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JinMyung Oh”
“삼합회 출신이라고요? 하면 중국 양아치이네?”
왕첸이 커피를 마시다가 목에 걸렸는지 기침을 해댔다.
“콜록콜록! 거 예쁜 입으로 고약한 소리만 하네. 삼합회는 중국 최강의 단체인데 양아치가 뭐야?”
“그래봐야 깡패잖아?”
“에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왕첸은 아예 돌아앉아 커피를 마셨다.
오진명은 담배를 물고는 지퍼라이타로 불을 붙였다.
“신세를 졌으니 당분간 공급 단가는 올리지 않겠네. 김석현에게 그리 전하게.”
앙드레가 진지하게 설득했다.
“오진명 사장, 이번에 겪었듯이 불칸에너지의 경비 병력만으로는 좀비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소. 헬돔과 엘리시움의 대립도 정리돼 이제는 서브시티는 메트로서울로 통합되었소. 불칸에너지 역시 메트로서울의 지원시설로 협력하기를 바라오.”
“한번 지원했다고 요구가 과하군.”
“불칸에너지에서 제공하는 에너지가 차단되면 메트로서울은 존립할 수가 없소. 시민들은 서브시티를 떠날 수밖에 없는데 과연 그들이 바깥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겠소? 서브시티가 무너지면 불칸에너지 역시 먹고 살 수가 없게 될 거요.”
오진명이 묵묵히 담배를 피우다가 말을 받았다.
“김석현의 능력으로는 메트로서울을 유지할 수 없네. 나를 메트로서울의 시장으로 추대한다면 생각해 보지.”
“메트로서울이 온전하게 유지되면 도시국가처럼 발전할 수 있소. 시민들이 시장을 선출하게 될 테니 오 사장도 메트로서울의 시장 후보가 될 수는 있소.”
요아가 옆에서 앙드레를 거들었다.
“그래요, 오 사장. 불칸에너지는 메트로서울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예요. 이를 어느 누가 독점한다는 것은 옳지 않아요. 불칸에너지의 적은 좀비이지 메트로서울이 아닙니다.”
“…….”
오진명은 잠시 담배를 피우며 생각에 잠겼다.
요아가 슬쩍 눈치를 보내자 왕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장님, 좀비 놈들이 또 다시 공격해오면 불칸에너지를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아쉽지만 메트로서울과의 공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사장님께서는 누구보다 불칸에너지에 애착이 깊지 않으십니까? 불칸에너지를 좀비들에게 넘겨준다면…….”
“절대 그럴 수 없어!”
오진명이 격한 표정으로 말허리를 잘랐다.
“내가 공급단가를 올리려 하는 것은 발전 용량에 과부하가 걸릴 것을 우려해서이지 욕심 때문이 아니었어! 제한 송전 역시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함이지 헬돔이나 엘리시움을 통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고! 우리 불칸에너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돼!”
앙드레는 비로소 오진명의 진실한 마음을 알게 되었다.
“오 사장, 불칸을 그렇듯 소중하게 여긴다면 반드시 사수해야 하오. 메트로서울의 기동부대가 지원한다면 불칸에너지는 유지될 수 있소.”
의중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있어 자신의 속내를 들킨다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본의 아니게 심중의 말을 토로한 오진명은 서둘러 회의를 종결했다.
“그 문제는 김석현과 상의해 보겠네. 이만 가보게나.”
확답을 얻지 못했지만 분위기로 미루어 불칸에너지와 메트로서울의 통합은 무난하게 이루어질 것 같았기에 앙드레와 요아는 부담을 털어낼 수 있었다.
요아가 애교 섞인 어조로 넌지시 청했다.
“오 사장님. 저어, 헬기를 잠시 빌릴 수 있을까요?”
“헬기는 왜?”
“앙드레와 함께 도쿄를 가야 하거든요. 한데 바이크를 타고 부산까지 가서 배를 이용하기가 너무 시일이 걸려서요.”
“도쿄에 가겠다고?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좀비들의 감염이 더 심하다고 들었는데 굳이 그곳을 찾아가려는 이유를 모르겠군.”
“윤서경 그 나쁜 새끼를 꼭 죽여야 해요.”
오진명은 다소 의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서경이 도쿄로 도주했단 말인가? 놈이 엘리시움을 되찾으려 하지 않고 해외로 내뺐다는 건가?”
앙드레가 요아를 대신해 설명해 주었다.
“오 사장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인류의 대다수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애니그마 연구소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소. 윤서경은 애니그마 연구소의 동아시아 지부장이오. 놈이 지금은 도쿄로 도주했지만 언제고 다시 메트로서울을 공격할 수도 있소. 물론 내가 도쿄로 가려는 이유는 단지 윤서경 때문만이 아니오. 런던으로 이송된 내 딸을 찾아가기 위해서라도 애니그마 일본 연구소에 있는 전용비행기가 필요하오.”
오진명은 물끄러미 앙드레를 바라보다가 길게 담배연기를 뿜었다.
“자네에게 아주 복잡한 사연이 있는 것 같군. 좀비 바이러스로 세상을 망하게 한 놈들이 실제 존재한다면 반드시 죽여야지.”
오진명이 호의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헬기를 사용해도 상관없지만 고철덩어리라 과연 제대로 작동될지 모르겠군.”
“날아오를 수 있다면 어떻게든 조종해 보겠소.”
이에 왕첸이 활기찬 표정으로 청했다.
“캡틴, 나도 도쿄로 데려가 주시오.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 장기를 뽑아서라도 헬기를 수리해 보겠소.”
왕첸은 붙임성 좋게 대뜸 앙드레를 캡틴으로 호명했다.
“왕 대장이 왜……?”
“불칸에너지가 메트로서울과 통합된다면 내가 굳이 경비대장으로 남아 있을 이유가 없소. 캡틴과 함께라면 정말 흥미로운 모험일 될 것 같소.”
요아가 실소를 흘리며 핀잔을 주었다.
“이봐, 왕 서방. 나와 앙드레가 도쿄로 신혼여행이라도 가는 줄 알아?”
“그럼 나와 신혼여행 가는 셈 치면 되겠네?”
“이걸, 콱!”
“하하, 농담이야.”
왕첸이 얼른 일어서며 문으로 향했다.
“그럼 난 먼저 헬기장으로 가볼게.”
그가 집무실을 나가자 앙드레가 오진명에게 물었다.
“오 사장의 측근 같은데 데려가도 되겠소?”
“메트로서울에서 이곳 불칸에너지의 경비를 담당하게 되면 왕첸도 실업자가 되겠지. 재주가 많은 친구이니 동행하면 자네들한테 도움은 될 거네.”
“여러 모로 고맙소, 오 사장.”
앙드레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악수를 청하자 오진명도 몸을 일으켰다.
“앙드레, 자네한테는 특별한 운명이 느껴지네. 왠지 자네에게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고 싶군.”
“좀비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소.”
집무실을 나서자 요아가 앙드레에게 물었다.
“앙드레, 정말 왕 서방을 데려갈 거야?”
“도쿄까지 헬기를 이용하려면 왕첸의 도움이 필요해.”
“뭐, 나도 아주 싫지는 않아. 좀 푼수라서 그렇지 재미있는 인간 같아.”
요아는 손가락 관절을 우드득 꺾었다.
“훗, 생각지 않게 딲가리가 생겼으니 초장부터 확실하게 잡아놓아야겠어.”
좀비왕의 등장
여의도 국회의사장 광장.
과거 대한민국의 민의가 집결된 국회의사당 역시 좀비들의 차지가 되어 있었다. 잡초가 무성한 정원에는 좀비들이 어슬렁대고 있었다.
좀비들이 끌고 간 좀비장군의 사체가 의사당 계단 앞에 내려졌다. 머리가 관통돼 있는 좀비장군의 끔찍한 사체를 바라보는 좀비들의 눈빛은 공허하기만 했다. 한데 하나의 좀비만이 분노 어린 눈빛으로 좀비장군의 사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구용 가운을 걸친 좀비.
연구 가운 왼쪽에 하도훈이란 이름이 씌여 있다.
30대 나이이지만 수염을 관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좀비가 되었는지 구레나룻이 무성했다.
“크워워……!”
그가 괴성을 발하자 다른 좀비들은 본능적인 두려움에 젖어 주춤주춤 물러섰다.
너덜너덜하게 해지 가운을 걸친 좀비가 좀비장군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는 다른 좀비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감성을 지닌 좀비였다. 또한 좀비장군에게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전수해준 좀비이기도 했다.
좀비왕!
그가 바로 메트로서울의 시민들에게 전설적처럼 전해지는 좀비왕이었다. 물론 그를 본 사람은 없다. 좀비들의 집단행동에 의혹을 품은 사람들이 좀비왕의 상상했을 뿐인데 그가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다.
좀비왕은 좀비장군의 죽음을 애도하다가 몸을 일으켰다.
“크워우워!”
좀비왕은 괴성을 발하며 걸음을 내디디자 다수의 좀비들이 그를 따랐다. 좀비왕은 좀비들을 이끌고 여의도 대로를 따라 이동했다. 인간이 좀비로 변화면 모든 기억과 의식이 말살되고 오직 생존본능만 남는다. 하기에 좀비들의 이동은 그저 먹을 것을 찾기 위한 생존 법칙만 따른다. 그러나 좀비왕은 자신의 가야 할 곳을 목표로 삼아 이동하고 있었다. 그는 좀비 바이러스가 살포된 근원지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바로 청계산에 위치한 애니그마 한국연구소였다.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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