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Illusory Reality”
현혹된 현실
1
앙드레와 보르앙은 숨을 몰아쉬며 점점 깊은 숲속으로 내달렸다. 밀림은 이제 단순한 자연의 공간이 아니었다. 그들의 앞뒤는 물론이고 좌우마저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만큼 혼란스러웠다. 나무들은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듯했고, 그들은 아무리 달려도 같은 곳으로 되돌아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이 길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보르앙은 그의 목소리가 패닉에 빠진 듯 떨리고 있었다. 눈동자는 끊임없이 좌우로 흔들렸고, 손에 쥔 시그556마저도 떨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제 거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진정해.”
앙드레는 그를 붙잡고 차분히 말했다. 눈빛만은 여전히 날카로웠지만, 마음속에서는 점차 불안이 스며들고 있었다.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끝이야. 이 숲은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어. 이건… 그냥 착각일 뿐이야.” 그러나 그 말조차 자신에게도 설득력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보르앙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앙드레… 우린 지금 죽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이 모든 게… 마지막 순간에 보는 환각일지도 몰라.”
그의 말은 마치 절망의 씨앗처럼 앙드레의 머릿속에 박혔다.
앙드레는 애써 고개를 저었다.
“아직 살아 있어. 우린 이곳에서 나가야 해.” 그러나 그조차도 이제 현실과 환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숲은 그들을 서서히 잠식해가고 있었다.
그때, 그들의 귀를 찢는 듯한 강렬한 속삭임이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훨씬 명확했고, 마치 그들의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듯했다.
“너희는 나의 것이다.”
그 소리는 무형의 손처럼 그들의 정신을 파고들었고, 마치 고대의 힘이 깃든 듯한 광기가 담겨 있었다. 인간의 정신이 감당할 수 없는 깊은 악몽 같은 것이었다. 앙드레는 머리를 감싸 쥐고 필사적으로 그 소리를 억눌렀지만, 그것은 집요하게 그를 쫓아왔다. 마치 어둠 속 악마가 그들의 혼을 휘감으려는 듯했다.
“젠장!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보르앙은 절규하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움 속에서 몸부림쳤다.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 우린 절대 여기서 나갈 수 없어!”
앙드레는 보르앙의 팔을 거칠게 잡아 끌며 그를 일으켰다.
“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마! 그들은 우리를 미치게 만들려는 거야!”
그러나 그 말에도 앙드레는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도 이미 속삭임은 점차 뇌를 갉아먹고 있었다.
숲은 그들의 발걸음마다 점점 더 위협적인 존재로 변해갔다. 어둠 속에서 나오는 소리, 나무 사이의 그림자, 모든 것이 그들을 사냥하는 듯한 기세였다.
그러나 그 순간, 그들 앞에 다시금 그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와 하나가 된 것처럼 보였던 그 괴이한 존재는 이제 더욱 명확해졌다. 그것은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고대의 신화 속에서 튀어나온 악몽 같은 존재였다. 그 형체는 인간의 형태를 흉내 내고 있었지만, 결코 인간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 몸은 나무 껍질로 뒤덮인 듯 거칠었고, 그 틈 사이로 무언가 검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그 눈은 없다시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은 더할 나위 없이 강렬했다.
“너희는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그 목소리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속삭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숲의 주인,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존재하는 고대의 힘이었다. 그 목소리는 깊고, 무겁고, 절대적인 권위로 앙드레와 보르앙을 압도했다.
앙드레는 두려움 속에서도 총을 들어 형체가 있을 법한 곳을 향해 발포했다.
“저리 비켜!”
연이은 총성이 숲에 울려 퍼졌지만, 그는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숲의 존재에게는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한 발악일 뿐이었다. 그들의 현실은 점점 더 악몽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난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이 미친 숲에서 더는 살고 싶지 않아!”
보르앙의 목소리는 이미 공포에 잠식되었다. 그는 악을 쓰며 총을 난사했고, 그와 동시에 마치 탈출이라도 하려는 듯 숲 속으로 달려갔다. 그의 발소리는 점차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너희들은 나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목소리는 이제 그들의 정신 깊숙이 침투했다. 그것은 그들의 의식을 잠식하고, 희망을 빼앗아가려는 이 숲의 주인이었다. 앙드레는 애써 숨을 고르며 정신을 가다듬으려 했지만, 그의 떨리는 손끝은 상황이 더는 통제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2
그 순간, 숲 속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뼈와 고기가 찢겨나가는 불쾌한 소리였다. 앙드레의 심장은 그 소리와 함께 마구 요동쳤다. 그는 고개를 돌려, 보르앙을 찾아 숲을 향해 달렸다.
“보르앙…”
그는 보르앙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동료를 찾으려 했지만, 직감과 숲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가 이미 늦었다는 것을 분명히 전하고 있었다.
앙드레는 피 냄새를 맡으며 나무 사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가 마주한 것은 끔찍한 광경이었다. 보르앙의 상체는 나무 뿌리에 걸쳐져 있었고, 그 주위로 피가 뿌려져 있었다. 그의 눈은 넓게 뜨여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이미 생명의 빛이 아니었다. 그의 몸은 잔인하게 찢겨 있었고, 그의 마지막 순간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음이 분명했다.
“제길…”
앙드레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보르앙은 단지 탈출을 원했을 뿐이었지만, 이 숲은 그를 잔혹하게 집어삼켰다.
앙드레는 무거운 마음으로 보르앙의 눈을 감겨주었다.
저벅 저벅..
앙드레는 숲을 헤매며 보르앙의 죽음을 애써 외면하려 했다. 그의 마음은 무거운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몸은 피로로 비틀거렸다. 동료들의 처참한 죽음은 이곳이 단순한 밀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곳은 어둠 속에서 살아 숨쉬는 무엇인가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 앙드레는 그것이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힘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숲의 나뭇가지들은 마치 손길처럼 그를 에워싸며 길을 막았다. 그는 방향을 잃고, 숲 속에 갇힌 사냥감처럼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이때, 숲을 가로질러 섬뜩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 속삭임은 이 숲의 어둠 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앙드레는 본능적으로 속삭임을 피하려 했지만, 그 소리가 그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곳을 떠나지 마라. 너는 나의 운명 속에 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자연 그 자체였다. 앙드레는 정신을 집중하며 그 소리를 따라갔다. 그의 심장은 두근거렸고, 온몸은 긴장으로 굳어졌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이 이제껏 경험한 그 어떤 적보다 강력한 존재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숲을 헤매며 계속 나아가던 중, 앙드레는 나무들 사이에 거대한 돌탑 무리를 발견했다. 돌탑들은 수천 년의 세월을 견디며 자연 속에 숨겨진 채 있었다. 마치 숲과 하나가 된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이질적인 에너지가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오랜 고대의 문양들이 돌탑을 감싸고 있었고, 그 중심부에는 무엇인가 봉인된 듯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앙드레는 돌탑 앞으로 나아갔다. 그곳에서 그는 다시 한번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엔 훨씬 더 명확하게, 강력하게 그의 의식을 파고들었다.
“너는 나를 봉인하려 하는가? 나는 인간이 거슬러선 안 되는 힘이다. 나는 이 자연의 질서를 관장하는 존재다. 너희는 이 세계에 불협을 가져왔다.”
앙드레는 그 소리가 탑의 중심부에서부터 나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 목소리의 정체는 고대의 자연적 존재였다. 그것은 인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힘을 가진 존재였고, 인간의 욕망과는 대치되는 힘이었다. 자연의 질서를 수호하며, 인간이 질서를 어지럽히려 할 때마다 깨어나 그것을 바로잡는 존재였다.
앙드레는 생각했다.
그가 속한 부대가 이곳에 파견된 이유는 이 고대의 존재를 다시 봉인하기 위해서라는 것. 그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명령에 따라 이곳에 왔던 것이다. 명령을 내린 자는 고대의 존재가 완전히 깨어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앙드레는 여전히 그들이 진정한 목적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앙드레는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 결단을 내렸다. 이 고대의 존재가 깨어나기 전에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사실은 명확했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이 존재를 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전혀 알지 못했다. 보르앙의 죽음이 떠올랐고, 이대로 무기력하게 또 다른 희생을 겪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그는 눈앞에 있는 돌탑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탑의 표면은 고대의 문양과 상형문자로 뒤덮여 있었으며, 그 안에는 강력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었다. 이 탑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었다. 분명히 이 안에는 무언가 봉인된 것이 있었고, 그것이 서서히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앙드레는 탑의 중앙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곳에는 다른 부분과는 달리 눈에 띄는 문양이 있었다. 돌의 표면에 새겨진 손 모양의 문양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곳에 손을 대어 무언가를 작동시킬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앙드레는 잠시 그 앞에서 멈춰섰다.
주저함이 마음속에서 일었다.
“이게… 맞는 걸까?”
그는 손을 뻗으려 했다가 잠시 멈췄다. 이 문양에 손을 대는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이 봉인을 건드리는 것이 그 존재를 더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 존재는 완전히 깨어날 것이었고, 그땐 모든 것이 끝날 것이었다.
앙드레는 고개를 들어 다시 한 번 탑을 바라보았다. 이 돌탑은 수 세기 동안 이 존재를 가두어 왔을 것이다. 그렇기에 봉인을 연장하는 방법이 분명히 이 안에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결심뿐이었다.
“이곳이 유일한 길이야…”
그는 굳게 결심하고, 손을 뻗었다. 그의 손바닥은 탑 중앙의 손 모양 문양에 맞닿았다. 그 순간, 돌탑에서 차가운 기운이 그의 팔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는 몸서리를 쳤지만, 그 기운을 억누르며 손을 떼지 않았다.
“이게… 봉인 장치인 건가?”
앙드레는 문양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마치 고대의 기계가 천천히 작동하는 것 같았다. 돌탑 내부에서 낮은 진동이 울려 퍼지더니, 그와 동시에 탑을 둘러싼 에너지가 강하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네가 봉인을 연장한다고 해서, 너희 인간들이 이긴 것이 아니다. 나는 곧 깨어날 것이다. 너 또한 나와 대면하게 될 것이다.”
앙드레는 손끝으로 느껴지는 고통을 참아가며 봉인 장치를 힘껏 밀어 넣었다. 그 순간, 탑의 내부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고, 봉인석이 다시 한번 그 존재를 묶는 듯한 기운을 발산했다. 자연의 힘이 잠시 눌린 듯했고, 탑의 흔들림이 점차 멈췄다.
그러나 앙드레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일시적인 일 뿐이라는 것을. 그 고대의 존재는 여전히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언젠가 다시 봉인이 약해질 때, 그 존재는 완전히 부활할 것이었다.
“네가 지금 나를 막았지만, 나는 다시 깨어날 것이다. 너희가 만들어낸 혼돈은 이미 세상을 파괴하고 있다.”
앙드레는 허탈함 속에서 무릎을 꿇었다.
Written by : Michael
Subscribe To My Newsletter
BE NOTIFIED ABOUT BOOK SIGNING TOUR DATES
“Stay connected and be the first to know about my latest stories, updates, and exclusive content. Subscribe to my newsletter and never miss out on new adventures, writing tips, and behind-the-scenes ins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