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Elysium Headquarters, Seoul Station”
엘리시움 본사 서울역.
서울역사 3층에 위치한 사장실은 넓고 쾌적했다. 실내에는 최첨단 에어워셔가 가동되고 있기에 사람이 지내기 가장 편안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고 있었다.
한쪽 벽은 통유리로 둘러져 있는데 그 안쪽은 수경재배실이었다.
천장에서 뿌려지는 이슬 같은 수분을 머금은 새싹들이 파릇파릇하게 자라 있는 수경재배실은 보는 것만으로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이는 열악한 환경의 서브시티 시민들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풍요이며 호사였다.
그리고 대형 스피커에서는 웅장한 교향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였다.
엘리시움의 사장 윤서경은 집무탁자에 짧은 두 발을 올린 채 손에 와인잔을 쥐고 느긋하게 음악을 감상 중이었다.
그의 외모는 중국 고서에 등장하는 지주처럼 비대했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게 복장서부터 구두까지 신상이었다.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구두와 슈트는 모두 최근에 제작된 수제품이었다.
바깥세상에서는 좀비들이 들끓고, 서브시티 시민들은 햇살도 들지 않은 지하에서 노예처럼 일하고 있지만 그의 집무실만은 그 어떤 구애도 받지 않는 천국이었다.
“흐음, 좋군.”
윤서경은 히틀러 같은 그만의 트레이드 마크인 짧은 수염을 만지작 거리면서, 와인의 향기를 맡으며 기분 좋은 감상에 젖었다. 뱅앤올룹슨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신세계 교향곡이 그를 새로운 세상의 창조주로 만들어 주었다.
이때 집무책상에 놓인 비디오폰이 울리며 그를 현실로 이끌어냈다.
“뭔가?”
비디오폰을 통해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보였다. 서울역사를 책임지는 역장 홍인성이었다.
“사장님, 헬돔에서 영상통화를 요청해 왔습니다.”
“헬돔에서?”
“예. 사령관 하대수가 통화를 원합니다.”
“훗, 깡패 두목이 어쩐 일이지?”
“거부할까요?”
“아니, 무슨 얘기인지 들어나 보자고. 연결해.”
윤서경은 벽 한쪽을 가득 채운 멀티비전으로 의자를 돌려 앉았다.
곧이어 화면에 하대수의 위압스런 모습이 나타났다.
“윤서경 사장, 한번 만나야겠소.”
“무슨 일로?”
“지난번 메트로 17구역에 투입된 전사들 두 명이 살아 돌아왔소. 메트로레인 13호선에서 좀비들을 모두 몰아냈다고 하더군. 따라서 계약대로 메트로레인 통행권을 배정받아야겠소.”
“무슨 소리요? 헬돔의 작전은 실패했소. 무모한 작전 때문에 우리 엘리시움도 막대한 인력과 물자만 소모해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오. 오히려 헬돔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상황인데 메트로레인 통행권이라니?”
“그렇다면 전사들을 메트로레인 13호선으로 투입시켜 진위를 확인해 보겠소. 만일 메트로레인 13호선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면 윤 사장 당신이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거요.”
하대수가 강경하게 나오자 윤서경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지금 전쟁을 원하는 거요. 사령관?”
“천만에. 난 헬돔 전사들이 성공적인 작전을 수행하면서 흘린 피의 대가를 요구할 뿐이오. 물론 엘리시움에서 부당하게 약조를 파기하겠다면 전쟁도 고려해 봐야겠지.”
윤서경은 잠시 생각하다가 제안을 수용했다.
“알겠소. 오해는 해소해야 하니 한번 만납시다. 내일 오전 왕십리역으로 특별차량을 보내겠소. 단 수행인원은 다섯 명으로 제한하겠소.”
“스무 명.”
“훗, 사령관답지 않게 겁이 많으시군. 열 명까지는 허락하겠지만 그 이상은 허락할 수 없소.”
“좋아, 그 정도로 절충합시다.”
“좀비들과의 동승은 허락할 수 없으니 온전하게 역내로 진입해야 할 거요.”
“하핫! 물론이오.”
영상통화가 끊어지면서 화면이 서울역 내부로 바뀌었다.
윤서경은 담배파이프를 입에 물며 싸늘한 미소를 띠었다.
‘하대수, 네가 제 발로 찾아온다니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제 헬돔과 엘리시움의 오랜 전투를 끝내겠다.’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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