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Chungmuro Station”

충무로역

곧이어 충무로역 진입 통로에서 강력한 서치라이트가 쏘아졌다. 워낙 강렬한 불빛이라 앙드레와 하대수 일행은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엘리시움의 보안대원들이 터널을 따라 돌격해오며 외쳤다.

“진격!”

“헬돔의 깡패들을 소탕하라!”

투투투–!

보안대원들은 대거 헬돔 측을 향해 자동소총을 난사했다. 그들은 서치라이트를 등진 상태였기에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헬돔 전사들은 강렬한 불빛 때문에 세상이 하얗게만 보였다.

자칫 헬돔 전사들이 몰살당한 위험에 처하자 앙드레는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터널 천장까지 점프한 앙드레는 동력선에 매달리며 시그로 서치라이트를 겨냥했다.

투투투!

촣성과 함께 서치라이트가 박살나자 터널 속은 순식간에 암흑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헬돔 전사들은 겨우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앙드레는 동력선에 매달린 채 선로를 향해 견착등을 비추었다. 견착등을 통해 당혹해하는 보안요원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드러났다.

하대수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나콘다 리벌버 권총을 발포했다.

“반격하라!”

탕, 탕, 탕!

견착등에 비쳐진 보안요원들이 연이어 고꾸라지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앙드레가 터널 천장의 동력선을 타고 빠르고 이동하면서 위협사격을 가하자 엘리시움 보안대원들의 전열이 흩어졌다. 그러는 사이 강철민과 김석현이 총을 쏘면서 진격하자 두 전사가 뒤를 따르면서 총격을 가했다.

요아는 일어서려는 유빈의 어깨를 찍어 눌렀다.

“기다려. 넌 사령관을 경호해!”

“나도 싸울 수 있어, 누나.”

“알아. 배후에서 엄호해 주는 것도 전투야.”

요아는 앞으로 내달리면서 UMP기관단총을 발포했다.투투투!

헬돔의 전사 다섯 명이 나란히 횡대를 이뤄 돌격해오고 터널 천장에서 앙드레가 지원사격을 가하자 보안요원들은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점점 뒤로 밀렸다. 급기에 후열의 보안요원들이 달아나자 전열의 요원들도 황급히 터널 밖으로 도주했다.

강철민이 가장 먼저 역내로 뛰어들며 자동소총을 마구 쏘아댔다.

“덤벼 새끼들아–어서 덤벼!”

부상을 당해 미처 달아나지 못한 보안요원이 총을 내던지며 손을 쳐들었다.

“투항하겠소! 살려 주시오!”

“개새끼!”

강철민이 보안요원을 걷어차고는 이마에 총구를 갖다 댔다.

“내 부하들을 죽여 놓고 항복하겠다고?”

강철민는 가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한데 누군가 밀치는 바람에 총구가 틀어지면서 항복한 보안요원은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앙드레였다. 그는 강철민이 쥐고 있는 자동소총의 총구를 세워들었다.

“항복한 사람이오.”

“이 손 놓지 못해? 이 새끼들이 내 부하를 죽였다고!”

“그 점은 나도 안타까워. 하지만 전투가 벌어지면 누구라도 죽을 수밖에 없어.”

“네 부하가 아니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

“강철민! 좀비 못한 인간이 되고 싶어?”

앙드레가 강하게 반발하자 하대수가 끼어들었다.

“그만 둬, 강철민! 투항한 놈은 놔두고 역사부터 점거해!

강철민은 잠시 앙드레를 쏘아보고는 열린 스크린도어를 통해 승강장으로 뛰어올랐다.

하대수가 앙드레를 주시하며 쓴 입맛을 다셨다.

“자네 생각보다 감상적이군.”

“사령관도 생각보다는 과격하지 않은 것 같소.”

“난 헬돔의 사령관일세. 총질만 잘한다고 최고 지휘관이 되는 건 아니지.”

하대수는 보안요원이 죽지 않을 만큼 아나콘다 권총으로 후려쳤다.

빠악!

그것이 헬돔 사령관으로서의 방식이었다.

투투투–, 탕탕–!

충무로역 안은 조명이 밝혀져 있기에 양측의 교전 환경이 비슷했다. 마땅한 엄폐물도 없기에 전투 능력에서 승부가 갈렸다.

앙드레와 요아, 강철민은 놀라운 전투력을 지녔기에 실전 경험이 부족한 보안요원들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역내 승강장 양쪽이 모두 점거되자 백인호는 헬돔의 전투력을 새삼 실감했다.

‘제기. 좀비 사냥으로 단련된 자들이라 역시 강하군.’

특히 앙드레의 사격술은 놀라운 정도였다. 그가 의도적으로 살해를 피했기에 죽는 자들보다 부상자들이 더 많았다.

대동했던 보안대원들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자 백인호는 결국 퇴각을 지시했다.

“후퇴하라!”

그는 부하들을 이끌고 명동역 방향으로 이어진 터널을 따라 퇴각했다.

짧지만 격렬한 전투였다.

헬돔 측은 크레모어로 인해 두 전사를 잃었지만 전투에서는 큰 손실이 없었다. 나단과 백세훈이 총상을 당했지만 심하지 않은 부상이라 거동이 지장이 없었다.. 반면 엘리시움 측은 스무 명이나 사살되었고 더 많은 숫자가 부상을 당했다.

전투 종료가 확인되자 하대수가 투항한 보안요원들 중에서 한 명을 불러 물었다.

“지휘관이 누구냐? 백인호냐?”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너희를 보내줄 테니 백인호에게 전해라. 잠시 휴전할 테니 부상자와 시신을 실어가라.”

“가… 감사합니다.”

풀려난 보안요원들은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명동역 방향 터널로 달려갔다.

하대수가 김석현을 호출해 물었다.

“피해 상황은 어때?”

“정한수와 권호창은 현장에서 즉사했소. 시신을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요.”

하대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운 전사들인데 어이없이 죽었군. 윤서경을 박살낸 후 시신을 수습하기로 하겠다. 다른 애들은?”

“나단과 백세훈이 조금 다쳤지만 전투에는 문제가 없소.”

“그만하기 다행이군.”

“이번에도 앙드레의 활약이 컸소. 적시에 서치라이트를 박살내주지 않았다면 우리가 몰살을 면치 못했을 거요.”

“그러게. 그 친구는 일인군대야. 그야말로 일당백의 전사더군.”

하대수는 승강장에 걸터앉으며 시가를 빼물었다.

“좋아. 잠시 휴식한 후 진군한다.”

유빈이 나단과 백세훈 부상 부위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고 있었다.

“형들 괜찮은 거지?”

나단이 젤 형태의 진통제를 씹어 삼켰다.

“그래, 총탄에 스쳤기에 망정이지 좀비 새끼들의 손톱에 긁혔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었어.”

백세훈이 유빈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유빈, 너 보기보다 제법이던 걸? 두 놈을 제대로 명중시켰어.”

두 전사는 애써 농담을 늘어놓았지만 동료를 잃어서인지 표정이 밝지 못했다.

앙드레는 승강장에 앉아 명동역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요아가 옆에 앉으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한수와 호창이 죽었어. 수백 번의 좀비 사냥에서도 살아남은 전사들인데…….”

“전투가 벌어지면 누구도 앞일을 장담할 수 없지.”

“윤서경… 그 새끼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물론이지. 놈이 달아나지 않기나 기도해.”

“신들도 사라진 세상인데 누구한테 기도할까?”

“신들은 불사 아니던가?”

요아는 자신이 물고 있던 담배를 앙드레의 입에 물려주었다.

“지금의 신은 앙드레야. 전투의 신. 너한테 기도하겠어.”

이때 엘리시움의 의무대원들이 환승역 계단을 통해 승강장으로 내려왔다. 의무대원들이 눈치를 살피자 쭈뼛거리자 강철민이 버럭 외쳤다.

“뭐해, 새끼들아? 부상자들부터 데려가고 시신을 수습해.”

의무대원들은 중한 부상자들부터 들것에 실어 내갔다. 부상자들이나 의무대원들이나 헬돔의 우호적인 조치에 크게 놀란 눈치였다. 그들이 여태 알고 있었던 헬돔의 전사들은 무자비하고 잔혹한 살인자였던 것이다.

의무대장이 두 박스의 식수와 전투식량을 하대수 앞에 내려놓았다.

“보안국장님께서 부상자 구호에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헬돔은 죽일 가치가 있는 자들만 죽인다.”

“아, 예……”

“백인호는 지금 어디 있나?”

“명동역에서 전열을 정비 중에 있습니다.”

“터널 중간 지점에서 나 좀 보자고 해.”

하대수는 생수통의 마개를 땄다.

“의미 없는 전투를 빨리 끝내고 싶으니까.”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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