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The Commander’s Office”

사령관실.

과거 야구장 VIP룸으로 꾸며진 방답게 전망이 뛰어나고 첨단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물론 제대로 보수를 하지 않아 시설은 일부 기능만 작동한다.

타원형 테이블 상석에는 사령관 하대수가 앉아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는 무표정한 제복 차림의 전사는 훈련교관 김석현이었다.

요아가 앙드레를 대동해 들어서자 하대수가 반가운 웃음을 터뜨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하핫! 어서 와, 요아!”

“사령관, 귀환이 늦었어.”

“지금이라도 살아서 돌아온 게 어딘데? 엘리시움 놈들이 너희 모두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보내와 얼마나 상심했는지 모른다.”

하대수는 요아를 가볍게 포옹하고는 등을 다독였다.

“반갑다, 요아. 정말 반가워.”

“나를 제외한 순찰대원 모두가 전사했어. 그게 너무 미안해.”

“괜찮아. 좀비들과 싸우다가 죽었으니 명예로운 죽음이지. 우리 헬돔의 영광이기도 하고.”

요아는 포옹을 풀고는 앙드레에게 공을 돌렸다.

“사실 앙드레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어.”

하대수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다시 만나 반갑네, 앙드레. 이번에도 어린 훈련병들을 구해주었다는 얘기를 카론에게 들었네.”

“별 거 아니었소.”

“자, 앉게나.”

하대수는 두 사람에게 자리를 권하고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

“여기 시원한 맥주를 박스 째 가져와라.”

시원한 맥주와 향긋한 쿠바제 시가.

맥주로 갈증을 푼 요아는 짙은 시가 연기를 뿜으며 나른한 표정을 띠었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아.”

하대수가 땅콩을 우물거리며 물었다.

“자네들이 이렇게 살아 있는데 엘리시움 놈들이 왜 죽었다는 거짓 소식을 전해온 거지?”

“나와 앙드레가 애니그마 연구소로 진입한 후 연락이 두절되는 바람에 죽었다고 생각했나 보지 뭐.”

“연구소에는 너와 앙드레 둘만 진입한 거냐?”

“마이클이라고 엘리시움 보안요원도 함께 진입했어, 참, 도중에 마이클은 엘리시움에서 탈퇴했으니 자유민이라고 해야 하나? 셋이서 가까스로 연구소에 진입했지만 마이클은 도중에 죽었고 나와 앙드레는 부상을 입었어.”

“부상이라고?”

하대수가 흠칫 놀라며 경계의 표정을 띠자 요아가 피식 실소를 흘렸다.

“훗, 걱정 마. 하대수의 때 낀 목덜미를 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까. 애니그마 연구소 내에는 좀비가 없었어. 특별한 돌연변이 괴수들과 싸우다 다친 부상이라 좀비 바이러스와는 무관해.”

“그렇다면 다행이군.”

말은 그리 해도 하대수는 뭔가 미심쩍은 눈치였다.

김석현이 시가를 입에 문 채 물었다.

“정보에 의하면 애니그마 연구소 내부에 슈퍼컴퓨터가 있다고 하더군. 엘리시움에서 자네들을 지원한 것도 슈퍼컴을 확보해 중앙통제실의 시스템을 보강하기 위함이라고 알고 있네. 혹시 슈퍼컴을 찾아냈나?”

“난 괴수들한테 부상을 당해 정신을 잃었기에 잘 몰라. 그 부분은 앙드레가 설명해줘야겠어.”

요아는 앙드레에게 떠넘기며 맥주 캔을 새로 땄다.

앙드레는 차분한 어조로 당시 상황을 얘기해 주었다.

“슈퍼컴은 없었소. 단지 연구소 내부의 시스템을 관리하기 위한 컴퓨터가 있었을 뿐이오. 그리고 내 목표는 컴퓨터가 아니라 내 딸을 구하기 위함이었소. 안타깝게도 딸은 없었소. 그게 분할 뿐이오.”

앙드레는 아직 헬돔을 신뢰할 수 없기에 일부로 테네시의 존재를 숨겼다.

하대수이 한쪽 눈썹을 슬쩍 치켜 올렸다.

“딸이 없었다고? 그럼 자네의 기억이 잘못됐단 말인가?”

“내 기억은 확실하오. 내 딸은 이미 수 년 전 애니그마 본사인 런던으로 이송된 상태였소. 그것을 진즉 알았다면 무모하게 메트로레인 십칠 구역으로 뛰어들지 않았을 거요.”

“그것 참, 안 됐군.”

“어쨌든 내 딸 제니의 행방을 알았으니 런던으로 갈 생각이오.”

“런던……? 하하핫!”

하대수는 어처구니가 없는 듯 한바탕을 웃음을 터뜨렸다.

“뭐, 조금 멀기는 해도 전혀 갈 수 없는 곳은 아니지. 자네를 위해 가장 성능이 좋은 바이크 한 대는 내줄 수 있네.”

물론 조롱이다.

바이크를 이용해 휴전선을 넘어 유라시아 하이웨이를 거쳐 유로 터널을 통과하기란 불가능하다. 어디를 가든 좀비들로 득실대는 세상이기에 연료가 떨어지기도 전에 좀비들의 식탁에 오르게 될 것이다.

앙드레가 담담한 어조로 말을 받았다.

“바이크를 제공하겠다니 고맙소. 하지만 그 전에 엘리시움을 찾아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소.”

“해결할 일이라니? 뭔가”

“애니그마 연구소에 알아내 정보에 의하면 인류를 지상에서 몰아낸 좀비 바이러스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었소.”

충격적인 정보에 하대수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무슨 말이야? 자연적인 발생이 아니라면… 어떤 새끼가 그 무서운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퍼뜨렸단 말인가?”

“그렇소. 좀비 바이러스를 생산한 곳은 바로 애니그마 연구소였소. 애니그마 연구소는 세계 대도시마다 연구소를 두고 있는데 그들 연구소에서 좀비 바이러스를 살포되면서 순식간에 인류가 감염된 거요.”

하대수가 탁자를 치며 반박했다.

“그 무슨 터무니없는 소린가? 대체 그 새끼들이 왜 그런 미친 짓을 저질러?”

“상세한 내막은 나도 정확히 알지 못하오. 애니그마 연구소에서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인간의 능력을 강화시킬 목적으로 개발되었다가 좀비 바이러스로 변질되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소. 인간을 강화시킬 순수한 목적으로 개발되었다면 이렇듯 광범위하게 지구 전역까지 좀비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수는 없어. 애니그마 연구소에서 악마적인 좀비 바이러스를 살포해 인류의 대부분을 감염시킨 내막에는 중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 확실하오.”

“……!”

하대수은 앙드레를 쏘아보듯이 직시하다가 김석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카론 교관, 이 친구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김석현은 감정 변화를 잘 드러내지 않기에 충격적인 얘기를 듣고도 별반 흥분하지 않았다.

“아주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닌 것 같소. 솔직히 좀비 바이러스의 급속한 감염은 모두의 상상을 초월했소. 몇 마리의 좀비가 사람을 물어서 퍼뜨리기에는 그 파급이 너무 빨랐소. 나도 좀비 바이러스가 자연 발생적인 현상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웠소.”

하대수가 시가를 깊이 빨며 앙드레에게 물었다.

“좀비 바이러스가 애니그마 연구소의 개발품임을 확신하나?”

“그렇소. 난 세상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훨씬 전 이미 좀비들과 맞닥뜨린 적이 있소.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수색작전을 벌일 때 괴물들과 싸운 적이 있는 그들 생명체가 바로 좀비였소. 당시 나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코요테에 물리기도 했었소.”

“이런 썅!”

하대수가 놀라 일어서며 아나콘다 리벌버 권총으로 앙드레를 겨냥했다.

“하면 네가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란 말이냐?”

“진정해, 사령관!”

요아가 손을 뻗어 권총의 총구를 움켜쥐었다.

“앙드레는 멀쩡해. 그는 좀비 바이러스에 내성을 지닌 특별한 체질의 소유자야. 내가 치료된 것도 앙드레 덕분이라고. 날 봐! 내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아?”

하대수는 요아와 앙드레를 번갈아 보고는 다시 권총을 거둬들였다.

“좀비 바이러스에 내성을 지녀? 그럼 좀비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치료제도 개발할 수 있다는 건가?”

앙드레는 맥주 캔을 입으로 가져갔다.

“좀비 바이러스는 워낙 변이가 빨라 아직 완벽한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소. 하지만 애니그마 본사에서는 이미 개발했을 수도 있소.”

“그렇다면 왜 세상에 공개하지 않는 건가?”

“나도 그 점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소. 내가 런던으로 가려는 이유가 저들의 비밀을 밝히기 위함이기도 하오.”

“이거야 원,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하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단숨에 캔맥주를 비웠다.

김석현이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앙드레, 자네가 엘리시움을 찾아가는 이유가 애니그마 연구소와의 연관성 때문인가?”

“그렇소. 엘리시움은 강력한 시스템의 도움 없이 어느 개인이 창설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오. 엘리시움이 메트로레인을 통해 서브시티를 연결할 수 있었던 것은 애니그마 연구소의 지원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소.”

하대수가 부드득 이를 갈았다.

“윤서경 , 이 개새끼! 결국 그 새끼가 대한민국 전역에 좀비 바이러스를 살포했다는 거잖아?”

극도로 흥분한 하대수가 김석현에게 지시를 내렸다.

“카론, 당장 엘리시움으로 가겠네! 헬돔의 기동부대를 총동원하게.”

“진정하시오. 사령관.”

“애니그마 연구소와 조금이라도 연관된 새끼들은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사령관!”

“내 가족이 좀비 새끼들 때문에 몰살했어! 내가 어떻게 복수하지 않겠나?”

김석현이 차가운 어조로 말을 받았다.

“좀비한테 가족을 잃은 사람이 어디 사령관 하나뿐이겠소? 내 막내아들은 좀비들한테 산 채로 뜯겨졌소. 좀비로 변할 새도 없이 좀비 새끼들의 한 끼 식사가 되었단 말이오!”

워낙 끔찍한 얘기에 실내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하대수는 격앙된 감정을 다소 가라앉히면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윤서경 그 새끼가 좀비 바이러스를 살포한 책임자라면 절대 용서할 수 없어.”

“물론이오. 몸을 산 채로 토막내 좀비들한테 던져 주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거요. 하지만 기동부대를 총출동시킬 수는 없소. 헬돔의 전사들이 대규모로 진군하면 서울 시내의 좀비들이 죄다 몰려올 거요. 결국 엘리시움에 이르기도 전에 기동부대는 와해될 거요.”

앙드레는 김석현의 냉철한 분석에 내심 감탄했다.

‘정신력이 뛰어나. 역시 군 지휘관 출신답게 감정을 자제할 줄 아는군.’

김석현은 앙드레에게 눈길을 돌렸다.

“자네는 엘리시움을 찾아가서 어쩔 셈인가?”

“윤서경을 통해 확인할 게 많소. 내 딸의 생사를 알아야 하고 좀비 바이러스 생성된 진정한 내막도 밝히고 싶소. 그자라면 런던까지 갈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을 거요.”

“윤서경이 과연 순순히 협조할까?”

“그렇게 만들어야지.”

“자네 혼자서?”

그러자 요아가 앙드레 옆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왜 혼자야? 나도 있는데?”

“요아, 너……?”

“여태까지 동행했는데 앙드레 혼자 보낼 수는 없잖아?”

“무단이탈은 배신이다.”

“이렇게 통보까지 했는데 왜 무단이탈이야?”

몸을 일으킨 요아가 하대수에게 경례를 올렸다.

“사령관, 앙드레와의 동행을 허락해 줘.”

하대수는 물끄러미 요아를 바라보다가 손을 내저었다.

“자네들은 일단 물러가 있어. 엘리시움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구상해 보겠다.”

“옛, 써!”

요아는 장난스럽게 응수하고는 앙드레와 함께 사령관실을 나갔다.

하대수가 몸을 바로 세워 탁자에 붙어 앉았다.

“김석현, 앙드레의 얘기를 신뢰할 수 있겠나?”

“그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 않소? 의도적으로 우리 헬돔과 엘리시움을 충돌시키려 하는 것도 아니고 단독적으로 엘리시움을 상대하려 한 것을 보면 믿어도 될 것 같소.”

“감염된 동물에 물리고도 치료됐다… 정말 특별한 녀석인 것 같군.”

“앙드레가 아무리 뛰어난 전사이며 좀비 슬레이어라 해도 혼자서는 엘리시움과 맞설 수 없소. 일단 윤서경을 만나 엘리시움이 애니그마 연구소와 연관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되오. 앙드레의 정보가 확실하다면 엘리시움은 우리가 접수해야 하오. 물론 애니그마 연구소와 연관된 놈들은 모조리 죽여야 하겠지.”

하대수가 턱을 어루만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윤서경을 영상으로 연결해.”

“사령관, 지금 그 문제로 윤서경을 다그치면 대면조차 못할 거요.”

김석현의 우려의 표정을 띠자 하대수가 미소를 띠었다.

“걱정 말게. 내가 그렇듯 멍청하지는 않아. 내게도 생각이 있다고.”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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