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Kamikaze Headquarters”
가미카제 본부
건물 앞.
왕첸과 요아는 바이크 보관대에서 쓸 만한 바이크를 찾고 있었다. 데이스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난 혼다가 흔쾌하게 바이크 제공을 약속한 것이다.
혼다는 앙드레에게 미지근한 사케를 건넸다.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면 도쿄까지는 멀지 않소. 물론 좀비 놈들만 만나지 않으면 말이오. 뭐, 당신들 실력이라면 대대급 좀비라도 돌파할 수 있을 테니 문제는 없을 거요.”
그는 샤케를 한 모금 마시고는 앙드레 뒤에 있는 하메시를 힐끗 보았다.
“얘는 두고 가슈. 이곳 후쿠이현 출신이니 우리와 함께 싸워야 하오.”
앙드레는 샤케를 한 모금 마셨지만 워낙 싱거워서 술병을 혼다에게 다시 건넸다.
“너희들 방식대로 하메시를 겁탈하겠다는 건가?”
“앙드레, 우리들 방식에 개입하지 마시오. 그래야 계집들이 아이를 낳아 우리 고향을 지킬 테니까 말이오.”
“아비가 어떤 놈인지도 모르는 아이가 과연 고향 땅을 지키는데 관심이나 있을까?”
“말조심해!”
“혼다, 너희들에게 겁탈당한 여인들이 영원히 고분고분할 것 같은가? 집단겁탈은 종족보존이라는 구실을 내세운 추악한 만행에 불과하다. 너희 고향이 그런 추악한 씨앗으로 가득차기를 바라는 거냐?”
“그만 지껄이라고 했을 텐데?”
혼다가 핏대를 세우며 눈을 부라리자 요아와 왕첸은 물론이고 가미카제 대원들도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돌아보았다. 대원들은 행여 둘 사이의 다툼을 우려했지만 요아와 왕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계속 바이크를 점검했다.
“풋, 저 단무지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했나? 감히 앙드레한테 게기네?”
“그러게 말이야. 차라리 좀비들과 맞서면 용감하다는 소리라도 듣지.”
앙드레는 담배를 빼물고는 차분한 어조로 조언했다.
“너희는 여자들이 단지 애나 낳고 키우는 연약한 존재로 아는 거냐? 여기 하메시를 봐. 너희 누구보다 뛰어난 전사다. 저기 요아고 마찬가지이고. 지금은 사람끼리 협력해야 할 때다. 여자는 겁탈의 대상이 아니라 가미카제를 더 강하게 결속시킬 소중한 존재들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면 너희들 보다 더 결사적으로 아이를 지키려 할 거다. 그러니 더는 아비 모르는 자식을 낳겠다고 여인들을 함부로 겁탈하지 마라.”
혼다는 앙드레를 쏘아보기만 할 뿐 반박하지는 않았다.
이때 바이크의 시동 소리와 함께 왕첸과 요아가 외침이 들려왔다.
“다 됐어, 캡틴!”
“어서 가, 앙드레! 그런 새끼들 상대하면 너도 옮아!”
그러자 왕첸이 요아의 젖가슴을 힐끗 보며 짓궂게 이죽거렸다.
“큭큭, 사실 요아는 그런 거 바라는 거 아냐? 여러 놈들을 한번에 상대……”
“이 새끼가 뒈지고 싶나? 야, 왕 서방! 너 죽어볼래?”
“헤헷, 나 먼저 간다 해!”
부다다당!
요아의 주먹질을 피해 바이크를 몰고 온 왕첸이 하메시 옆에 멈춰 섰다.
“야, 타!”
하메시가 머뭇거리자 앙드레가 턱짓을 보냈다.
“왕첸 뒤에 타. 난 요아와 함께 타고 갈 테니까.”
하메시가 왕첸의 바이크 뒷좌석에 타자 요아가 옆으로 멈춰 섰다.
“하메시, 왕 서방이 집적거리면 네 칼로 그냥 목을 잘라버려. 알았지?
하메시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왕첸이 급출발했다.
“꽉 잡아, 고우!”
왕첸이 먼저 달려가자 앙드레가 요아의 바이크 뒷좌석에 올라탔다.
“혼다, 고향을 지키겠다는 의지는 높이 사지만 무모한 싸움은 마라. 좀비들은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지능도 뛰어나니까.”
부다다당!
요아는 앙드레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악셀을 돌려 출발했다.
앙드레 일행이 멀어지자 가미카제 대원들 몇몇은 거수경례를 붙이기도 했다. 좀비들의 포위망을 뚫고 들어와 자신들을 구해준 고마움에 대한 표시했다.
혼다는 사케 한 병을 나발 불고는 바닥에 내던졌다.
“앞으로 여자는 강한 놈이 순서대로 차지한다! 또한 자신의 여자와 아이를 각자 지킨다! 알았나?”
부다다당!
두 대의 바이크가 한적한 국도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달리면 고속도로가 나오는데, 시로토리IC를 경유해 도쿄에 이를 수 있다.
거리상으로는 국도를 이용하는 게 가장 짧지만 도중에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노리쿠라 산맥을 넘어야 하기에, 오히려 고속도로로 우회하는 게 빠르다.
일본의 고속도로는 요금이 워낙 비싸지만 지금은 정산소가 존재하기 않기에 요금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좀비들도 먹을 거 하나 없는 고속도로를 배회하는 경우가 드물기에 두 대의 바이크는 고속도로를 따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계곡 위를 가로지른 고속도로는 의외로 한가해 드문드문 폐차로 변한 차량들만 보일 뿐이었다.
요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앙드레에게 물었다.
“생각 외로 차량들이 없네?”
“일본인들이 계산이 철저하다고 들었어. 차량에 연료가 얼마 없다면 무모하게 고속도로를 따라 도주하려 시도하지 않았겠지.”
“그런가? 하기는 일본은 매뉴얼의 나라라고 하더군. 배우거나 적힌 대로 행동해기에 질서가 정연하고 대응이 빠르지만 돌발 상황에는 무척 당황한다고 했어.”
“후쿠시마 원전 폭발 때처럼?”
“훗, 그거야 워낙 큰 사고였으니 모두가 당황했겠지. 내가 어렸을 적 들었는데 한국 사람이 일본에 여행 와서 우동을 먹다가 단무지를 조금만 더 달라고 했어. 그랬더니 점원이 너무 당황해하는 바람에 자신도 황당했었대.”
“왜?”
“한식처럼 반찬을 달라는 대로 주는 나라는 없거든. 반찬을 추가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한국인은 당당하게 공짜로 단무지를 요구하니 일본 점원이 당황했던 거야. 한국인이 단무지 한 접시를 요구했으면 정해진 돈을 받겠는데, 조금만 더 달라고 하니 매뉴얼에는 없는 주문이라 당황했던 거래. 새끼들, 단무지 한 조각 정도는 그냥 더 줄 수도 있는 거잖아? 하여간 쪼잔하다니까, 크크”
요아가 키득거리자 앙드레는 앞쪽에서 달리고 있는 왕첸과 하메시 쪽을 힐끗 보았다.
“하메시한테는 우리와의 동행이 돌발 상황일 텐데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군.”
“왕 서방이 이빨을 워낙 잘 까서 하메시도 조금은 호감을 느끼는 것 같아. 하긴 하메시도 이제 다 큰 계집인데 사내한테 관심이 없겠어?”
“새로운 동료들이 늘어서 좋기는 한데… 불안하기도 해.”
“어째서?”
“정을 둔 동료를 잃게 되면 가슴이 아프니까.”
서울의 메트로레인에서 수차례 전투를 치르면서 겪었던 마음의 상처는 강한 심장을 지닌 앙드레에게도 고통이었던 것이다.
요아가 자신의 허리에 두른 앙드레의 손을 꼭 쥐었다.
“그럴 일 없을 거야. 우리 모두가 런던까지 갔다가 멋지게 귀환할 테니까.”
“그래,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지.”
이때 고속도로 아래쪽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타앙……!
왕첸과 요아가 동시에 바이크를 멈춰 세웠다.
끼이익!
네 사람은 도로 변 난간으로 다가서서 내려다보았다.
산간도로를 따라 한 가족이 도주하고 있었다. 여인은 아기를 가슴에 안았고 어린아이의 손을 쥔 채 앞서 달렸고 뒤로는 산탄총을 쥔 사내가 좀비들의 추격을 저지하고 있었다.
타앙!
산탄총에 좀비들 몇 구가 튕겨져 나갔지만 이내 벌떡 일어나서 달려들었다. 사내는 다시 총을 쏘려 했지만 탄창이 비었는지 총탄이 발사되지 않았다.
사내가 산탄총을 휘두르며 외쳤다.
“어서 달아나, 아키꼬!”
여인이 뒤에서 안타깝게 외쳤다.
“여보, 어서 피해요!”
“내 걱정 말고 어서 달아나!”
사내는 달려드는 좀비를 개머리판으로 후려쳤다.
“내 가족은 건드리지 마, 괴물들아!”
이를 본 하메시가 난간에서 뛰어내리려 하자 요아가 제지했다.
“죽으려고 환장했어?”
고속도로 위에서 계곡의 산간도로까지는 30미터도 넘기에 앙드레도 안전하게 뛰어내릴 수 없는 높이였다.
앙드레가 시그를 풀어 겨냥했다.
“조준 사격해!”
왕첸과 요아가 자동소총을 쥐고 난간에 붙어섰다.
탕, 탕, 탕!
연이은 총성과 함께 사내에게 덤벼들던 좀비들이 연이어 머리통이 터지면서 나자빠졌다. 농부 복장 차림의 좀비 일곱 구가 차례로 쓰러지면서 사내의 가족은 비로소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좀비들이 모두 쓰러지자 여인이 아이의 손을 이끌고 남편에게 달려왔다.
“여보!”
“오, 아키꼬!”
부부는 서로 얼싸안고는 감격의 눈물을 뿌렸다. 사내는 아이를 안아 볼에 입을 맞추었고 아이도 엉엉 울면서 아빠의 목에 매달렸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이들 가족에게는 지옥 같은 순간이었기에 가슴 저린 포옹이 아닐 수 없었다.
하메시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앙드레 일행과 만난 이후 처음으로 웃음을 보인 것이다.
일가족은 비로소 자신들을 구해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난간 위에 서 있는 앙드레 일행을 향해 연신 허리를 굽실거렸다.
“도우모 아리가토 고자이마스(정말 고맙습니다)–!”
요아가 싱긋 미소를 띠며 하메시를 돌아보았다.
“저 말은 나도 알아. 고맙다는 뜻이지?”
하메시는 세 사람을 향해 정중하게 사례를 표했다.
“고마워.”
“고맙기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뭘.”
앙드레가 먼저 바이크에 올라탔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운전하지.”
요아는 뒷좌석에 앉으며 앙드레의 등에 볼을 기댔다.
“짠한 장면을 보니 앙드레가 더 소중하게 느껴져.”
“그래, 가족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하지.”
앙드레는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 딸 제니의 영상이 새삼 가슴을 저리게 만들었다.
앙드레가 앞서 달려가자 왕첸이 바이크의 시동을 켰다.
“우리도 가자.”
뒷좌석에 앉은 하메시는 왕첸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처음으로 왕첸과 몸을 밀착한 것이다.
왕첸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진작 그럴 것이지. 간다!”
왕첸이 악셀을 높이며 앞바퀴를 번쩍 쳐들자 놀란 하메시가 왕첸의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야호!”
왕첸은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며 외발 묘기를 구사해 달려갔다. 왕첸의 바이크가 두 사람을 지나쳐 달려가자 요아가 실소를 흘렸다.
“쿡쿡, 웃긴다. 왕 서방과 단무지 여인의 로맨스라……. 저들의 관계가 어디까지 발전할지 궁금해.”
Written by : Michael
Subscribe To My Newsletter
BE NOTIFIED ABOUT BOOK SIGNING TOUR DATES
“Stay connected and be the first to know about my latest stories, updates, and exclusive content. Subscribe to my newsletter and never miss out on new adventures, writing tips, and behind-the-scenes ins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