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Army of God”

신(神)의 군대

1

가미카제 도쿄 북부.

딸랑… 딸랑……!

지부 외곽에 두른 철조망에 매단 깡통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가끔씩 쇳소리를 발했다.

비스트 좀비들이 아스팔트를 지나쳐 지부를 공격한 일은 없었지만 경계에 소홀할 수 없었다. 아스팔트를 무시하는 일반 좀비들의 개체수가 훨씬 많기에 그들의 습격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비와 무기를 구하기 위해 나섰던 앙드레와 유키나가는 저녁 무렵 지부로 무사히 돌아왔다. 필요했던 무기 외에도 개인화기를 보강한 앙드레 일행은 전의가 팽배했다.

왕첸은 이스라엘 제 단기관총 가릴SAS를 수건으로 닦으면서 떠버렸다.

“캡틴,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무기야. 개머리판이 없으니 가볍지, 하나의 탄창으로 오십 발이나 쏘아댈 수 있으니 좀비 사냥에 최적이야. 앞으로 선발대는 나한테 맡겨.”

그런 그를 잠자코 지켜볼 요아가 아니었다.

“풋, 언제 무기가 없어서 선발대로 못 나섰나? 간덩이가 작아서 그런 거지.”

마츠이 본부장과 조장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허헛!”

“하하, 그런 거였소?”

졸지에 놀림감이 된 왕첸이 요아를 쏘아보았다.

“이그, 저거 계집만 아니었으면 그냥…….”

“뭐야? 너 여태 나를 계집으로 생각했던 거야?”

“됐어. 내가 말을 말아야지!”

말솜씨로는 요아를 당해내지 못하자 왕첸은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다 담배를 빼물었다.

마츠이는 탁자 위에 펼쳐놓은 지도를 가리키며 작전을 설명했다.

“비트스 좀비들은 야수들처럼 야간 활동을 하다가 아침 무렵 잠이 든다. 따라서 우리는 아침에 놈들의 서식지를 공격한다. 지형적으로 야산 배후는 가파른 비탈이라 접근이 어렵다. 따라서 북쪽을 제외한 세 방향으로 일제히 공격을 펼쳐 비스트 좀비들의 서식지부터 파괴한다. 서식지를 파괴하면 보조 주차장으로 후퇴해서 나머지 비스트 좀비들을 섬멸한다. 아주 힘든 싸움이 될 거다. 우리 가미카제의 존폐가 달린 전투이니 죽을 각오로 싸워야 할 것이다.”

유키나가와 조장들이 힘차게 복명했다.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앙드레는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작전 수정을 요구했다.

“본부장, 확보된 방호차량이 두 대뿐이라 삼면 공격은 어려울 것 같소. 무엇보다 전면공격을 펼칠 경우 비스트 좀비들이 대거 나서서 진격을 저지하면 그 사이 어미들이 새끼들을 이끌고 다른 서식지로 이동할 우려가 있소.”

“서식지를 옮긴다고? 놈들이 그런 지능까지 있을까?”

“이건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본능의 문제요. 한갓 버러지들도 종족 번식을 위해 상상도 못할 생존력을 지니고 있소. 비스트 좀비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요.”

“하면 어떤 작전을 구사할 생각인가?”

“본부장께서는 대원들과 함께 야산 외곽으로 비스트 좀비들을 유인하십시오. 그 사이 나와 동료들이 야산 북쪽을 통해 서식지로 침투하겠소. 외부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어미들은 새끼들을 데리고 굴 속 깊이 숨을 거요. 토굴들은 서로 연결돼 있을 테니 소이탄 쉰 발 정도면 서식지를 모두 태워버릴 수 있을 거요.”

“성동격서라는 전술인데……..”

마츠이는 요아가 찍은 사진들을 살피면서 우려를 표했다.

“비스트 좀비들을 유인한다고 해도 상당수는 서식지를 지키고 텐데 자네들만으로 침입이 가능하겠는가?”

“가능하오. 오히려 여러 사람이 이동하는 게 더 번거롭소.”

유키나가가 지원을 자청했다.

“본부장님, 캡틴 앙드레의 양동작전이 보다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캡틴 일행만으로는 위험할 수 있으니 저와 대원들 몇 명이 동행하겠습니다.”

마츠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유키나가의 지원을 수용했다.

“알겠다. 소이탄을 운반해야 하니 캡틴 일행만으로는 무리야. 유키나가 조장은 최정예 대원 셋을 대동해서 캡틴을 지원해라. 여덟 명이라면 비스트 좀비들에게 포위를 당해도 우리가 구출할 때까지 버틸 수 있겠지.”

그는 앙드레에게 의향을 물었다.

“앙드레, 유키나가 조장 일행과 동행하게. 결코 방해가 되지는 않을 거네.”

“알겠소.”

회의가 끝나자 각 조별로 회식을 겸한 작전회의가 진행되었다.

앙드레 일행은 유키나가와 함께 옥상에서 식사를 했다. 유키나가가 향긋한 튀김과 캔맥주를 내왔다. 현 상황에서는 최고의 접대였다.

“닭을 두 마리 잡았소. 넉넉지 않지만 드시오.”

요아가 반색하며 닭다리를 집어 들었다.

“와아, 튀긴 닭이잖아? 이거 언제 먹어봤는지 기억도 안 나.”

완첸은 닭 날개를 집어 들고 아작아작 씹었다.

“아, 고소해라. 일본 닭이라 그런지 더 향기로운 것 같아.”

“왕 서방, 언제 일본 닭을 먹어본 적 있어?”

“헤헤, 내가 말하는 닭은 여고생 영계…….”

“이거나 처먹어!”

요아는 왕첸의 입에 닭다리를 쑤셔 넣으며 눈을 부라렸다.

“이봐, 하메시 앞에서 입 조심해! 알았어?”

“헤헤, 미안. 요 입이 방정이야.”

하메시가 무심하게 응수했다.

“괜찮아. 나도 이제 어린애가 아닌데 뭐.”

왕첸이 캔맥주를 따서 건넸다.

“그렇지? 정신연령은 이미 요아를 넘어섰는데 뭐.”

그들 셋은 쉴 새 없이 떠들면서 즐겁게 먹고 마셨다. 먼저 식사를 마친 앙드레는 맥주를 한 캐 들고는 난간에 걸터앉았다.

밤이 깊었지만 주변에도 불빛 하나 흘러나오지 않았다. 도쿄 도심 쪽에서 언뜻언뜻 불빛이 보였지만 워낙 먼 거리이다 보니 분명치 않았다.

앙드레가 담배를 물자 유키나가가 불을 붙여 주었다.

“땡큐.”

“왜 좀 더 드시지 않고?”

“모처럼 맛있게 먹었네.”

앙드레는 달빛에 어슴푸레 보이는 고층 아파트를 가리켰다.

“애니그마 일본연구소가 있는 방향이 저 너머인가?”

“그렇소. 연구소는 첨단기업단지 내에 있소. 하지만 연구소에 접근해도 공격은 불가하오.”

“왜?”

“얼마 전 외곽을 순찰하다가 첨단기업단지까지 가본 적이 있소. 그곳에서 좀비들이 유난히 우글거리는 곳을 발견했는데 바로 애니그마 일본연구소였소. 족히 수천 구도 넘기에 탱크가 있어도 돌파하기가 어려울 거요.”

“그래도 가야 해. 윤서경이 단지 피신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온 아닐 거네. 서울의 서브시티를 장악해 엘리시움을 창설했듯이 놈은 도쿄를 지배하려 하겠지.”

유키나가는 빈 맥주캔을 손으로 우그러뜨렸다.

“도쿄는 서울과 다르오. 막강한 화력을 갖춘 야쿠자 조직들이 도쿄의 서브시티를 장악하고 있소. 애니그마 일본연구소에 얼마나 많은 병력이 있는지 호락호락 넘어갈 도쿄가 아니오.”

“애니그마를 과소평가하지 말게. 놈들은 좀비 바이러스로 인류 대부분을 감염시켰어. 만일 지배할 수 없다면 도쿄를 파괴할 놈이니까.”

“…….”

유키나가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하메시 쪽을 힐끗 돌아보았다.

“하메시 얘기를 들으니 캡틴의 목표는 런던까지 가는 거라던데…….”

“내가 죽지 않으면 가게 되겠지.”

“하메시를 꼭 데려가야 하오?”

“난 강요한 적 없네. 하지만 하메시가 따라가겠다면 만류할 생각도 없어.”

“너무 어리지 않소?”

앙드레가 희미한 미소를 띠며 물었다.

“하메시를 좋아하나?”

유키나가의 표정이 어색하게 변했다.

“뭐, 그제 만났을 뿐인데… 왠지 여동생처럼 생각돼 우리 가미카제에서 함께 지내고 싶소.”

“결정은 하메시가 할 거야. 그러니 내 의사보다는 하메시의 생각이 중요하지.”

앙드레는 담배꽁초를 손끝으로 튕겼다.

“참, 왕첸은 하메시와 동행하고 싶어 하네. 이거 둘이 라이벌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유키나가가 돌아서며 싱긋 미소를 띠었다.

“라이벌이 캡틴이 아니라 다행이오.”

혼자가 된 앙드레는 스마트워치를 통해 테네시를 호출했다.

“테네시 연결!”

전파 신호가 불안한지 지글거리는 잡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액정화면에 테네시의 모습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전화 주셨네요, 앙드레. 발신 신호를 확인해보니 도쿄 시내로군요?”

“그래. 메트로서울 상황은 어때?”

“엘리시움과의 전투 때 파괴된 설비와 메트로레인을 복구 중에 있습니다. 한 달 이내에 모든 서브시티가 연결될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 참, 지난 번 치료제를 투입한 오경란 씨는 완전히 회복됐어?”

“아직 불안합니다. 의식은 온전하지만 혈액에서 변이된 좀비 바이러스로 추정되는 균체가 발견됐습니다. 배양을 통해 여러 가지 치료제를 테스트 중에 있는데 임상실험이 꽤 길어질 것 같습니다.”

“완벽한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군. 아, 하대수 사령관은 회복됐어?”

“워낙 건강체라 회복이 빠르더군요. 어제부터 물리치료를 받고 있으니 조만간 메트로서울의 보안총국장 직을 수행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앙드레는 깔깔거리는 요아와 왕첸 쪽을 힐끗 돌아보았다. 둘은 팔씨름을 하며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앙드레는 다시 건물의 철조망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곳 도쿄에서 변종 좀비들이 발견됐어. 짐승에 가까운 좀비라 비스트 좀비로 부르지.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놈들이 새끼를 낳아 키운다는데 있다.”

“예에? 좀비가 번식을 한단 말인가요?”

“확실해. 게다가 성장속도가 짐승처럼 빨라.”

“정말 심각하군요. 좀비들이 번식을 하게 되면 인류의 미래는 더욱 절망적입니다. 그리고 보니 서울의 좀비한테도 조금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무슨 변화?”

“조금 더 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해봐야 확인되지만 좀비들이 보다 조직화된 것 같습니다.”

“조직화 되었다고?”

“예, 앙드레. 여태까지와 달리 행동 거점들이 형성되고 있어요. 이는 누군가 명령을 내려야 가능하지요.”

“……!”

앙드레는 서울에서 좀비들과 격돌했던 상황들을 되새겨 보았다.

메트로레인에서 확인된 좀비들의 위장, 온전하지는 않아도 무기를 사용하는 능력, 불칸에너지에서 전개된 좀비들의 집단 공격, 좀비들을 지휘하는 것처럼 보인 좀비장군……..

“좀비들이 불칸에너지를 공격할 때 좀비장군으로 추정되는 놈을 저격한 적이 있어.”

“좀비장군으로 추정되는 좀비는 이곳 연구소 주변에서도 포착되었습니다. 만일 그런 좀비장군들이 여럿 있고, 그들을 지휘하는 좀비왕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정말 문제입니다.”

“일단 시장과 사령관에게 보고해서 좀비왕의 존재를 확인해 봐. 좀비들이 지휘체계를 갖추게 되면 놈들은 메트로서울을 파괴하려 할 거다. 사전에 차단해야 돼.”

“알겠습니다. 앙드레와 요아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멀리 계시니 메트로서울의 전력으로 해결해 보겠습니다.”

“그래, 사령관에서 안부 전하고 다시 연락하겠다.”

“예, 앙드레. 요아 언니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그러지.”

통화를 마친 앙드레는 서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보이지는 않지만 한반도가 자리한 방향이었다.

‘한국… 과연 내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러다 아내가 송지나와 딸 제니를 떠올린 그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제니를 찾아서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지나와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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