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Uncertain Treatment”
3
부아아앙!
앙드레의 바이크는 이타바시를 지나고 있었다. 도로 변을 어슬렁거리다가 달려드는 좀비들은 요아의 몫이었다.
“그냥 자빠져 있어, 새끼들아!”
탕, 탕, 탕!
이마에 구멍이 뚫린 좀비들이 나가동그라졌다.
요아가 권총의 총구에 입김을 불며 물었다.
“아직 멀었어?”
“잠시 후면 신주쿠 구로 들어설 것 같다.”
“모리 보스는 무사하겠지? 무기와 탄약이 충분하니 대대급 병력도 상대할 수 있을 거야.”
“단지 야쿠자 조직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상대는 윤서경이야. 놈은 야비하고 교활해. 놈이 모리상사를 점거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면 이미 무너졌을 지도 몰라.”
“설마…….”
“그렇지 않기를 바라야지.”
앙드레는 도로에 널브러져 있는 폐차들을 피해 지그자그로 달려갔다.
이때 빌딩 사이의 골목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
끼이이익!
급정거한 바이크가 도로 위를 길게 미끄러졌다.
요아가 골목 쪽을 살폈다.
“총성 맞지?”
“확실해.”
“누군가 좀비와 싸우는 걸까?”
골목을 통해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전에 들은 적이 있던 독특한 음색에 두 사람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모리?”
“맞아, 앙드레! 이런 괄괄할 음성은 보스밖에 없어!”
“어서 가보자!”
부아아앙!
앙드레는 쓰레기 더미를 헤치며 골목을 따라 달려갔다.
탕, 탕!
이마에 구멍이 뚫린 두 구의 좀비가 아스팔트 위로 나가동그라졌다.
“헉헉……!”
쓰러져 있는 바이크에 기대앉아 있는 사람은 모리였다. 주변으로 좀비의 사체들이 즐비했다.
가까스로 지하주차장을 탈출한 모리는 용케 바이크를 구해 가미카제 본부로 피신하던 중 좀비들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지닌 무기가 권총 한 자루이기에 그의 놀라운 완력으로도 좀비들의 포위망을 뚫을 수가 없었다.
권총을 쏘면서 십여 구의 좀비들의 머리를 으스러뜨렸지만 그의 몸도 성치 못했다. 팔과 다리에는 좀비들에 의해 물린 자국이 선명했다.
모리는 심한 현기증과 갈증을 느끼며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 니미, 내가 좀비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상처 부위의 피가 벌써 녹색으로 변색되면서 고약한 악취를 풍겼다.
“크어어어……!”
몇 구의 좀비가 쓰러져 있는 모리를 향해 다가섰다.
“그래! 와라, 좀비 새끼들!”
모리는 좀비들을 향해 권총을 발포하려 했지만 어느 새 탄창이 비었다.
철걱철걱!
권총을 내던진 모리는 허리춤에 단도를 뽑아들었다.
“새끼들, 내 몸을 뜯어먹을 수는 있어도 나를 좀비로 만들 수는 없을 거다.”
모리는 단도를 목에 댔다. 스스로 목을 끊어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 순간 귀청을 찢는 총성이 작렬했다.
타아앙!
총성과 함께 좀비들이 순식간에 나가동그라졌다. 널브러진 좀비들의 안면과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샷건의 위력을 알아본 모리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끼이익!
모리 옆으로 바이크가 멈춰 섰다.
“모리 보스!”
요아가 먼저 내려서며 모리에게 다가섰다. 모리의 상처를 본 요아가 인상을 찡그렸다.
“오, 맙소사!”
앙드레는 샷건을 등에 메고는 모리를 부축해 앉혔다.
“괜찮으시오?”
“아직까지는.”
모리는 두 사람을 보며 공허한 웃음을 흘렸다.
“허헛, 마츠이 본부장이 자네들을 보냈나 보군.”
앙드레는 요아에게 경호를 부탁했다.
“주변을 지켜.”
“오케이.”
요아는 UMP기관단총을 손에 쥐었다.
모리는 앙드레에게 단도를 건넸다.
“앙드레, 날 좀 죽여. 내 손으로 목을 베기가… 쉽지 않아서 말이야.”
“포기하지 마시오, 모리 보스. 지난번에 준 치료제를 아직 지니고 있소?”
“치료제? 아, 이거?”
모리는 안주머니에서 천으로 감싼 앰플을 꺼냈다.
“이거… 정말 효과가 있는 건가?”
“서울에서 구한 여자가 아직 살아있다는 보고를 받았소. 모리 보스도 구할 수 있을 거요.”
“앙드레, 만일 내가 좀비로 변하면… 가차 없이 죽여주게.”
“힘을 내시오. 모리 보스는 반드시 치료될 거요.”
“그래. 애니그마… 그 새끼들한테 복수하기 전에는 아직 죽을 수 없지.”
모리는 앰플을 앙드레의 손에 쥐어 주었다.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부하들의 복수를 하지 못하는 게 두렵군.”
“마음을 편히 하시오. 이제 치료제를 투약하겠소.”
앙드레는 앰플에 부착된 바늘 보호 덮개를 제거하고는 모리의 팔뚝에 치료제를 주사했다.
“크으……!”
치료제가 투약되자 모리는 간질 환자처럼 심한 발작을 일으켰다.
“견뎌야 하오, 모리 보스!”
앙드레는 모리스의 어깨를 누르며 바닥에 눕혔다.
“커어억!”
모리는 눈을 까뒤집으며 와들와들 떨다가 축 늘어졌다.
앙드레는 출혈을 막기 위해 모리의 팔과 다리의 상처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요아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모리를 내려다보았다.
“꼭 치료되어야 하는데… 만일 모리 보스가 좀비로 변하면 엄청난 좀비가 될 거야.”
“그럴 일 없어. 만일 좀비로 변하면… 이 샷건으로 영원히 잠들게 만들어 줄 테니까.”
냉담하게 말했지만 앙드레의 심정 또한 편치 않았다.
치료제가 투약되었지만 모리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결코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서울에서 오경란에게 치료제를 투입했을 때는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요아가 불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권했다.
“앙드레, 모리 보스의 덩치가 워낙 커서 치료제가 부족한 것 같아. 한 방 더 놔 줘야 하는 거 아냐?”
“분량은 충분해. 아무래도 좀비 바이러스가 이미 장기까지 감염시켰나 보군.”
“그럼 좀비로 변하는 거야?”
“조금 더 지켜보자.”
한데 인간 냄새를 맡았는지 도로와 골목을 따라 수십 구의 좀비들이 어기적어기적 다가섰다. 오랫동안 굶주린 탓인지 동작은 다소 굼뜬 상태였다.
철걱!
요아가 UMP기관단총을 겨누었다.
“니미, 짜증나 죽겠는데 왜 성질을 돋아?”
한데 그들이 지나쳐 왔던 도로에서 요란한 크렉션 소리가 들려 왔다.
빵–빠빵–!
2대의 바이크와 한 대의 방호차량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바이크에 탄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왕첸과 하메시였다. 방호차량 지붕 위에 설치된 화염방사대에는 유키나가가 서 있었다.
요아는 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으로는 투덜거렸다.
“이그, 저것들 꼭 붙들어 놓고 있으라고 했는데도 결국은 쫓아왔어.”
좀비들은 간단하게 격퇴되었다.
모리는 방호차량에 뒷좌석에 실렸다. 그가 깨어나지 않았기에 함부로 이동할 수도 없었다. 만일 그가 좀비로 되살아났다가는 한바탕 사단이 날 수 있기에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잠시 후 모리가 번쩍 눈을 떴다.
벌떡!
그가 갑작스럽게 상체를 세워 앉자 앙드레가 샷건을 뽑아 겨누었다.
모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변 사람들을 찬찬히 쓸어보았다. 얼굴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어 좀비 바이러스가 치료된 상태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앙드레가 냉담한 어조로 물었다.
“이름을 말하시오.”
모리는 자신을 겨누고 있는 샷건을 빤히 직시하다가 총구를 옆으로 밀쳤다.
“캡틴 앙드레, 내가 선물한 총으로 나를 죽일 셈인가?”
사람들을 그제야 안심하며 총을 내렸고, 하메시도 쥐고 있떤 칼의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모리는 담담히 미소를 띠며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했다.
“요아… 유키나가… 오, 하메시… 그리고 왕 서방도 함께 있군 그래.”
왕첸이 밝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나를 왕 서방으로 부르는 것을 보니 온전한 것 같습니다, 모리 보스.”
모리는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고 손을 살폈다.
“내가 정말 치료된 거지? 좀비로 변한 건 확실히 아니지?”
하메시의 모리의 손을 쥐며 감격 어린 미소를 띠었다.
“그래요, 보스. 무사하세요.”
“다시 만나 반갑구나, 하메시. 칼은 마음에 들어?”
“물론이에요. 단월도의 위력에 반했어요. 아직 창천도는 뽑아보지도 못했지만…….”
“창천도는 가급적 뽑지 마라. 그저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네게 무사의 기운을 전해줄 수 있으니까.”
요아는 앙드레를 보며 싱긋 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호호, 모리 보스가 너무 멀쩡해. 이제 안심해도 되겠어.”
하지만 앙드레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는 하메시에게 엄중한 지시를 하달했다.
“하메시가 모리 보스를 간호하고 있어. 만일 수상한 증세를 보이면 가차 없이 단월도를 사용해.”
“캡틴……?”
“그럴 자신 없으면 바이크를 이용해.”
“아니에요. 알겠어요.”
방호차량에서 내려선 앙드레가 바이크에 올랐다.
요아는 앙드레를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다.
“난 하메시 옆에 있을 테니 먼저 가.”
“알았어.”
앙드레와 왕첸이 탄 바이크가 이동하자 방호차량의 문이 닫히면서 그들의 뒤를 따랐다.
모리는 의자에 편히 기대앉으며 시가를 빼물었다.
“앙드레가 왜 저러는 거야? 내가 완전히 치료되지 않은 건가?”
요아가 시가에 불을 붙여 주며 대수롭지 않게 응수했다.
“저치가 원래 까칠해요. 하지만 안심해도 될 거에요. 서울에서 치료제를 투약한 아직까지 오경란이 감염 증세를 보이지 않다고 했으니 문제없을 겁니다.”
“…….”
시가 연기를 길게 뿜은 모리가 하메시에게 부탁했다.
“하메시, 앙드레의 지시대로 내가 증세를 보이면 즉시 내 목을 쳐라.”
“보스……”
“그게 나를 구하는 길이다. 그래, 이왕이면 창천도로 내 목을 베어 다오. 전설의 칼에 죽는 것도 영광이니까.”
“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
하메시가 고개를 젓자 모리가 다시 진중하게 청했다.
“백퍼센트 완벽한 치료가 아니라면 내가 좀비로 변할 위험이 있는 거다. 그때는 내 목숨을 하메시에게 맡기겠다.”
하메시는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요아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마음을 정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럴 일이 없기를 기도할게요.”
요아도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만일 하메시가 약속을 못 지키면 내가 해결하죠.”
모리는 그제야 표정을 풀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핫, 이제야 안심이 되는군. 자, 그럼 악마집단을 어떻게 박살낼지 진지하게 논의해 볼까?”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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