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Recollections at the Enigma Laboratory”
애니그마 연구소에서의 기억
앙드레는 요아의 볼을 어루만지며 의료용 수조에 담겨 있는 그녀를 떠올렸다.
보글보글……!
원통형 수조에서 연한 초록빛 거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수액이 가득 찬 수조에 잠겨 있는 알몸의 여인은 요아였다. 요아의 입에는 호흡기가 물려 있었고 몸에는 수많은 전극이 연결돼 있었다.
앙드레는 아픔 어린 눈빛으로 요아를 바라보았다.
메트로레인과 연구실에서 함께 사투를 벌이는 동안 요아에게 애틋한 감정이 싹트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발로였다. 숱한 고비를 넘기면서 그들은 서로를 지켜주려는 투혼이 가슴으로 전해진 것이다.
앙드레가 나직한 어조로 물었다.
“테네시, 요아가 치료될 수 있는 거겠지?”
테네시가 부드러운 기계음으로 대답해 주었다.
“장담할 수는 없어요. 요아 언니는 괴수들의 변이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어요. 과거 앙드레의 혈청에서 추출한 치료제를 처방했는데 치료가 가능할지 모르겠군요.”
“반드시 살려.”
“그럴게요. 요아 언니르 치료하지 못하면 앙드레가 저를 파괴할지 모르니 최선을 다해야지요. 그리고 앙드레도 감염되었으니 어서 치료를 해야 합니다.”
“난 예전에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치료됐잖아? 한데도 다시 감염되는 건가?”
“좀비 바이러스는 항체와 접촉하면 새로운 형태로 변이됩니다. 아직까지 좀비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퇴치할 치료제는 완성되지 않았어요. 혈액 속의 바이러스를 추출해 수백 종의 약을 투입해서 증상을 최대한 늦출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앙드레는 요아가 들어있는 원통형 수조를 매만졌다.
“그럼 나도 완전하게 치료된 것이 아니라는 건가?”
“앙드레는 현재 완치된 상태입니다. 치료를 하는데 무려 팔 년이나 걸린 거죠. 그렇다고 해도 다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료제를 투입해야 해요.”
“완벽한 치료제 개발에는 얼마나 걸릴까?”
“좀비 바이러스의 계속된 변이 구조를 모두 파악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도쿄와 런던에는 저보다 개량된 지능형 슈퍼컴퓨터가 존재해요. 아마 인류가 멸종되기 전에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거예요.”
“인류의 멸종이라……. 테네시. 네가 인간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구나.”
앙드레가 쓴 웃음을 띠자 테네시가 온화한 어조로 변명했다.
“미안해요, 앙드레.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요. 인류는 지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지능을 지닌 고등생물입니다. 지구가 쪼개지기 전에는 어떻게든 생존할 거예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인류가 지구의 주인은 아니니까. 지구의 오랜 역사에 비하면 인간이 살아온 역사는 아주 짧다고 할 수 있지.”
“그렇기는 해요. 지구의 역사를 하루에 비유하면 인간의 역사는 대략 삼백 초에 불과하니까요. 제가 지닌 데이터로 예상하면 좀비 세상이 오지 않았어도 인류는 오백 년을 넘기기가 어려울 겁니다.”
“그럼 좀비들에게 감사해야겠군. 인류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면 인구폭발을 걱정하지 않고 수천 년은 더 존속될 수 있을 테니까.”
“앙드레,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지고 있어요. 어서 의료 수조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오케이.”
앙드레는 옷을 모두 벗고 원통형 수조로 들어갔다.
호흡기를 입에 물자 곧바로 밑바닥서부터 수액이 차올랐다. 수액은 적당한 온도를 지녔기에 조금도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수조에 수액이 가득 채워지자 정교한 의료형 로봇 팔들이 튀어나오며 앙드레의 몸에 전극을 부착하고 혈액을 채취했다. 호흡기에 수면가스가 투입되었는지 앙드레는 점차 몽롱함에 젖어 들었다.
그의 마지막 기억은 옆의 수조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요아였다.
그리고 닷새 후 두 남녀는 치료를 끝내고 수조에서 나올 수 있었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도 온전하게 다시 태어났으니 전사의 부활이었던 것이다.
새로운 출발
뜨거운 교합을 마친 앙드레와 요아는 나란히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요아는 앙드레의 팔을 베며 살포시 가슴에 안겼다.
“앙드레, 엘리시움을 접수하고 나면 나도 함께 제니를 찾아 떠날 거야. 이미 마음을 정했으니 다른 소리하지 마.”
“헬돔은 어쩌고?”
“나 하나 없다고 헬돔이 무너지겠어? 사실 그동안 반복적인 좀비 사냥에 염증을 느꼈는데 덕분에 런던까지 해외여행을 하게 돼 기대가 커. 쪽팔리지만 난 아직 해외여행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
앙드레는 요아의 볼을 어루만져 주었다.
“요아가 옆에 있다면 나도 외롭지 않겠지. 하지만 너무 위험해.”
“난 애니그마 연구실에서 이미 죽은 몸이야. 운 좋게 부활했으니 여분의 삶을 살고 있는 거지. 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게다가 좀비 슬레이어인 앙드레가 날 지켜줄 거잖아?”
요아는 앙드레의 목을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었다. 깊은 관계를 맺어서인지 요아의 키스가 초콜릿처럼 달콤했다.
앙드레는 요아를 뜨겁게 포옹했다.
팔년 만에 깨어난 새로운 세상에서 그에게 친구는커녕 아는 사람 한 명도 없었다. 한데 이제 그와 영혼을 교류할 수 있는 반려자를 만난 것이다.
‘그래, 요아. 함께 런던으로 가자!’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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