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The Shogun’s Revival”
2
부우웅……!
도쿄 도심의 도로를 따라 6대의 차량이 이동하고 있었다. 2대의 방호차량이 앞뒤에 섰고 가운데에는 덤프트럭을 개조한 차량이 자리했다.
덤프트럭마다 무장 대원들이 십여 명씩 탑승해 있었다. 이들 일행은 윤서경이 이끄는 애니그마 경비대였다. 그들은 모리상사를 점검하기 위해 출동한 것이다.
근래에 들어 도심에 이렇듯 대규모 병력이 출동하기도 드물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을 맞이하는 좀비들의 숫자는 아직 많지 않았다.
투투투–탕탕–!
방호차량은 도로 전면의 좀비들을 향해 화염방사기를 방사했고, 트럭에 탑승해 있는 경비대원들은 이면도로와 골목에서 뛰쳐나오는 좀비들을 사살했다.
막강한 화력을 감지했는지 좀비들도 더는 무턱대고 달려들지 않았다. 초기의 좀비들과 달리 이제 좀비들도 위기를 감지하는 본능을 지닌 것이다.
뒤쪽의 방호차량에 탑승해 있는 미야모도가 무전기으로 명령으로 내렸다.
“삼조와 사조는 신주쿠 역을 확보해라.”
“예, 국장님.”
2대의 개조트럭이 신주쿠 역 5번 출구로 접근했다. 도로로 내려선 경비대원들은 출입구 좌우로 늘어서서 좀비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비로소 뒤쪽의 방호차량에서 내려선 미야모도가 5번 출구로 다가섰다.
“나 미야모도요, 오자키 보스. 5번 출구를 안전하게 확보했소.”
무전기를 통해 오자키의 음성이 들려왔다.
“조금 늦었군. 우린 진작부터 당도해 있었소. 곧바로 합류하겠소.”
곧이어 5번 출구의 철제 셔터가 위로 올라가면서 소름끼치는 괴성이 터져 나왔다.
“크어어!”
손에 일본도를 쥔 사무라이 무사들이 괴성을 토하며 지하계단을 올라섰다. 격렬한 전투를 거쳤는지 옷은 심하게 찢겼고 피로 얼룩져 있었다. 일부 사무라이 좀비는 팔과 다리가 하나씩 잘리기도 했다.
사무라이 좀비들의 기세에 놀란 애니그마 경비대원들이 총을 겨누려 하자 미야모도가 무선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정지! 정지!”
사무라이 좀비들이 동작을 멈추자 경비대원들도 겨우 안도하며 방아쇠에서 손을 뗐다.
미야모도는 다시 지시를 내렸다.
“진군!”
사무라이 좀비들은 낮은 괴성을 흘리면서 도로를 따라 이동했다.
30명 정도의 조직원들을 이끌고 출구를 나선 오자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내뱉었다.
“예미, 미야모도 국장도 사무라이 좀비들을 조종할 수 있는 거요?”
“사무라이 좀비들은 본래 애니그마 소속이오.”
“그랬나? 나는 스미요시가이의 전사로 여겼는데 잘못 생각했나 보군.”
이때 나오미가 미야모도 옆으로 섰다.
“머지않아 야쿠자의 대보스가 되실 분이 사무라이 좀비 따위에 연연하는 건가요?”
“대보스? 하핫, 그 호칭이 마음에 드는군.”
오자키는 나오미 앞으로 다가서며 호의적인 미소를 띠었다.
“나오미 실장, 어쩌자고 이런 살벌한 전투에 참여한 거요? 행여 고운 피부에 상처라도 나면 어쩌려고?”
“오자키 보스가 계신데 무슨 걱정이에요? 저를 지켜주실 거잖아요?”
“하하, 그렇지. 나오미 실장은 내가 반드시 지켜주겠소.”
“가시죠. 지부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갑시다.”
오자키는 나오미가 나란히 선두의 방호차량으로 향했다. 나오미가 매력적인 미소를 보낼 때마다 오자키의 입이 연신 벌어졌다. 우에하라와 미야모도는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크어어어!”
사무라이 좀비들이 이면도로와 골목길을 막아서면서 위협적인 괴성을 발했다.
도심의 요란스런 소리를 듣고 몰려오던 일반 좀비들은 사무라이 좀비들을 대하자 더는 접근하지 못하고 멀리서 대기했다. 덕분에 애니그마 대원들과 야쿠자 조직원들은 아무런 피해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사거리 코너에 우뚝 서 있는 모리상사의 건물이 보였다.
옥상에 설치돼 있는 2정의 기관총과 철판으로 두른 외벽, 그리고 견고한 철문은 요새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었다.
방호차량에서 내려선 윤서경은 오자키와 악수를 나누었다.
“대단하오, 오자키. 그새 나카지마를 제거하고 야마구치의 구역 절반을 점거했다고 들었소. 아무리 사무라이 좀비들을 앞세웠다지만 오자키 보스가 아니었다면 그런 성과는 불가했을 거요.”
윤서경이 한껏 추켜올려주자 오자키는 오만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핫! 그것이 우리 스미요시가이의 본모습이오. 야마구치 놈들은 머리수만 많을 뿐 우리 애들의 상대가 못 되오.”
오자키는 모리상사의 건물을 훑어보았다.
“한데 왜 갑자기 모리상사를 표적으로 삼은 거요?”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모리상사가 가미카제에 상당한 무기와 장비를 제공했소. 만일 가미카제가 도심으로 진입하면 야쿠자 조직들과 대대적인 전쟁이 벌어질 거요. 메트로도쿄를 신속하게 창설하기 위해서라도 모리상사와 같은 무기상들은 없어져야 하오.”
“맞는 말씀이오. 사실 진작부터 모리 그 탐욕스런 새끼를 제거하려 했었소. 놈이 무기를 이용해 우리 조직들 간에 분란을 일으키고 엄청난 이득을 취했지. 하지만 놈의 본거지가 워낙 견고해 침공할 엄두를 내지 못했소. 이제 지부장이 나서주었으니 우리가 힘을 합쳐 놈을 박살냅시다.”
“오자키 보스가 모리상사에 그런 원한이 있는지 몰랐소. 그렇다면 통쾌하게 보복을 가할 기회를 드리겠소.”
“하하, 그렇게 해준다면 나야 고맙지.”
오자키는 윤서경의 귀에 대고 나직이 귀엣말을 건넸다.
“이번 작전이 끝나면 나오미 실장과 저녁을 함께 하고 싶소만…….”
“그런 사적인 문제는 내 권한 밖이오. 하지만 나오미도 오자키 보스의 초대를 거부하지는 않을 거요. 야마구치를 격파한 오자키 보스에 대해 호감이 상당하니 말이오.”
“하하, 양해해 줘서 고맙소.”
오자키는 윤서경과 나란히 모리상사 쪽으로 향했다. 이에 우에하라가 그들을 막아섰다.
“더 이상은 위험합니다, 보스.”
“괜찮아. 놈이 무턱대고 총질을 하지는 못할 거다.”
한데 옥상의 기관총에서 요란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투투투–!
아스팔트 위로 무수한 탄적이 새겨지자 윤서경과 오자키가 바싹 긴장했다. 다행히 위협사격인지 탄적은 수 미터 앞에서 그쳤다.
이에 오자키가 한껏 호기를 부리며 건물을 향해 외쳤다.
“모리! 내가 왔다!”
그러자 건물의 외부 스피커를 통해 모리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오자키, 자네가 어쩐 일인가?”
“우리 스미요시가이가 도쿄의 야쿠자 조직을 제압했다는 소식은 너도 들었을 거다. 이제 도쿄는 내가 지배한다. 너도 당장 문을 열고 투항해라! 최소한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거다!”
“카핫! 나자키마의 꼬붕 노릇하다가 이제 애니그마의 꼬붕이 된 거냐, 오자키?”
모리의 비아냥거림에 오자키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런, 썅!’
오자키는 애써 감정을 자제하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모리! 10분의 시간을 주겠다, 내 제안을 거부한다면 너희 모두를 좀비들의 밥으로 만들어 주겠다!”
스피커를 통해 모리의 조롱하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개수작이냐, 오자키? 나는 10초를 주겠다. 당장 내 구역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모조리 벌집을 만들어 주겠다!”
도저히 씨알이 먹히지 않자 오자키가 윤서경을 돌아보았다.
“지부장, 철문을 박살낼 방도가 없겠소? 진입하기만 하면 모리 그 새끼는 내가 토막을 내겠소.”
“문제는 저 기관총인데…….”
윤서경은 옥상에 설치돼 있는 기관총을 올려다보았다. 도로에서는 공격하기가 마땅치 않았다. 게다가 기관총은 철판으로 두른 참호로 보호돼 있어 로켓포로도 박살내기가 어려웠다.
“칠초 남았다!”
모리의 당당한 경고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이때 윤서경의 귀에 꽂혀 있는 통신기에서 세크메의 음성이 흘러들었다.
“세크메입니다, 지부장님.”
“그래, 놈들의 기지를 분석했어?”
“예. 참호 속에 있는 두 정의 기관총이 가장 위협적입니다. 기관총만 무력화시키면 건물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기관총을 파괴할 수 있겠냐?”
“가능합니다. 씨포를 장착한 드론이 준비돼 있습니다.”
“굿! 역시 세크메야.”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모리의 음성이 강렬했다.
“이초!”
윤서경은 가는 미소를 띠며 손을 치켜들었다.
“철수하라!”
그의 지시에 경비대원들이 물러서자 영문을 모르는 오자키는 어쩔 수 없이 퇴각을 명했다.
침입자들이 물러가자 카메라를 통해 이를 확인했는지 모리의 거만스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카하핫! 이번은 목숨을 살려주겠다!”
이 순간 상공에서 2대의 드론이 옥상을 향해 급속도로 하강했다.
왜애애앵!
폭약을 장착한 2대의 드론은 정확하게 참호의 좁은 틈새로 파고들었다.
콰앙– 콰아앙!
요란한 폭음이 터지며 참호가 폭발하면서 기관총이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가장 위협적인 무기가 해소된 것이다.
오자키가 누구보다 기뻐했다.
“와하핫! 이런 방법이 있었던 거요?”
“모리는 두 팔이 잘렸소.”
“그렇군. 이제 놈의 가랑이만 벌리면 되겠어!”
오자키는 우에하라에게 지시를 내렸다.
“진격해!”
“예, 보스!”
우에하라는 조직원들을 대동해 모리상사의 건물로 달려갔다.
탕, 탕, 탕–!
4층 창문 틈새를 통해 모리상사 조직원들의 사격이 가해졌다. 하지만 애니그마 경비대의 화력이 더 막강했다.
투투투–!
수십 정의 소총이 불을 뿜자 4층 유리창이 박살나면서 모리상사의 조직원 두 명이 벌집이 되어 추락했다.
“아아악!”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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