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Marvelous Sniper”

경이로운 저격

부다다당!

두 대의 바이크가 효창동 주택가 도로를 따라 달려가고 있었다. 바이크 소리에 튀어나온 좀비들이 이들을 쫓아오다가 골목 모퉁이로 사라지자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바이크에 탄 두 사람은 앙드레와 요아였다.

그들은 바이크 뒷좌석에 충분한 연료와 식량, 식수를 챙겨 불칸에너지가 있는 당인리 발전소를 향하는 중이었다. 이후 부산까지 가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겠다는 계획이지만 다분히 무모한 예정이었다.

좀비들의 세상이 된 이후 위험은 세상 어디에서나 도사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부산에 이르기도 전에 좀비들의 식탁에 오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때 스마트워치를 통해 테네스의 통화음이 들려왔다.

“앙드레, 위치 신호를 확인했더니 이동 중이군요?”

“그래, 불칸에너지를 찾아가는 중이야.”

“불칸에너지까지 안전한 길을 찾아 전송할게요. 물론 확실하게 안전하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요.”

“그 정도로 충분해.”

“참, 두 가지 좋은 정보를 알아냈어요.”

이때 좀비들 한 무리가 앞쪽 골목에서 뛰쳐나오며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게 맡겨.”

요아가 앙드레를 지나치며 앞서 달려 나갔다.

탕, 탕, 탕!

총성이 울려 퍼질 때마다 좀비들이 고꾸라졌다. 정확히 좀비들의 대가리를 적중시켰기에 두 방씩 쏠 필요가 없었다.

앙드레는 좀비들을 요아에게 맡긴 채 통화를 계속했다.

“좋은 정보가 두 개나 된다니 반가운 소식이군. 말해 봐.”

“불칸에너지를 탐색해 보니 헬기가 발견됐어요. 케이에이 삼이티 구형 헬기이지만 작동만 된다면 중간 급유지를 거쳐 일본까지 갈 수 있어요. 육로와 해상을 거치는 것보다 열 배는 빠르고 안전하죠.”

“불칸에너지에서 과연 헬기를 빌려주겠어?”

“오진명 사장이 내세울 수 있는 건 전력뿐이에요. 그 가치를 떨어뜨리면 협상이 가능할 겁니다.”

“어떻게?”

“잠시 동안은 애니그마 연구소에서 메르토서울에 전력을 공급해 줄 수 있어요. 불칸에너지 없이도 메트로서울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오 사장도 과도한 요구를 하지 못할 겁니다.”

“오케이. 잘하면 협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겠군.”

이때 연립주택 계단에 숨어 있던 좀비 한 구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가는 앙드레를 기습했다. 앙드레는 정글도를 휘둘러 좀비의 목을 날려버렸다.

“두 번째 희소식은 뭐야?”

“윤서경이 도주한 도쿄지부에는 전용기가 있습니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최첨단 이카루스 기종이죠. 그것을 탈취하면 런던까지 직행할 수 있어요.”

“굿!”

앙드레의 입에서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윤서경을 추격하기 위해 도쿄까지 간다고 해도 런던 행은 정말 막막한 상황이었다. 한데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전용기가 있다면 정말 희망적이었다.

통화를 끊은 앙드레는 핸들 손잡이의 악셀을 가속시켰다.

“도쿄까지 가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졌군.”

이때 연립주택 옥상 쪽에서 다급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악, 살려 주세요–!”

앙드레는 요아 옆에 바이크를 멈춰 세우고는 연립주택 옥상을 올려보았다. 옥상 난간을 통해 아이를 안고 있는 젊은 여인이 보였다. 뒤로는 좀비 세 구가 젊은 여인을 쫓고 있었다.

이를 본 앙드레가 요아가 계단을 밟고 연립주택으로 달려갔다.

“아이 엄마, 조금만 기다려!”

요아의 외침에 여인은 난간을 통해 앙드레와 요아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구원을 받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등 뒤까지 쫓아온 좀비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카우우우!”

여인은 절망과 공포로 파랗게 질렸다. 그런 와중에도 아이는 살려야 한다는 절실함을 깨닫고는 난간 아래로 아이를 던졌다.

“이 아이를 받아주세요!”

겨우 돌을 지난 아기가 떨어지자 요아가 훌쩍 뛰어올랐다.

“저 아이는 내가 지킬게! 아이 엄마를 구해, 앙드레!”

“알았어.”

계단 상단을 박차고 점프한 앙드레는 연립주택 2층 난간을 딛고 다시 점프했다.

“아아악!”

젊은 엄마의 비명소리가 처절했다. 좀비들이 달려들어 여인 등과 어깨, 허벅지를 물어뜯고 있었다.

“개새끼들!”

앙드레는 좀비들을 차례로 걷어차고는 매그넘 권총으로 머리통을 쏘았다.

탕, 탕, 탕!

세 구의 좀비는 머리통이 산산조각이 나며 폐물이 되었다.

뒤미처 옥상으로 올라선 요아는 피투성이가 돼 있는 여인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기, 한 발 늦었군.”

여인은 요아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보며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흑흑, 아가…….!” “엄마 무서워. 엄마… 앙앙…”

여인이 바닥을 기며 다가서려 하자 요아에게 안긴 꼬마 여자 아이도 엄마에게 가려고 떼쓰며 버둥거린다.

요아는 급하게 아이를 안고, 한 걸음 물러섰다.

“다가서지 마. 이 아이는 메트로서울로 보내줄게.”

“흑흑, 마지막으로… 한번만 안아보고 싶습니다.”

“미쳤어? 당신은 이미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당신 아이까지 좀비로 만들고 싶어?”

요아는 여인을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아기 이름이 뭐야?”

“민정…하민정입니다.”

하민정… 여자아이로군. 옥상 난간으로 물러나 앉아. 고통 없이 보내줄 테니까.”

“흑, 사… 살려 주세요.”

“나도 그렇고 싶지만 방법이 없어.”

여인을 향해 권총을 겨누었지만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방아쇠를 건 손가락이 떨렸다. 여인과 아이를 번갈아 본 그녀는 총을 내리며 몸을 돌렸다.

“젠장, 도저히 못 쏘겠어. 앙드레가 처리해.”

오열하는 여인과 아이를 잠시 바라보던 앙드레가 상의 포켓에서 납작한 알루미늄 케이스를 꺼냈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한번 시도해 보자.”

“뭔데? 치료제야?”

“치료제이기는 해도 완전하지가 않아. 자칫 돌연변이가 될 수도 있지.”

“어쨌거나 우리가 치료됐다면 가능성은 있는 거잖아? 어서 치료제를 투입해 봐. 아이 아빠도 이미 먹힌 것 같은데 이 아기가 너무 불쌍해.”

앙드레는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여인은 벌써 좀비 바이러스 감염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입에서 게거품을 뿜으며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살고 싶으면 정신 차리시오. 당신 이름이 뭐요?”

“오… 경란이에요.”

“오경란 씨, 치료제를 주사하겠소. 물론 확실하게 치료된다는 보장은 없소.”

앙드레는 일회용 앰플주사기에 담긴 치료제를 오경란에게 주입시켜 주었다.

“으으음!”

오경란은 부르르 경련을 일으키다가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얼굴이 창백했고 입술이 보랏빛으로 변색되었다.

요아가 아이를 토닥이며 물었다.

“실패한 건가?”

“모르겠어. 잠시 기다려 보자고.”

앙드레는 매그넘 권총으로 오경란을 겨눈 채 주시했다. 치료가 실패해 좀비로 변하면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잠시 후 오경란이 눈을 번쩍 떴다. 동공이 돌아가 흰 자위만 보였다. 좀비로 변형되는 현상이었다.

요아는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젠장, 쏴!”

한데 오경란의 동공이 본래대로 돌아오면서 회복의 기미를 보였다.

앙드레가 여전히 매그넘을 겨눈 채 물었다.

“당신 이름이 뭐요?”

“오경란이에요. 제가… 치료된 건가요?”

“의식은 또렷하군. 하지만 바이러스가 잠복 상태일 수도 있으니 검사를 받아봐야 하오.”

앙드레는 갤럭시 텐을 통해 테네시와 접속했다.

“테네시, 여기 좀비한테 물린 감염자가 있어. 치료제를 투약했더니 좀비로 변하지는 않았어. 하지만 완전히 치료되었는지 모르겠군.”

“흥미로운 실험대상이군요. 연구소로 보내주시면 정밀 검사를 해보겠어요. 치료제 개발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러지.”

앙드레는 통화를 끊고는 오경란에게 물었다.

“이곳에 오경란 씨만 살고 있소?”

“아니에요. 다섯 가족 정도가 모여 살고 있어요. 몇 사람이 식량을 구하려 나섰다가 좀비들에게 쫓기는 바람에 흩어지게 된 겁니다. 저희 모녀는 남편 죽고 엘리시움에 들어가지 못해 이렇게 지내고 있었어요.”

“우리가 부르면 숨어버릴 테니 오경란 씨가 그들을 부르시오. 안전한 메트로 서울에서 지내게 해주겠소.”

오경란은 몸을 잔뜩 움츠렸다.

“우리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엘리시움이나 헬돔에서 살게 되면 가족끼리 만나지도 못하고 노예로 살아야 한다고 들었어요. 민정이는 제가 키워야 합니다. 제가 살아있는 이유고, 먼저간 남편에게 제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의무예요.”

“헬돔과 엘리시움은 이제 없소. 메트로서울에서 온전한 시민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으니 내 말을 믿으시오.”

잠시 후 요아가 바이크에서 약상자를 챙겨 가지고 올라왔다.

“일단 오경란 씨 외상부터 치료해 줘. 출혈을 막아야 돼.”

앙드레는 약상자에서 연고와 붕대를 꺼냈다.

“메트로서울에 연락해서 기동국 요원들을 파견해 달라고 해. 거주민들 십여 명을 데려갈 차량과 경호팀이 필요해.”

“오케이.”

요아가 통화하는 사이 앙드레는 오경란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 주었다.

“오경란 씨는 애니그마 연구소 내에서 검사를 받게 될 거요. 바이러스 감염 증세가 없음이 확인되면 다시 메트로서울로 돌아와 아기와 함께 지낼 수 있소.”

“치료가 되지 않았으면… 저는 죽는 건가요?”

“아니요. 새로운 치료제가 투약돼 좀비 바이러스를 확실하게 치료할 거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오경란 씨는 완치될 수 있소.”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고맙습니다.”

오경란은 요아가 안고 있는 강보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민정아, 흑… 엄마가 꼭 나아서 돌아올게. 그때까지만 울지 말고 기다려 줘.”

구시가지 거주민들이 오경란을 믿고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세월 제대로 먹지 못해서인지 거주민들은 하나같이 깡말라 있었다.

잠시 후 15인승 마이크로버스와 8대의 바이크가 현장에 당도했다. 앙드레가 상황을 설명하자 기동팀장은 거주민들을 마이크로버스에 태우고 오경란은 따로 격리했다.

요아는 아이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기동팀장에게 아이를 건넸다.

“내 아이이니까 잘 보살펴야 돼, 알았어?”

“훗, 애는 언제 낳은 거야? 아빠가 혹시 저 친구……?”

“주둥이 함부로 놀리지 말고 어서 귀환해.”

요아가 눈을 매섭게 치켜뜨자 기동팀장이 장난스럽게 거수경례를 올렸다.

“옛, 써!”

마이크로 버스가 기동국 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따라 멀어지고 있었다. 골목 저편에서 간간이 총성이 들려왔다. 총성이 요란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떠돌이 좀비를 사냥하는 것 같았다.

요아는 손끝으로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흐음, 아이 피부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몰라. 게다가 몸에서 풍기는 향기가 너무 달콤하더라고. 꼭 깨물어주고 싶었어.”

“요아도 어쩔 수 없는 여자로군.”

“치이, 얘기가 그렇다는 거야. 나한테 아기를 낳아달라는 소리는 하지 마.”

“세상에 좀비들이 사라지면 가능하지 않겠어?”

“글쎄, 그럴 날이 과연 올까?”

요아는 바이크에 올라앉으며 키를 돌렸다.

“이만 가자고.”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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