 네 발로 달려드는 모습이 굶주린 늑대 떼처럼 보였다.

앙드레는 정글도를 휘둘러 좀비 3구를 단숨에 동강냈다. 요아는 UMP기관단총을 갈겨댔고, 왕첸은 쌍권총으로 응수했으며 하메시는 절도 있게 일본도를 휘둘렀다.

퍼, 퍼퍼퍽!

“캐애액!”

“끄어억!”

좀비들이 연이어 고꾸라졌다. 앙드레 일행은 숙련된 좀비 슬레이어답게 20여 구에 달하는 좀비들을 어렵게 않게 제압했다.

앙드레가 일행을 둘러보았다.

“다친 사람 없지?”

요아는 UMP기관단총의 탄창을 갈아 끼었다.

“난 걱정 마. 이 정도 공격에는 끄떡없으니까.”

왕첸은 좀비의 손톱에 뜯겨나간 조끼를 살폈다.

“나도 오케이. 가만, 하메시가 다친 거 아냐?”

그는 하메시의 옷에 묻은 피를 보며 우려의 눈빛을 띠었다.

하메시는 좀비의 피로 얼룩진 부위를 찢어냈다.

“나도 괜찮아. 좀비의 피가 조금 튀었을 뿐이야.”

하메시의 하얀 속살이 일부러 드러나자 왕첸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헤헤, 생각보다 속살이 희네.”

그런 왕첸을 요아가 쥐어박았다.

“아직 어린아이인데 뭔 소리를 하는 거냐?”

“어리기는 누가 어리다는 거야? 하메시가 어린애면 요아는 할머니이게?”

“이그, 주둥이 좀 닥쳐!”

앙드레는 널브러진 좀비들의 사체를 살피다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해. 이 좀비들은 물린 흔적이 전혀 없어.”

“그래?”

요아는 좀비 사체들을 발끝으로 툭툭 치며 이리저리 뒤집어보았다. 앙드레가 파악한 대로 좀비들은 목덜미며 몸뚱이 어디에도 물린 흔적이 없었다.

“정말이네? 하면 어떻게 좀비가 된 거지?”

왕첸은 짐승의 발톱처럼 날카로운 좀비들의 손톱과 발톱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러게. 어느 놈도 물린 흔적이 없어. 게다가 신발을 신은 좀비도 없군. 죄다 맨발이야.”

요아는 미간에 총탄이 관통돼 죽은 여자 좀비의 풍만한 젖가슴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뭐야? 젖을 흘리잖아?”

그러했다. 여자 좀비의 유두에서 젖이 조금 흘러나왔다. 온전한 여인의 젖처럼 뽀얗지 않고 약간 푸른빛을 띠었지만 분명 젖이었다.

젖을 흘리는 여자 좀비.

앙드레와 왕첸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좀비에 대해 잘 모르는 하메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들 그래? 여자가 아기를 낳으면 젖이 나오는 게 당연하잖아?”

왕첸은 여자 좀비의 사체를 뒤집었다.

“하메시,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좀비는 아기, 아니 새끼를 낳을 수 없어. 여태까지는 분명 그랬다고.”

요아가 또 다른 여자 좀비의 사체를 살폈다. 젖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젖가슴이 풍만한 편이었다.

“젠장, 이것들 어떻게 된 거야? 좀비 주제에 설마 새끼를 낳은 거야?”

앙드레는 잠시 생각하다가 요아에게 물었다.

“여자가 임신한 상태에서 아이를 낳은 거 아닐까?”

“그런 좀비가 더러 있기는 해도 젖을 먹여 아기를 키우는 좀비는 본 적이 없었어. 좀비가 새끼를 낳아 키운다면 인간은 끝장이야.”

여간해서는 낙담하지 않는 요아였지만 지금은 상심으로 인해 표정이 어두웠다.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헤아리지 못한 하메시가 왕첸에게 물었다.

“좀비가 아기… 아니, 새끼를 낳으면 어떻게 되는데 그래?”

“하메시, 좀비 바이러스가 인간들을 감염시키면서 인류의 대다수가 사라졌어. 다행히 좀비는 생식능력이 없어 수년 전부터는 좀비 숫자들이 줄어들기 시작했지. 한데 좀비가 새끼를 낳는다고 생각해 봐. 저들은 통제도 되지 않는 무리들인데 그 숫자가 수백억 마리로 불어날 수 있다고. 그렇게 되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멸종될 거야.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인간들도 좀비들의 대대적인 공격을 감당하기가 불가해. 음, 비유하자면 인류가 멸종되고 과거 공룡시대처럼 좀비들만이 존재하는 좀비시대가 되는 거지.”

그제야 하메시도 조금은 상황이 이해가 되었는지 표정이 굳어졌다.

“일본의 좀비들만 그런 건가?”

앙드레가 옥수수밭 주변을 주의 깊게 살폈다.

“이들은 좀비의 또 다른 변종 같다. 물리지 않고 감염되었기에 생식능력이 유지되었다면 다른 나라에도 생식능력을 지닌 좀비들이 존재할 수도 있어.”

이때 사방에서 야수의 울부짖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카우우우!”

앙드레는 바닥을 박차고 허공 높이 솟아올랐다.

발아래로 드넓은 옥수수밭이 보였다. 한데 사방에서 무수한 좀비들이 옥수수를 헤치며 몰려들고 있었다. 어림잡아도 수백 구는 넘어 보였다. 짐승처럼 네 발을 이용해 달려오는 좀비들은 흡사 사나운 늑대무리와 흡사했다.

바닥으로 내려선 앙드레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피해야겠다. 최대한 장비를 챙겨!”

그들 일행은 바이크에서 각자 배낭과 무기, 전투식량을 챙겼다.

“카우우우!”

“크아아아!”

몇 구의 좀비들이 아가리를 쩍 벌리며 앙드레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투투투!

요아가 UMP기관단총으로 응사하며 물었다.

“앙드레, 놈들이 얼마나 많아?”

“수백 구 이상이다. 개천 쪽으로 피하자.”

“오케이. 내가 뒤를 맡을게.”

앙드레는 정글도와 매그넘 권총을 쥐고 앞서 달렸다. 중간에는 왕첸과 하메시, 맨 뒤로 요아가 따랐다.

“카우우!”

좀비들의 맹공이 시작되었다. 움직임이 야수처럼 빠르고 2, 3미터는 간단히 점프할 만큼 날랬다.

요아가 마구 쏘아대면서 외쳤다.

“갈겨!”

왕첸은 쌍권총으로 연사하면서 하메시를 최대한 보호했다.

“하메시, 내 옆에 바싹 붙어 있어!”

“내 걱정 말고 달려!”

하메시는 바닥으로 낮게 기어서 달려드는 좀비들의 목을 연이어 날려버렸다.

선두로 나선 앙드레의 전투력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의 손에서 발포되는 매그넘은 빗나간 적이 없고 정글도는 정확하게 좀비들의 목을 날렸다. 그의 또 다른 무기는 의족이었다. 강력한 회전 돌려차기에 적중된 좀비들은 머리통이 으스러져 널브러졌다.

앙드레의 활약으로 전면의 포위망을 돌파한 일행은 개천 제방으로 올랐다. 개천의 폭은 10미터 정도로 아주 넓지 않았지만 꽤나 깊어 보였기에 좀비들을 따돌리기에 충분했다.

“엄호해, 요아! 왕첸과 하메시는 내 손을 잡고!”

정글도와 매그넘을 챙겨 넣은 앙드레는 왕첸과 하메시의 손을 쥐고는 강둑을 박찼다. 두 사람을 대동해 개천을 건너뛴 앙드레는 개울가로 내려섰다. 두 사람은 앙드레의 초인적인 능력을 여러 번 보았기에 그다지 놀라워하지 않았다.

왕첸은 건너편 강둑의 요아를 향해 외쳤다.

“어서 뛰어, 요아!”

요아는 강둑으로 뛰어오르는 좀비들을 향해 기관단총을 갈겼다.

투투투–!

탄창이 바닥나자 그녀는 강둑의 급경사를 따라 달리다가 바닥을 힘껏 걷어찼다. 8미터 정도를 건너뛴 요아는 개천 가장자리로 내려섰다.

첨벙!

허벅지까지 잠긴 그녀는 물살을 헤치고는 건너편 강둑으로 올라섰다.

“니미, 옷 버렸네.”

그녀 역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치료된 이후 체력이 급상승했지만 앙드레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카우우우!”

강둑으로 저편으로 몰려든 좀비들이 포악하게 울부짖으며 펄쩍펄쩍 뛰었다.

왕첸이 이를 보며 놀려댔다.

“헤헤, 자신 있으면 헤엄쳐 봐, 좀비 새끼들아!”

하메시가 요아를 보며 물었다.

“좀비들은 헤엄을 못 쳐?”

“그래. 좀비들은 물을 싫어하지. 얕은 물 정도는 건널 수 있겠지만 한 길 넘는 물은 건너지 못해. 물론 저 짐승 같은 좀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왕첸이 쌍권총으로 건너편의 좀비들을 하나씩 거꾸러뜨리면서 말을 받았다.

“걱정 마, 좀비 새끼들은 절대 헤엄을 못 쳐. 수영도 기술인데 저것들은 그만한 지능이 없잖아?”

앙드레는 개천가로 점점 내려서는 좀비들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왕첸, 장담해서는 안 될 것 같구나.”

“이런 썅! 저 새끼들이 정말 물을 건너려는 거야?”

왕첸은 앞서 물로 뛰어드는 좀비들 향해 권총을 쏘아댔다. 일부 좀비들이 머리가 으스러져 물속에 잠겼지만 나머지 좀비들은 자맥질로 개천을 가로질렀다. 이에 나머지 좀비들도 대거 개천으로 뛰어들었다.

요아는 질린 표정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 좀비 새끼들은 대체 뭐야? 한국의 좀비들과 다른 변종인가?”

“일단 피하자. 우리의 화력으로는 저들 모두를 죽일 수 없어.”

제방에서 내려선 앙드레 일행은 넓게 펼쳐진 밭을 따라 달렸다. 넓은 밭에는 고구마순이 빼곡했다. 밭이랑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았지만 자연적인 밭이 아니라 사람의 손에 의해 일궈진 경작지였다.

“카우우우!”

“크르릉!”

어느새 개천을 건너온 좀비들이 고구마밭을 가로지르며 빠른 속도로 추격해왔다.

농장 바깥은 아스팔트가 넓게 깔려 있는 평지라 은신할 곳도 없었고 맞서 싸울 엄폐물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평지 저편으로 건물이 보였지만 족히 1킬로는 되기에 과연 좀비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앙드레는 어깨에 메고 있는 시그556을 손에 쥐었다.

“내가 잠시 막을 테니 어서 건물 쪽으로 피신해!”

요아가 앙드레와 나란히 섰다.

“나와 앙드레가 막겠다. 어서 피해!”

3

투투투–!

두 사람이 기관단총을 갈겨대자 좀비들은 그들을 향해 몰려들었다.

왕첸은 하메시의 손을 쥐고 뛰었다.

“캡틴 지시에 따르자.”

“이건 비겁해!”

“캔틴과 요아는 무사할 거야. 저 따위 좀비에 잡아먹힐 좀비 슬레이어가 아님을 하메시도 보았잖아?”

“하지만…….”

이때 건물 쪽에서 3대의 지프가 달려왔다.

부아아앙!

구형 도요타 지프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이마에 일장기가 새겨진 두건을 두른 일본인 민병대였다. 지프 한 대에는 M-2기관총이 장착돼 있었다.

건장한 체격에 조끼만 걸친 청년이 아스팔트 언저리에서 울부짖고 있는 좀비들을 향해 기관총을 발포했다.

투투투–!

이어 지프에서 내려선 민병대들도 소총으로 좀비들을 사냥했다.

탕–타탕–!

강력한 화력에 좀비들은 아스팔트 언저리에서 널브러졌다. 몇몇 좀비들이 아스팔트 위로 뛰어들었지만 행동이 현저하게 느려졌고 제대로 중심을 밟지 못했다.

뜻하지 않은 민병대의 지원 덕분에 앙드레와 요아는 안도할 수 있었다.

앙드레는 시그556을 어깨에 멨다.

“좀비들이 아스팔트 위로는 진입하지 않는군.”

“어, 정말 그러네? 짐승 좀비들은 아스팔트 위에서는 쥐약인가 봐.”

“정상적이라면 십여 명의 민병대로는 저들 좀비들을 모두 상대할 수 없어. 한데 민병대들이 좀비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니 좀비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피신하려고 했던 왕첸과 하메시가 앙드레에게 다시 다가섰다.

“다행이야, 캡틴. 쪽발이… 아니, 일본인들의 도움을 받을 줄 몰랐어.”

“안심하기는 일러. 저들이 후지미가오카초등학교에서 보았던 극우대라면 우리는 저들과 싸워야 할지도 모르니까.”

좀비들은 민병대의 사격에 더는 견디지 못하고 제방 쪽으로 도주했다. 이어 제방을 넘어 모두 사라졌다.

민병대들이 앙드레 일행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그들은 경계의 표정을 띠며 10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그들은 앙드레 일행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당신들 누구야? 일본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하메스가 한 걸음 나서며 앙드레 일행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난 하메시라고 해. 서부 후쿠이현 출신이야. 여기는 나를 구해준 분들이야. 한국에서 왔어.”

“뭐야, 한국에서 왔다고?”

민병대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좀비 세상이 된 이후 일본 내에서도 이동이 쉽지 않다. 이미 비행기와 선박마저 운항되지 않은지 오래 됐기에 외국인들의 입국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조끼 차림의 건장한 청년이 앙드레와 요아, 왕첸을 차갑게 쓸어보았다.

“어떻게 바다를 건너온 거요?”

앙드레가 먼저 총을 거뒀다.

“헬기를 타고 왔네. 기체 고장으로 후쿠이현에서 불시착했지.”

“말도 안 돼. 후쿠이현에서 이곳 도쿄까지 오백 킬로도 넘소. 도로마다 좀비들이 우글거릴 텐데 어떻게 무사했던 거요?”

이에 요아가 짜증스런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일본 좀비들은 비교적 얌전하더군. 그래서 편히 왔어. 그러니까 짜증스런 심문은 그만두지 그래?”

“심문이 아니요. 적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지.”

“그럼 총부터 내려. 기분 엿 같으니 말이야.”

조끼 차림의 청년은 앙드레 일행을 다시 쓸어보고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총을 내렸다.

“주변을 경계해!”

“예, 조장!”

민병대들은 주변으로 흩어져 행여 있을 좀비들의 기습에 대비했다.

조끼 차림의 청년이 자신을 밝혔다.

“난 가미카제 도쿄 본부의 제1조장 마츠이 유키나가라 하오.”

“난 앙드레 김. 한국계 미국인이네. 여기는 내 동료인 정요화…….”

“그 이름 잊은 지 오래야. 요아라고 불러.”

요아가 말허리를 자르며 왕첸을 소개해 주었다.

“이쪽은 왕첸이야. 척 보니 왕 서방인지 알겠지? 참, 앙드레는 우리의 리더인 캡틴이야.”

“앙드레, 요아, 왕첸 그리고 일본인 하메시까지 합쳐진 다국적군이군. 어쨌든 적은 아닌 것 같으니 함께 본부로 갑시다.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게 도움이 될 거요.”

앙드레가 그의 호의에 사의를 표했다.

“유키나가 조장, 지원해 줘서 고맙네.”

“사례하지 않아도 되오. 비스트 좀비들과 맞서 싸우는 당신들의 전투력을 보고 우리 모두가 놀랐소. 당신들이 좀비들의 포위망을 뚫고 아스팔트 위로 올라왔으니 우리가 지원하지 않았어도 무사했을 거요.”

“비스트 좀비? 야수 좀비란 뜻인가?”

“그렇소. 놈들은 좀비라기보다 짐승에 가깝지. 그래서 비스트 좀비로 불리게 되었소.””

“흥미롭군. 그럼 잠시 신세를 지기로 할까.”

앙드레 일행은 유키나가가 운전하는 지프를 타고 건물 쪽으로 이동했다.

부우우웅!

본부 건물은 멀지 않았기에 이내 당도할 수 있었다. 건물 밖으로 돌담이 둘러져 있었고 그 위로 깡통을 매단 철조망이 설치돼 있었다.

2층 건물 위로 망루가 세워져 있는데 커다란 일장이가 나부꼈다.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가 아니었기에 앙드레 일행은 마음이 놓였다.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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