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Surprise attack”
기습
1
부아아앙!
2대의 바이크와 한 대의 방호차량이 이케부구로 외곽의 세카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바이크에는 각기 요아와 왕첸이 타고 있었다.
요아가 왕첸을 향해 물었다.
“야쿠자 보스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예전에 영화에서 보니까 문신을 잔뜩 새겼던데?”
“문신은 조무래기나 새기는 거 아냐? 진짜 보스들은 문신 같은 거 안 새겨도 되잖아?”
“바보, 태어날 때부터 보스로 정해진 놈 있어? 조무래기서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갔을 테니 전신이 문신으로 도배돼 있을 거야. 참, 왕 서방도 삼합회의 조무래기 출신이니 몸에 문신 깨나 있겠는 걸?”
“난 문신 없어. 지저분하게 문신 따위는 왜 새겨?”
“큿, 문신이 꼭 지저분한 것은 아니야. 적당히 새기면 조금 은 폼 나기는 하지.”
“요아도 문신을 새겼어? 못 봤는데?”
“당연하지. 은밀한 곳에 새겼는데 왕 서방이 어떻게 봤겠어?”
“은밀한 곳……? 어딘데?”
“왜, 보여 줘?”
요아가 가죽점퍼의 지퍼를 내리려 하자 왕첸은 방호차량을 힐끗 보다가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됐어. 공연히 캡틴한테 맞아죽고 싶지 않아.”
“하하, 보고 싶으면 말해. 언제든 보여줄 테니까.”
방호차량에는 네 사람이 타고 있었다.
마츠이 지부장이 직접 핸들을 잡았고 조수석에는 앙드레, 뒷좌석에는 하메시와 모리가 나란히 앉았다.
모리는 M60에 장전할 나토 탄띠를 점검하고 있었다.
“본부장, 보스 세 놈이 모두 나온다고 했소?”
“그렇소. 최소한의 경호원만 대동하기도 했으니 그 무시무시한 무기를 점검하지 않아도 될 거요.”
“야쿠자 놈들은 믿지 못할 종자들이오. 깡패 나부랭이를 어찌 믿으려는 거요?”
“명색이 보스들 아니오? 일단 만나 봅시다.”
앙드레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내심 의아함에 젖었다.
‘모리 상은 같은 일본인들을 경시하는 경향이 심해. 상대가 단지 야쿠자라서 그런 건가?’
모리는 탄띠를 감아 등받이에 걸쳐 놓았다.
“하메시는 가급적 야쿠자 보스 놈들 눈에 띄지 마.”
“왜요?”
“그 새끼들 취향이 지저분해. 아마 너를 보면 여학생을 옷을 입히려 들 거다.”
“왜요?”
“왜냐하면……”
모리가 능굴 맞은 표정을 짓자 마츠이가 룸밀러로 모리를 보면서 말허리를 잘랐다.
“허어! 그만 하시오, 모리 상. 아직 어린 하메시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메시가 동안이라 그렇지 어린애는 아니오. 아, 알겠으니 그만 합시다.”
모리 편히 기대앉으며 앞좌석의 앙드레에게 말했다..
“캡틴, 도쿄의 메트로레인을 단숨에 장악할 수 있는 묘책이 있네.”
“말해 보시오.”
“야쿠자 오대보스 중에서 대가리 두 놈이 죽어 이제 셋만 남았네. 하세가와를 비롯해서 다른 두 놈도 다 변변치 못하네. 대면하는 즉시 놈들의 이마에 매그넘 총탄을 한방씩 먹여 주게. 야쿠자 놈들이 당장 캡틴을 오야붕으로 섬길 거네.”
“모리 상이 직접 보스들을 날려 보내면 되지 않소?”
“난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일세. 모리상사만 되찾으면 예전처럼 무기거래나 하면서 지내고 싶어. 야쿠자 오야붕이 될 마음은 추호도 없네.”
모리는 시가를 질끈 깨물었다.
“난 애니그마 새끼들한테 복수하고 싶은 마음뿐일세.”
2
애니그마 일본연구소.
“시간은 11시, 장소는 세카와라고?”
윤서경이 되묻자 나오미가 분명하게 대답했다.
“예. 지부장님. 하세가와 보스가 두 번이나 확인해 주었습니다.”
“좋아, 당장 경비국장 호출해.”
비디오폰 스위치를 내린 윤서경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세크메와 통화했다.
“세크메 연결.”
곧바로 벽의 멀티비전이 켜지면서 세크메의 모습이 보였다.
“예, 지부장님.”
“지금 세카와 지역을 위성으로 확신할 수 있냐?”
“지금은 상공을 지나는 위성이 없습니다. 대신 지도와 자료 사진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세카와 지역의 사진을 모두 띄워 봐.”
“알겠습니다.”
멀티비전 화면에 세카와 지역의 건물과 배경 사진들이 겹쳐서 나왔다.
이때 문이 열리며 미야모도와 나오미가 들어섰다.
윤서경은 그들에게 다가오라는 손짓을 하며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가미카제의 본부장 마츠이가 야쿠자 보스들과 세카와에서 회동한다고 했다. 마츠이 쪽에서는 모리와 앙드레 김이 대동한다. 회합 장소를 추정해 봐.”
“앙드레 김이라면 한국연구소에서 실험 대상이었던 그 사람을 말하는 겁니까?”
“맞아.”
화면에 앙드레의 사진과 외인용병으로 참전한 전투 사진이 배경으로 나타났다.
“가미카제와 야쿠자는 적대관계입니다. 협상을 위한 회동이라고 해도 서로를 경계하기에 은폐물이 없는 장소를 선택할 겁니다. 또한 좀비들의 습격에도 대비해야 하기에 주변이 트인 장소가 적격입니다. 사케와에서는 혼마루 공용주차장이 조건에 가장 부합합니다.”
윤서경은 나오미를 돌아보았다.
“하세가와한테 최종 장소에 대한 연락은 아직 없었나?”
“예, 세카와에 도착해야 정확한 장소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흐음, 용의주도하군. 하지만 세크메가 장소를 추정했으니 그곳으로 좀비들을 집결시켜야겠어.”
멀티비전 화면에 세크메의 모습이 나타났다.
“지부장님, 혼마루 공용주차장이 회동 장소라면 공격을 해도 성공할 확률은 십 퍼센트 미만입니다.”
“도쿄의 좀비들을 모두 동원해도 말이냐?”
“앙드레 김은 우수한 전투력을 지닌 강력한 좀비 슬레이어입니다. 혼마루 공용주차장은 은폐물이 전혀 없기에 접근하기도 전에 발각됩니다. 좀비들의 느린 행보를 감안하면 앙드레 김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세크메의 회의적인 진단에 윤서경도 공격을 고집할 수가 없었다.
“놈을 죽일 기회는 흔치 않다. 지금 제거하지 못하면 우리가 오히려 당할 수 있다.”
서울에서 참패를 당해 엘리시움을 빼앗긴 윤서경으로서는 앙드레의 존재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세크메가 부드러운 어조로 그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지부장님, 굳이 앙드레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추격할 이유가 없습니다. 충분한 전력을 갖추고 그를 끌어들이면 됩니다.”
“어떻게 말이냐?”
“가미카제 본부를 기습하는 겁니다.”
“기습?”
잠시 생각을 굴린 윤서경이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과연 세크메야. 그런 방법이 있었군.”
“상세한 전략으로는…….”
“아니, 됐다. 전략이라면 내가 너보다는 앞서니까.”
윤서경은 회심의 미소를 띠며 담배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세크메에게 결정적인 조언을 얻는 것으로 충분했다. 앙드레에 대한 원한이 뼈 속까지 깊은 그로서는 자신의 전략으로 앙드레를 죽이고 싶었다. 그래야 보다 통쾌할 것 같았다.
“미야모도 국장, 사나운 맹수를 사냥해야 하니 최정예 대원들을 대기시키게.”
“지부장님께서 직접 출동하실 생각이십니까?”
“물론이네. 놈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야 해.”
윤서경은 서늘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것도 아주 고통스럽게!”
3
세카와 혼마루 공용주차장.
개천가에 자리한 공용주차장은 상당히 넓었다. 주차장 곳곳에 폐기된 차량이 널브러져 있지만 대부분 비바람에 삭아버려 폭삭 내려앉아 있었다.
개천가 북쪽 다리 근처에는 한 대의 방호차량과 세워져 있었다.
방호차량 지붕 위에서 쌍원경으로 주변을 감시하고 있는 왕첸이 장난스럽게 떠버렸다.
“이곳은 감시 초소다. 좀비 새끼들이 점심식사 중인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시계는 아주 양호하다. 현재까지 이상 없다, 오버.”
방호차량이 만들어낸 그늘 아래의 바이크에는 요아와 하메시가 각기 앉아 있었다.
요아가 담배를 피우며 역시 장난스럽게 응수했다.
“햇살이 뜨거운데 고생 많구나, 초소. 이참에 일광욕한다고 생각하도 열심히 주변을 감시하라, 오버.”
“햇살이 졸라 뜨겁다. 신속하게 임무 교대 바란다, 오버.”
“깜빡 잊고 선크림을 챙기지 못했다. 피부가 두꺼운 왕 서방이 계속 근무 수행하기 바란다, 오버.”
하메시는 두 사람의 장난스런 대화를 지켜보면서 피식 실소를 흘렸다.
“훗, 요아 언니는 왕첸과 정말 죽이 잘 맞아.”
“그렇기는 해. 왕 서방이 없었으면 정말 심심했을 거야.”
요아는 주차장 중간에 서 있는 앙드레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앙드레는 지나치게 신중하고 과묵해서 재미가 없지.”
“그래도 캡틴을 좋아하잖아.”
“당연하지. 지금 세상에서 저만한 사내가 어디 있다고? 잘 생겼지 든든하지 싸움 잘하지 게다가 밤에도… 하하, 이건 십구금 대화라 못하겠군.”
요아는 방호차량 지붕에 있는 왕첸을 힐끗 보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하메시, 너 요즘 행복하겠다?”
“왜?”
“왜겠어? 여자는 그저 사내들이 달라붙어야 행복할 수 있는 거야. 한데 왕첸의 강력한 라이벌이 생겼잖아?”
“라이벌? 누군데?”
“이그, 순둥이. 너 정말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거야? 유키나가가 너한테 관심 많잖아?”
“……?”
“너를 처음 볼 때마부터 녀석의 눈빛이 반짝이더군. 하긴 도쿄 어디에도 너처럼 매력적인 일본 여자애가 어디 있겠어?”
하메시는 슬며시 요아의 눈길을 피했다.
“난 관심 없어.”
“유키나가 그녀석이 괜찮기는 해. 나이도 하메시보다 별반 많지 않고 말끔하게 생겼잖아? 게다가 마츠이 본부장의 아들이니 향후 일본 재건의 주역이 될 거야. 혹시 알아? 녀석이 메트로도쿄의 시장이 되면 네가 시장 부인이 될지?”
“그만해, 언니. 난 캡틴을 따라 런던까지 갈 거야. 내 가족과 친구들을 해친 악마를 꼭 내 눈으로 볼 거야.”
요아는 담배연기를 뿜으며 꽁초를 손끝으로 튕겼다.
“그건 말리지 않겠지만 앙드레한테는 딴마음 품지 마. 내가 침을 잔뜩 발라놓았으니까.”
주차장 중앙에 서 있는 세 사람은 앙드레와 마츠이, 모리였다.
모리는 시가를 빨면서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졸라 덥군. 새끼들이 왜 여태 오지 않는 거야?”
마츠이가 눈썹 위로 손을 대며 진입도로 쪽을 주시했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회동 장소를 잠시 전 알려주었잖소? 아, 저기 오는군.”
3대의 지프가 주차장 동쪽 진입도로를 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약간 떨어진 뒤쪽으로 6대의 개조트럭이 보였다. 아마도 야쿠자 보스들의 경호대로 보였다.
모리가 거칠게 가래침을 뱉었다.
“카악! 내가 뭐라고 했소? 새끼들이 간덩이가 작아서 꼭 애들을 대동하고 다닌다니까.”
주차장 입구에서 정차한 지프에서 하세가와를 비롯한 보스들과 행동대장들이 내렸다. 삼대보스는 행동대장을 남겨 놓은 채 주차장 중앙으로 걸어왔다.
삼대보스는 모리는 보고는 적개심 어린 눈빛을 발했다. 모리 역시 그들을 쓸어보고는 무시하는 태도로 느긋하게 시가만 피웠다.
“오랜만이오, 하세가와 보스.”
마츠이가 먼저 악수를 청했다.
“하하, 마츠이 본부장. 만나서 반갑소. 본부장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나오지도 않았을 거요.”
하세가와는 앙드레를 훑어보며 물었다.
“이 친구가 한국에서 왔다는 앙드레 김?”
“그러하오. 비스트 좀비들의 서식지를 날려버린 영웅이오. 내가 소개하리다.”
마츠이가 삼대보스를 차례로 소개했다.
“앙드레 캡틴, 이쪽이 이나가와카이의 하세가와 보스일세. 여기 두 분은 아이스 고데츠의 시노부라 보스와 마츠바카이의 요시모토 보스이네.”
모리가 조롱하듯이 한 마디 던졌다.
“이름이 졸라 헷갈리지? 일본 이름이 본래 그러하네.”
앙드레는 삼대보스에게 간단히 눈인사만 건넬 뿐 악수는 하지 않았다.
“앙드레요.”
하세가와가 삼대보스를 대표해서 물었다.
“이번 회합은 앙드레 캡틴 때문에 이루어진 것으로 아는데 무슨 일이오?”
“나는 애니그마 일본연구소를 파괴하고 지부장인 윤서경을 죽이기 위해 한국에서 왔소. 하지만 다수의 좀비들 때문에 지상으로 침투할 수가 없소 메트로레인을 통해 연구소로 진입하고자 하오. 하여 도쿄의 메트로레인을 통제하고 있는 보스들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하오.”
“우리가 왜 당신을 도와야 하지?”
“이 세상에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린 악마가 바로 애니그마 연구소이기 때문이오.”
“그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소?”
“모리 상의 말로는 윤서경이 모리상사를 공격할 때 좀비들을 동원했다고 했소. 쇼군 좀비까지 부활시켜 사무라이 좀비들을 조종했다고 하더군. 현 세상에서 좀비들을 다룰 수 있는 조직은 애니그마말고 또 누가 있겠소? 좀비 바이러스를 살포한 놈들이기에 누구보다 좀비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이 입증된 것이오.”
앙드레의 정연한 논리에 하세가와는 달리 반박하기가 어려워 두 보스의 눈치를 살폈다.
아이스 고데츠의 보스 시노부라가 모리에게 물었다.
“모리, 쇼군 좀비를 직접 봤느냐?”
“물론이다. 그 새끼가 내 심복인 야마시다를 뜯어먹었다. 캡틴의 말대로 애니그마 놈들이 좀비들을 조종하는 것은 확실하다. 야쿠자 따위한테 무너질 내 회사가 아니었어.”
이번에는 마츠바카이의 보스가 요시모토가 격한 어조로 다그쳤다.
“오자키 보스와 조직원들은 네가 설치한 부비트랩에 모두 죽었다! 비열한 새끼!”
“이봐, 요시모토. 주둥이는 비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너 같으면 네 구역을 침범한 놈들한테 고분고분하게 구역을 내주겠냐? 당연히 목숨을 걸고 싸워야지. 나는 본래 애니그마 놈들을 날려버릴 생각이었는데 미련한 오자키가 불나방처럼 먼저 뛰어들었다.”
모리는 시가 연기를 뿜으며 차갑게 말을 이었다.
“한데 말이다 애니그마 놈들은 부비트랩에 한 놈도 죽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윤서경 그놈이 내가 설치한 부비트랩을 파악해 부하들을 투입시키지 않은 거다. 만일 놈이 진실한 놈이라면 동맹을 맺은 오자키의 진입도 만류했어야 했다. 하지만 놈은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이참에 오자키 조직을 날려버리려는 속셈이었지. 결국 놈의 계획대로 나카지마와 오자키가 죽으면서 도쿄의 야쿠자 조직은 쓰레기들만 남았지. 아, 미안. 너희들이 쓰레기라는 얘기는 아니고.”
하세가와가 모리의 비아냥거림을 물고 늘어졌다.
“모리! 네놈은 우리 야쿠자 조직의 공적이다!”
상황이 감정으로 격해지자 마츠이가 중재에 나섰다.
“그만들 하시오, 보스들, 그리고 모리 상도 자중하시오. 이번 회합은 도쿄의 재건과도 직결되는 만큼 앙드레 캡틴의 제안을 보스들이 수용해 주기를 간곡하게 청하겠소. 악마 집단인 애니그마가 와해되면 앙드레 일행은 런던으로 떠날 거요. 이후 도쿄와 일본의 재건은 보스들과 우리 가미카제에 달려 있소.”
마츠이는 보스들과 눈을 마주치며 분명하게 부언했다.
“지금 인간의 적은 좀비요. 이점을 주지해야 할 거요.”
도쿄 재건을 강조하는 설득에 시노부라와 요시모토는 다소 호의적인 기색을 띠었다.
“뭐, 우리와 싸우지 않겠다면 굳이 적이 될 필요는 없지.”
“내 생각도 그러네. 일본에 눌러 살지 않고 떠나겠다면 메트로레인을 잠시 열어줘도 무방할 것 같군.”
하지만 하세가와가 강경하게 반대했다.
“시노부라, 요시모토. 한국에서 온 저 조센징을 어떻게 믿고 메트로레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건가? 지금 우리 야쿠자 조직은 분열 상태일세. 가미카제가 밀고 들어오면 우리의 구역을 모두 빼앗길 수밖에 없어!”
그는 싸늘한 미소를 띠며 앙드레를 도발했다.
“캡틴 앙드레, 당신이 좀비 슬레이어라면 좀비 따위를 두려워할 일은 없잖소? 일본연구소 주변의 좀비들을 날려버리고 지상으로 침공하는 건 어때?”
앙드레 대신에 모리가 말을 받았다.
“이봐, 하세가와! 너 구린내가 나는구나. 다른 보스들은 동의하는데 왜 네가 나서서 지랄이야. 너도 혹시 오자키처럼 윤서경 그 새끼와 비밀 협정을 맺은 것은 아니냐?”
정곡이 찔린 하세가와는 내심 뜨끔했지만 정색하며 반박했다.
“모리! 네놈이 한국에서 자들과 내통해서 본거지를 되찾기 위해 술수를 꾸미고 있는 것 다 안다! 마츠이 본부장, 당당한 가미카제가 어떻게 저런 추잡한 무기상과 한 패가 된 거요?”
마츠이가 엄한 표정으로 하세가와를 직시했다.
“말 삼가시오, 하세가와 보스! 구역을 빼앗길 것이 두려워 캡틴의 제안을 거부하겠다면 그뿐이지 왜 모리 보스와 우리 가미카제를 모욕하는 거요? 난 분명히 정중하게 부탁했소. 하지만 세 보스가 거부한 이상 우리는 필요한 메트로레인 일부를 점거할 수밖에 없소. 부디 일본의 재건을 위해 신중하게 생각하기를 바라겠소!”
모두가 존경하는 마츠이가 이렇듯 강경한 발언을 하기도 드문 경우이기에 시노부라와 요시모토는 난처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그들로서는 마츠이의 제안을 수용하고 싶어도 현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을 지닌 이나가와카이의 보스인 하세가와를 등질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내부적으로 전쟁을 벌여도 외부의 적이 침입하면 함께 맞서는 것이 야쿠자의 오랜 전통이기 때문이다.
이때 요아가 바이크를 몰고 급하게 달려왔다.
끼이익!
요아는 앞바퀴를 번쩍 쳐드는 묘기를 펼쳐 급정거했다.
“어서 본부로 돌아가야 합니다, 본부장! 애니그마 놈들이 좀비 군단을 대동해 기습을 펼쳐왔답니다!”
“뭐, 뭐야?”
마츠이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협상이 결렬됐으니 어서 귀환합시다!”
앙드레는 예리한 눈빛으로 삼대보스를 하나씩 직시했다.
“이번 회합은 비밀을 지키기로 했는데 누군가 누설했나 보군. 애니그마 놈들이 우리가 출타한 틈을 타고 본부를 노린 타이밍이 너무 교묘해.”
하세가와가 팔짱을 끼며 냉소를 쳤다.
“흥, 우리 야쿠자 조직은 애니그마와 무관한다. 너희가 어떻게 애니그마를 상대하는지 즐겁게 지켜보겠다.”
그러자 모리가 정확하게 하세가와를 지적했다.
“하세가와, 배신자가 바로 너였구나! 나카지마와 오자키에 이어 이제 네놈이 뒈질 차례다!”
앙드레 일행은 다가서는 방호차량으로 달려갔다.
부아아앙!
바이크와 방호차량에 탑승한 앙드레 일행이 공용주차장을 급하게 빠져나가자 하세가와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훗, 가미카제도 이제 끝났어.”
시노부라가 우려의 표정을 지었다.
“하세가와, 마츠이 본부장은 믿을 만한 사람이야. 애니그마 놈들이 박살나면 우리 삼대조직이 메트로레인을 장악할 수 있는데 왜 거부한 건가?”
“자네들은 앙드레란 놈과 모리를 믿을 수 있겠나? 우리가 메트로레인을 내주었다가 놈들이 그대로 밀고 들어오면 우리 야쿠자 조직은 와해되네. 가마카제는 전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방대한 조직이라 저들이 메트로레인을 한번 장악하면 탈환이 불가하네. 과연 우리가 온전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요시모토의 표정이 심하게 구겨졌다.
“니미,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군. 대체 어떤 놈과 손을 잡아야 하는 건가?”
“우리끼리 손을 잡는 거네. 그동안 야마구치와 스미요시가이가 차지했던 구역을 우리가 차지하는 거지. 자네들이 통합적인 통행권만 넘겨주면 수익은 자네들에게 배분해 주겠네.”
하세가와가 본색을 드러내자 시노부라가 경계의 빛을 띠었다.
“자네 조직이 메트로레인의 통합적인 운행권을 차지하겠단 말인가?”
“여태 구역을 분할하는 바람에 문제가 커졌던 거 아니겠나? 이제는 메트로레인 전체를 통합으로 운행해 도쿄를 재건해야 하네.”
“그건 자네 욕심이야.”
“훗, 아직도 사태 파악을 못하는 건가?”
하세가와는 회심의 미소를 띠며 두 보스를 번갈아보았다.
“만일 자네들이 끝내 구역을 고수하겠다면 애니그마에서 쇼군을 보낼 것이네. 좀비 군단을 거느린 사무라이 좀비들도 함께 말이야.”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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