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Tokyo”

도쿄

긴자

한때는 세계 최고의 도시로 불야성을 방불케 할 도심이 지금은 암흑 속에 잠겨 있었다. 도로에는 폐차가 즐비했고 건물의 유리창은 대부분은 박살나 있었다.

공원에서 시작된 나무와 잡초가 도시 곳곳을 침범해 일부 건물은 넝쿨로 뒤덮여 있었다.

“카우우……!”

“크어……!”

과거 사람들로 북적이던 긴좌의 거리는 좀비들로 가득했다. 마치 야간작업을 마치고 건물을 나선 수만의 샐러리맨들이 퇴근길을 가득 채운 듯한 광경이었다.

도쿄에 유달리 좀비들이 많은 이유는 그들의 생활방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본인들은 좀처럼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성격 탓으로 도심에 머물러 있다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이렇게 집단으로 감염되면 다른 좀비들에게 물어뜯기기도 전에 바이러스가 증상을 보이기에 비교적 신체가 온전할 수 있다.

도쿄의 좀비들 대부분이 온전한 모습을 지닌 것도 워낙 빠른 감염이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무의식적으로 밤거리를 배회하던 좀비들이 갑자기 누군가에 쫓기듯 뿔뿔이 흩어졌다.

“카우우!”

사나운 괴성을 지르며 한 무리의 좀비들이 광장으로 뛰어들었다. 대부분 전통 사무라이 복장을 한 좀비들로 놀랍게도 그들은 손에 일본도를 지니고 있었다.

사무라이 좀비들은 상대적으로 걸음이 더딘 좀비들을 쫓아 칼을 휘둘렀다. 노인 좀비의 목이 잘렸고 아이 좀비는 몸이 쪼개졌다.

좀비를 죽이는 좀비.

이는 일본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형태의 좀비였다.

전통 사무라이 가문의 무사들은 좀비들과 맞서 싸우다가 물리는 바람에 감염됐는데, 죽는 순간까지 칼을 쥐고 있다가 사무라이 좀비로 변한 것이다. 이들 사무라이 좀비들은 여느 좀비들과 달리 성격이 포악해 주변의 좀비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하기에 상당수 좀비들은 사무라이 좀비들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좀비들 세상에서도 힘으로 군림하는 집단이 형성된 것이다.

도쿄의 사무라이 좀비들은 후쿠이현과 같은 지방도시에서 좀비들을 지배하는 전통 사무라이 좀비와는 형태가 다른 별종 좀비들이었다.

허약한 좀비들을 해치운 사무라이 좀비들은 비로소 진정이 되었는지 더는 다른 좀비들이 쫓지 않았다. 마치 배를 채운 사자가 주변에 사냥감을 보고도 쫓지 않은 것과 유사했다.

이때 메트로레인 환풍구를 통해 소음이 들려왔다.

덜컹덜컹…….!

기차바퀴가 철로를 따라 구르면서 내는 소리였다.

“카우우!”

사무라이 좀비들은 소음을 흘려대는 환풍구의 철망을 칼로 후려치고 그 위에서 펄쩍펄쩍 뛰며 광기를 뿜어냈다. 지상을 점거한 좀비들에게 지하는 그들의 점거하지 못한 유일한 세상인 것이다.

사무라이 좀비들은 애꿎은 철망에 대고 분풀이를 하다가 환풍구에서 내려섰다.

일순 야밤의 정적을 깨는 자동차 소음에 흠칫한 사무라이 좀비들이 도로로 뛰어들었다. 칠흑 같은 어둠 저편에서 강렬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쏘아졌다.

부아앙!

바퀴 아래쪽까지 철판으로 두른 군용 방호트럭이었다. 트럭의 상단에는 고물을 수거할 때 사용되는 대형 집게가 매달려 있었다.

“카우우!”

사무라이 좀비들은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방호트럭을 향해 일본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좀비들의 일본도가 아무리 예리해도 방호차량을 벨 수는 없었다.

퍼–퍼퍽–!

방호트럭에 부딪힌 사무라이 좀비들이 연이어 나가동그라졌다. 머리가 박살나지 않는 한 죽지 않는 좀비들이지만 워낙 강한 충격에 뇌진탕을 당했는지 아스팔트에 널브러진 채 부들부들 떨었다.

끼이익!

방호트럭이 정지하면서 집게가 작동했다.

위이잉……!

바닥까지 하강한 집게는 좀비 한 구를 움켜쥐고는 끌어올렸다. 이어 트럭 짐칸의 뚜껑이 열렸고 사무라이 좀비는 쓰레기처럼 안으로 처박혔다. 집게는 다시 사무라이 좀비 하나를 움켜쥐고는 짐칸으로 처박았다.

그러다 사방에서 좀비들이 몰려들자 작업을 중단하고는 도로를 따라 달려갔다. 방호차량은 전체를 검은 페인트로 칠했지만 트럭짐칸 하단의 글씨가 선명했다.

–ENIGMA GLOBAL RESEARCH (EGR)

애니그마 연구소의 차량이었던 것이다.

마침내 도쿄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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