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Michael’s Joining”
마이클의 합류
탕, 탕, 탕!
쌍권총에서 발사되는 총알은 정확히 좀비들의 이마에 박혔다.
가로수를 타고 오르던 좀비들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가로수를 에워싼 좀비들의 숫자는 백여 구에 가까워 권총으로 이들 모두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군다나 바닥에 사체가 쌓이면서 좀비들은 동료의 사체를 계단처럼 밟고 가로수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마이클은 좀비들이 발치까지 다가서면 면상에 대고 권총을 쏴서 떨어뜨렸다.
“새끼들, 지겹게 기어오르는군. 내 몸 하나 뜯어먹어봐야 니들 간에 기별이라도 가겠어?”
마이클은 리벌버 권총의 회전식 탄창에 총알을 끼어 넣고는 기어오르는 좀비들을 향해 쌍권총을 한 방씩 쏘아댔다.
나뭇가지에서 자칫 떨어지기라도 하면 곧바로 좀비들의 식사가 될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그의 대응은 침착하면서도 여유가 있었다.
가로수 가까운 곳에 그와 함께 외부 순찰을 나섰던 두 동료가 쓰러져 있었다.
순찰대원들은 수많은 좀비들에게 물어 뜯겨 절반은 해골로 변해 있었다. 좀비들에게 뜯기는 와중에 피가 산화돼 완전히 뜯어 먹히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태면 좀비로 되살아나기도 어렵다.
차라리 그런 편이 낫다. 만일 영혼이 존재한다면 자신의 육신이 추악한 좀비로 되살아났다는 사실에 슬퍼할 테니까.
부다당…….!
바이크의 소음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마이클은 눈썹 위에 손을 대고 소음이 들려오는 방향을 살펴보았다. 멀리 빌딩 사이로 지나가는 5대의 바이크가 순간순간 보였다.
그는 구원을 청하는 외침을 지르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제기, 헬돔의 무법자들이잖아?”
헬돔과 엘리시움은 앙숙지간이다.
서로가 서로를 무시하기에 도움을 청하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기에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물론 도움을 청해도 들어줄 상대가 아니었다.
이때 가로수를 타고 오른 좀비 하나가 마이클의 군화를 움켜쥐고는 입을 쩍 벌렸다.
“새끼야, 내 군화에 더러운 침 묻히지 마!”
마이클은 좀비의 벌린 입에 대고 권총을 쏘았다.
타앙!
뒤통수가 터진 좀비는 맥없이 추락하면서 애써 가로수를 타고 기어 올라온 다른 좀비들과 뒤엉켰다.
마이클은 탄띠가 비었음을 확인했다. 이제 남은 총알은 탄창에 든 게 전부였다.
“이쪽은 세 발, 요쪽은 다섯 발이 남았군.”
모두 8발.
하지만 좀비들의 식사가 되기 전에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쏴 죽어야 하니까 좀비들을 쏠 수 있는 총알은 7발뿐이다.
마이클은 좀비들에게 뜯겨 참혹한 사체로 변한 두 요원을 내려다보았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못할 테니 내 몸은 뼈도 남기지 않은 채 깨끗하게 처리가 되겠군.”
그는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을 애써 떨쳐내기 위해 웃음을 흘렸다.
“크흣, 좀비로 되살아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연이어 4발이 발사됐다.
30구에 가까운 좀비들이 가로수 아래 쌓이면서 디딤판이 되었기에 높이 않은 가로수는 더 이상 피신처가 될 수 없었다. 동료들의 사체를 밟고 오른 좀비들은 마이클을 붙잡기 위해 깡충깡충 뛰어댔다.
남은 총알은 3발 뿐.
이제는 좀비들을 골라 죽일 기회조차 얼마 남지 않았다.
“어서 바이크 돌려!”
앙드레가 강하게 요구했지만 요아는 시큰둥하게 응수했다.
“엘리시움 보안요원 놈들과는 상종하지 않는 게 우리 헬돔의 원칙이야. 놈들 역시 마찬가지이고. 놈들은 좀비들에게 먹히는 우리 헬돔 전사들을 구경하면서 키득거려. 그런 놈들을 왜 구해 줘?”
“인류의 적은 좀비이지 엘리시움이 아니야. 더군다나 지금은 엘리시움과 교섭을 해야 할 처지잖아?”
“이건 교섭과 무관해. 엘리시움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보안요원을 구해준 일을 불쾌하게 생각할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좀비에게 먹힐 사람을 두고 같잖은 자존심 싸움이나 할 거야?”
앙드레가 바이크에서 뛰어내리려 하자 요아가 핸들을 틀었다.
“알았어! 가면 되잖아?”
그녀는 경적을 울려 뒤따르는 대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좀비 몇 마리 사냥하고 가자!”
5대의 바이크는 빌딩 사이의 이면 도로를 따라 빠르게 달려갔다.
탕, 탕!
이제 쌍권총에 각기 1발의 총알만 남았다.
“혹시 재수 없게 불발탄이 있을 수 있으니 여기서 끝내야겠군.”
마이클은 자신의 정수리에 총구를 갖다 댔다. 이제 방아쇠만 당기면 해결된다.
남다른 배짱과 뛰어난 사격술로 레벨 블루까지 오른 그였지만 서브시티에서의 삶은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외부 순찰을 자청한 그였지만 오늘은 일진이 나빴다.
“그래, 오늘은 참 재수 없는 날이야.”
그는 자신을 잡어 먹기 위해 아귀처럼 허공을 할퀴는 좀비들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새끼들아, 이왕이면 사이좋게 나눠 먹어”
한데 이때였다.
투투투!
바이크들이 달려들면서 총알이 빗발쳤다.
일제히 바이크를 멈춰 세운 앙드레와 요아 일행이 일렬로 늘어섰다.
투투투, 탕탕!
소총과 권총이 불을 뿜으면서 좀비들이 속속 나자빠졌다. 좀비들의 숫자가 70여 구나 되었지만 상대는 좀비 슬레이어이자 헬돔의 전사들이었다. 좀비들이 달려드는 속도보다 머리통이 터져 쓰러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마이클은 다가서는 헬돔의 전사들을 보고는 욕설을 퍼부었다.
“이 새끼들아, 누가 구해달라고 했어?”
바닥으로 뛰어내린 마이클은 데이스 일행을 향해 몰려가는 좀비 둘의 뒤통수를 향해 마지막 총알을 먹였다.
철컥철컥!
빈 방아쇠 소리가 울려 퍼지자 마이클은 방아쇠 걸이에 손가락을 걸어 바람개비처럼 회전시키고는 묘기를 부리듯 허리춤의 총집에 찔러 넣었다.
“젠장, 총알만 넉넉했어도 나 혼자 모조리 해치우는 건데.”
마이클은 좀비의 사체들을 뒤져 자신의 카우보이모자를 찾아냈다.
“그래도 모자까지 뜯어먹지는 않았군.”
그는 모자를 툭툭 털고는 머리에 썼다.
좀비들이 모두 소탕되자 앙드레가 마이클 앞으로 다가섰다.
“다친 데는 없소?”
한껏 마뜩찮은 표정을 짓고 있던 마이클은 앙드레를 확인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레벨 블랙 앙드레 김?”
앙드레도 비로소 상대를 알아보았다.
“엘리시움의 특별요원 마이클?”
그러했다. 마이클은 하루 전 메트로레인 3호선에서 좀비에 물린 여인에게 가차 없이 총알을 먹인 레벨 블루의 보안요원이었던 것이다.
“앙드레 씨!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되어 정말 고맙소.”
마이클은 주변의 헬돔 전사들에게는 일별도 주지 않은 채 앙드레를 포옹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이것도 인연이니 서브시티로 가서 한잔합시다.”
앙드레는 마이클을 가볍게 밀어냈다.
“여기는 어쩐 일이오?”
“난 순찰 전담요원이오. 아침에는 구역 외부를 순찰하고 오후에는 메트로레인을 두루 점검하는 게 내 임무요. 한데 재수 없게 좀비들에게 둘러싸여 요원 둘을 잃게 되었소. 본부에 지원을 요청했는데 앙드레 씨가 이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소.”
“위기에 처한 사람이 당신인지 몰랐소. 참, 감사는 내 동료들에게도 해야 하지 않겠소?”
“동료?”
마이클은 헬돔 전사들을 죽 둘러보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앙드레, 당신이 이제 헬돔의 무법자가 된 거요?”
“난 엘리시움이나 헬돔 소속이 아니오. 이들은 나를 도와줄 협력자들이오.”
“난 헬돔의 무법자들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없으니 사례하지 않겠소. 뭐, 그게 고깝다면 날 죽이든가.”
마이클이 냉담하게 응수하자 요아가 담배를 피다가 연기를 후욱 내뿜었다.
“봤지, 앙드레? 그래서 구해줄 가치가 없는 놈이라니까. 공연히 총알만 낭비했잖아?”
“공연한 낭비는 아니야. 우리를 메트로 십칠 구역으로 안내해 줄 테니까.”
앙드레가 마이클을 돌아보며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메트로 십칠 구역의 담당자 한스 역장과 통화했소. 십칠 구역으로 안내를 부탁하겠소.”
“아니, 한스 역장이 제정신인가? 정말 헬돔의 무법자들을 서브시티로 들이겠다고 했단 말이오?”
“비공개로 은밀하게 추진하는 작전이니 서브시티 시민들은 알지 못할 거요.”
“대체 무슨 이유로…….?”
마이클이 여전히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자 요아가 사납게 다그쳤다.
“안내나 해! 소목동 주제에 어딜 끼어들려는 거야?”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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