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Samurai Zombie”

사무라이 좀비

부다다당!

3대의 바이크가 요란한 소음을 발하며 구마다니의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구마다니는 후쿠이현의 서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소도시로 토박이들이 모여 사는 전통적인 지역이다.

요란한 바이크 소리에 좀비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십여 구에 불과했지만 점점 숫자가 불어나 일백여 구에 달했다.

실로 위협적인 숫자였지만 바이크에 탄 세 사람은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렸다.

“헤헷, 새끼들. 졸라 몰려드는군.”

“니미, 그렇게 죽였는데 아직도 바퀴벌레처럼 바글대.”

“이크, 조심해. 앞에도 있다!”

세 명의 청년은 도로 앞쪽에서 좀비들이 달려오자 이면도로로 핸들을 꺾었다. 그들은 구마다니의 토박이였기에 좁은 골목길까지 알 정도로 동네 지리에 훤했다.

세 청년의 이름은 구로다와 오코노, 하라였다.

세 명 중 리더 격인 구로다는 머리를 빡빡 밀었고 이마에는 욱일승천기가 새겨진 두건을 둘렀다. 오코노와 하라는 친형제로 둘 다 날렵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모두들 등에 일본도를 멨고 허리에는 권총을 찼다. 아직 혈기가 넘치는 나이라 그런지 좀비들을 대하고도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

부다다당!

이면도로를 나서자 도로에 대거 운집해 있는 좀비들이 보였다.

세 청년은 마치 곡예를 하듯 좀비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며 일본도를 뽑아들었다.

“자, 슬슬 시작해볼까?”

“조심해, 하라.”

“걱정 마, 형.”

세 사람은 일본도를 휘둘러 좀비들의 목을 베면서 포위망을 돌파했다. 그러면서도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췄기에 좀비들은 기를 쓰며 그들을 쫓아왔다.

구로다가 좀비들을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이 정도면 됐다. 놈들을 창고로 끌어들이자.”

“요시(좋아)!”

그들은 도시 외곽에 위치한 커다란 건물로 향했다.

예전에 양곡저장소로 사용했던 건물로 벽이 견고했고 창문마다 쇠창살이 질러져 있었다. 창고의 문은 3미터 높이의 육중한 철문이었다.

세 사람이 창고로 들어가자 좀비들이 괴성을 발하며 쫓아 들어왔다. 수십 구의 좀비들이 들어서자 슬라이드 철문이 좌우에서 빠른 속도로 닫혔다.

“문을 닫아!”

“사냥을 시작한다!”

창고 안에는 서른 명에 가까운 청년들이 대기돼 있었다. 모두 일본도를 쥐었고 몇몇은 권총까지 지녔다.

가미카제(神風)

이것이 이들 조직의 이름이었다.

오래전 몽골과 고려의 연합군이 일본 정벌에 나섰다가 두 차례나 폭풍 때문에 무산되면서, 일본인들은 폭풍을 신의 바람이라 하여 가미카제로 명명했다. 또한 2차 대전 때 일본제로기 조종사들의 자살특공대가 가미카제로 명명되었으니 군국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름이기도 했다.

구마다니의 청년들은 좀비로부터 고향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가미카제라는 단체를 조직해 좀비들과 싸우는 중이었다. 앞서 바이크를 타고 좀비들을 유인해 온 구로다 일행도 가미카제 소속이었다.

창고는 천장이 높고 한쪽 벽의 길이가 50미터는 될 만큼 넓었기에 혼전을 치르기에 충분했다.

가미카제의 보스인 혼다가 양손에 일본도를 쥐고 좀비들을 향해 돌진했다.

“고향 구마다니는 우리가 지킨다!”

드러난 가슴에 요란하게 문신을 새긴 혼다는 쌍칼을 휘둘러 좀비들의 목을 연속으로 날려버렸다.

퍽–퍽–!

창고 내에서 처참한 격돌이 전개되고 있었다. 아니, 거의 일방적인 도륙이었다.

가미카제 대원들은 오랜 실전 경험으로 좀비들을 어떻게 죽여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한 명이 좀비의 다리를 베면 다른 한 명이 쓰러진 좀비의 목을 잘랐다. 또한 위기 시에는서로 등을 맞대 배후 기습에 대비했고 유사시에는 권총을 쏘기도 했다.

“모두 죽여!”

“대가리와 사지를 토막내!”

좀비들의 비명과 괴성보다 가미카제 대원들의 함성이 더 크게 들렸다. 오래지 않아 창고 내로 뛰어든 좀비들이 도륙되었다.

좀비들 역시 오랜 세월 구마다니에서 함께 살아온 고향 사람들이었지만 좀비가 변한 이상 더는 이웃이며 친구가 아니었다. 그저 고향을 해칠 적일뿐인 것이다.

좀비들이 모두 쓰러지자 혼다가 대원들을 향해 외쳤다.

“피해 상황을 보고해!”

대원들이 같은 조에 소속된 동료들을 확인하고는 대답했다.

“삼조 이상 무!”

“일조도 건재해!”

“사조 이상 무!”

사조에 소속된 오코노는 손등으로 땀을 닦는 동생 하라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하라, 다친 데 없어?”

“물론이지.”

하라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지만 왠지 표정이 어색해 보였다.

혼다는 단거리 무전기를 손에 쥐었다.

“실내 상황 정리됐다. 바깥 상황은 어때?”

그러자 옥상에 있던 관측대원이 보고했다.

“으아! 큰일났어, 대장! 절대 문을 열지 마! 좀비 놈들이 새까맣게 몰려들고 있어! 후쿠이현의 좀비들이 죄다 결집된 것 같아!”

“뭐야? 대체 몇 마리는 왔는데 그래?”

“그게… 천 마리도 넘는 것 같아.”

“말도 안 돼!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

혼다는 각 조장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비상사태다! 문을 봉쇄하고 창문도 확인해!”

그는 벽에 박힌 철사다리를 통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창고 내의 대원들은 창살이 질러진 창을 통해 바깥 상황을 살폈다.

“니미, 졸라 많기는 하군.”

“걱정 마. 이 창고는 아주 튼튼하니까.”

“하지만 우리가 갇힌 거잖아?”

오코노는 힘겨운 표정으로 벽에 기대 서있는 동생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이래, 하라? 너 혹시 다쳤어?”

“다치기는. 좀비 놈들을 너무 열심히 죽였더니 잠시 힘이 빠져서 그래.”

“알았어. 또 한바탕 싸워야 할지 모르니 쉬고 있어.”

“내 걱정은 마, 형.”

하라의 미소에 오코노는 우려를 떨쳐내고는 창가에 서서 외부의 동정을 살폈다.

하라는 빠르게 주변을 살피고는 소매를 걷어보았다.

팔뚝에 할퀸 자국이 역력했다. 목이 잘린 좀비가 쓰러지면서 허공을 할퀴었는데 하필 하라의 팔뚝을 스친 것이다. 다행히 깊은 상처가 아니라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

하라는 기분이 찜찜했지만 스스로를 위로했다.

‘살짝 긁혔을 뿐이야. 이 정도로는 감염되지 않아.’

한편 옥상으로 올라선 혼다는 창고 주변을 새까맣게 뒤덮은 좀비들을 보고는 입이 쩍 벌어졌다.

“치쿠쇼(씨발)! 구마다니 주변에 이렇게 좀비들이 많았어?”

창고를 에워싼 무리만도 족히 이천여 구에 달했고 도로를 통해 계속해서 좀비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마치 누구가의 지시를 받고 동원되는 듯한 상황이었다.

혼다는 지그시 이를 깨물었다!

“좋아! 어디 해보자!”

창고를 에워싼 좀비들 일부가 철문을 두드렸다.

텅, 텅, 텅!

수십 구의 좀비들이 한꺼번에 철문을 두드리면서 밀어붙이자 문설주가 삐거덕거리며 시멘트에 균열이 일어났다. 이런 추세면 철문이 뜯겨나갈 것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좀비들이 창고의 벽면을 따라 주변의 잡동사니를 쌓고 있었다. 나무 박스와 널빤지, 쓰레기더미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계단이 형성되고 있었다.

이를 바라보는 혼다와 대원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으아. 저 새끼들이 계단을 만들고 있어!”

“대장,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좀비들한테 어떻게 저런 지능이 있을 수 있냐고?”

철문이 뜯겨나가고 계단이 만들어지면 양곡저장소 건물은 더 이상 안전한 피신처가 될 수 없다.

혼다는 무전기에 대고 건물 내의 대원들에게 통보했다.

“전원 옥상으로 대피해!”

권총을 뽑아든 그는 잡동사니로 계단을 밟고 올라서는 좀비들을 향해 쏘아댔다.

탕–탕–!

“막아! 좀비들의 옥상 진입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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