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Helldome vs. Elysium”
헬돔 대 엘리시움
부다다당!
헬돔을 나선 10대의 바이크가 응봉교를 건너 도로를 달려가고 있었다. 하대수을 비롯해, 김석현과 강철민 등 헬돔의 최고 지휘관들이 이렇듯 한꺼번에 출동하기도 처음이었다.
헬돔 전사들 중에서 선발된 다섯 명의 전사들만이 이들을 수행했고 가장 뒤로는 앙드레와 요아가 따르고 있었다. 전사들은 행여 있을 전투에 대비해 보급품과 탄약, 폭탄 등이 담긴 전투배낭에 메고 있었다.
본래 앙드레는 요아와 둘이서 엘리시움을 찾아갈 계획이었지만 하대수가 동행을 강요했다. 요아를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은근한 위협에 헬돔과 합류하게 된 것이다.
10대의 바이크는 이열 종대로 도로 위의 폐차 사이를 빠르게 헤집으며 질주했다. 도로 위에서 어슬렁거리던 감염된 고양이들이 인간의 냄새를 맡고 덤벼들었다가 강철민의 조준 사격에 모두 고꾸라졌다.
요아가 앙드레와 나란히 달리며 물었다.
“윤서경이 애니그마 연구소와의 연관성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텐데?”
“그렇겠지. 하지만 그자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본색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러니까 놈을 자극해서 스스로 정체를 밝히려는 거네?”
요아는 앞서 달리고 있는 헬돔의 수뇌들과 전사들을 바라보았다.
“한데 전투가 벌어지면 고작 열 명으로 엘리시움을 상대할 수 있을까?”
“어차피 표적은 엘리시움의 수뇌부야. 윤서경만 제거하면 엘리시움은 와해돼. 서브시티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가급적 대규모 전투는 피하는 게 옳아.”
부다다당!
10대의 바이크는 고철로 변한 차량들을 피해 도로의 중앙선을 따라 달려갔다.
선두에 선 강철민은 매서운 눈으로 전면을 주시했다.
좀비들의 활동이 드문 아침시간이라고 해도 좀비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게 그의 기분을 찜찜하게 만들었다.
“좀비 새끼들이 죄다 동면에 든 건가? 어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지?”
바이크들은 폐차 사이의 좁은 통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한데 고철덩어리로 변해 있는 차량들 속에서 좀비들이 대거 튀어 나왔다.
“카우우우!”
헬돔 전사들의 바이크 소리를 듣고 여태 잠복해 있다가 일시에 기습을 펼쳐온 것이다.
강철민은 흠칫 놀라기는 했어도 타고난 전사답게 별반 당황해하지 않았다.
“어랍쇼? 좀비 주제에 숨어 있었어?”
탕, 탕, 탕!
좀비들이 기습을 펼쳐오자 하대수가 소리쳤다.
“모두 집결해!”
김석현과 전사들이 빠른 속도로 하대수 주변에 집결했다.
헬돔 내에서 선발된 전사들답게 그들은 바이크로 바리게이트를 형성해 좀비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대수은 아나콘다 리벌버 권총으로 좀비들을 연이어 쓰러뜨렸다.
“좀비 주제에 잠복이라니? 어이가 없군.”
김석현이 가까이 달려든 좀비의 아가리를 향해 권총을 발포했다.
타앙!
대가리 절반이 박살난 좀비가 나가동그라졌다.
요아는 권총을 속사로 쏘면서도 정확히 좀비들의 이마를 관통시켰다. 한데 한 명의 전사만이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자동소총을 마구 쏘아댔다.
투투투!
총에 맞은 좀비들이 본넷에 처박혔다가 다시 달려들었다. 머리를 제대로 맞히지 못한 탓이다.
“으아아!”
놀란 전사가 비명을 지르며 자동소총을 들이댔지만 좀비가 손을 휘둘러 거칠게 쳐냈다.
이를 본 요아가 인상을 구겼다.
“제기, 누가 저 멍청한 놈을 수행전사로 선발한 거야?”
앙드레가 바이크 위에서 점프했다.
“내가 지원할게.”
탕, 탕!
앙드레의 매그넘 권총이 불을 뿜자 좀비 2구의 머리가 박살났다. 다른 한 구의 좀비는 요아가 쏜 총에 나가동그라졌다.
끼이익!
바이크를 멈춰 세운 요아가 내려서며 어수룩한 전사의 헬멧을 홱 잡아챘다.
“대체 어떤 새끼인지 어디 낯짝 좀 보자!”
헬멧과 보안경이 한꺼번에 벗겨지면서 드러난 전사는 너무도 앳된 청년이었다.
“옴마, 유빈……? 너였어?”
그러했다. 코밑에 솜털이 송송한 앳된 청년은 뜻밖에도 유빈이었다. 겨우 훈련 과정을 수료한 그가 하대수의 수행전사로 선발된 것이다.
유빈이 울상을 지었다.
“요아 누나…….”
“너 이 자식! 일단 내 뒤에 타!”
한가하게 얘기를 나눌 상황이 못 되기에 요아는 유빈을 자신의 바이크 뒤에 태웠다.
폐차 속에 잠복해 있던 좀비들이 50구도 넘었지만 하대수 일행의 전투력이 워낙 뛰어났기에 피해는 거의 입지 않았다. 유빈이 타고 있던 바이크 한 대를 잃은 게 전부일 만큼 좀비들의 기습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습격을 가해온 좀비들을 모두 격퇴하자 요아가 강철민에게 따졌다.
“카론, 대체 어쩌자고 유빈을 선발한 거야? 이 녀석은 겨우 훈련생 딱지를 뗀 애라고!”
김석현이 대신 말을 받았다.
“유빈이 자원했기에 내가 받아 주었다.”
“미쳤어?”
“전사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경험이 필요하지.”
“아무리 그래도 유빈은 아직 외부 전투에 나서기는 이르다고? 스무 살도 되지 않았단 말이야!”
요아가 강하게 반발하자 하대수가 제지했다.
“그만 해, 요아. 헬돔의 전사가 된 이상 나이는 중요치 않다. 훈련을 수료했다면 전사로서의 자격은 충분하다.”
유빈의 선발 문제를 일축한 하대수가 강철민를 질책했다.
“카론, 자네답지 않군. 어떻게 좀비 놈들의 기습을 전혀 간파하지 못했어?”
“솔직히 좀비 새끼들이 이렇게 쥐 죽은 듯 잠복해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소. 놈들은 소리와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본능을 억누르고 잠복해 있다는 것은 고도의 지능을 의미하오.”
강철민에 이어 김석현이 말을 받았다.
“어제 야외훈련 중에서도 훈련병들이 좀비들한테 습격을 당했소. 순찰대원들이 사전에 훈련장소를 수색했을 때는 좀비들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야외훈련을 실시한 거였는데 놈들이 은밀하게 잠복해 있었소.”
좀비들의 잠복.
하대수는 믿기 힘들지만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했기에 부인할 수가 없었다.
“제기, 좀비 새끼들은 끈질긴 생명력까지 지녔는데 잠복할 수 있는 지능을 지녔다면 상대하기가 더 까다롭겠어.”
요아가 신중한 표정으로 메트로레인에서의 전투 상황을 얘기해 주었다.
“단순한 잠복 정도가 아니야. 놈들은 죽은 체하는 위장전술까지 구사했어. 그 바람에 전사들이 몰살을 당했지. 당시 앙드레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나도 이미 좀비들의 뱃속에 들어가 있었을 거야.”
“위장전술까지 펼쳤다고?”
“사실이야. 좀비들도 진화를 하는 것 같아.”
“진화라고? 무슨 놈의 진화가 그렇게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겠어?”
하대수가 앙드레에게 시선을 돌렸다.
“좀비 슬레이어,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충분히 가능하오. 좀비들도 이전에는 인간이었소. 바이러스에 의해 지각능력이 상실됐어도 생존본능까지 잊지는 않았을 거요.”
“끔찍하군. 만일 좀비들이 고도의 지능까지 갖추게 되면 헬돔이든 엘리시움이든 더는 안전할 수가 없어. 인류는 끝장이라고.”
하대수는 전사들을 쓸어보고는 바이크에 앉았다.
“그래도 우리 헬돔은 최후까지 살아남을 거다. 정신들 바싹 차리고 모두 진군해!”
부다다당!
하대수과 전사들이 이동하자 요아는 바이크 뒷좌석에 앉아 있는 유빈을 돌아보았다.
“유빈, 전투가 벌어지면 내 옆에 꼭 붙어 있어. 알았어?”
“누나, 나도 잘 싸울 수 있어. 처음이라 당황했던 거야.”
“하여간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요아가 윽박지르자 앙드레가 만류했다.
“유빈은 내가 지켜주겠다. 어서 움직여.”
바이크에 올라앉은 요아가 악셀을 돌렸다.
“꼭 잡아!”
부다다당!
요아가 달려가자 앙드레는 약간의 간격을 두고 뒤를 따랐다. 유빈은 앙드레를 돌아보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보였다. 몇 차례 좀비들과 맞닥뜨려서인지 조금은 여유가 느껴졌다.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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