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Andre and Tennessee’s Shocking Dialogue”

앙드레와 테네시의 충격적인 대화

기이잉…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부드러운 빛이 실내로 흘러들어왔다. 빛이 눈에 자극을 주지 않도록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실내로 들어선 앙드레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하 통제실은 수많은 전자기기로 가득 차 있었고, 한쪽 벽에는 초대형 멀티비전이 설치되어 있었다. 수백 개의 화면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며 다양한 정보가 흐르고 있었다.

앙드레는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테네시, 어디 있는 거니?”

그때, 멀티비전의 화면이 한순간에 변하며 아리따운 소녀의 영상이 나타났다.
“어서 오세요, 앙드레.”

그 음성은 앙드레가 스마트 워치로 통화했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순간, 앙드레는 충격에 휩싸였다.
“네가… 테네시?”
“예, 앙드레.”
“너… 사람이 아니었어?”
“저는 지능형 슈퍼컴퓨터 AN3000이에요. 테네시는 제 애칭이죠.”
“슈퍼컴퓨터… 네가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였다고?”

멀티비전 속 테네시의 영상은 마치 수줍어하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실망할 거라고 했잖아요?”
앙드레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너무 멍청했군. 네 존재에 대해 전혀 눈치 채지 못했으니 말이야.”
테네시는 조용한 목소리로 이어갔다.
“중앙 연구실에서 돌연변이들과 싸우는 모습을 봤어요. 부상이 심하니 먼저 치료부터 하세요.”
“치료? 그게 가능해?”
“치료 앰플을 준비해 두었어요.”
“요아도 치료할 수 있어?”
“요아 언니는 장담할 수 없어요.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이 없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앙드레의 혈청에서 추출한 치료제를 사용하면 회복될 가능성은 있어요.”
“혈청? 언제 내 몸에서 혈청을 추출한 거지?”
“얘기가 길어요. 지금은 늦을수록 치료가 더 어려워지니 어서 치료제를 투약하세요.”

앙드레는 매끈한 메탈 의자에 요아를 기대 앉힌 뒤, 주사기에 치료제 앰플을 끼워 넣었다. 먼저 요아에게 치료제를 주사하고, 자신의 팔뚝에도 주사 바늘을 꽂았다. 이어 구급상자를 열어 요아의 상처를 소독한 후 붕대를 감았고, 자신의 허벅지에도 붕대를 둘렀다.

약효 때문인지 몸이 점점 나른해졌고 정신도 약간 혼미해졌다. 그는 메탈 의자에 앉아 테네시의 영상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테네시, 이제 얘기할 준비가 된 건가?”
“물론이죠. 저는 오래전부터 앙드레가 와주기를 기다렸어요.”
앙드레는 손을 들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아, 제니부터 만나야겠어. 어서 보여줘.”

그 순간, 영상이 바뀌며 의료용 캡슐에 누워 있는 제니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사진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헤어진 지 8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제니는 여전히 어린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영상을 보여주는 게 아니야. 그 캡슐이 어디 있는지 말해.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앙드레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테네시는 차분히 말했다.
“진정하세요, 앙드레. 먼저 제 얘기를 들어보셔야 해요.”
앙드레는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제니를 보여 달라니까!”

테네시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앙드레, 일단 과거를 정확히 기억하셔야 해요.”

테네시의 목소리가 차분히 이어졌다.
“맞아요. 바로 그 사건 때문에 앙드레가 애니그마 연구소에 선택된 거죠.”
“선택이라고?”
“앙드레는 다리를 잃은 상태로 애니그마 연구소로 후송됐어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됐기 때문에 당연히 좀비로 변해야 했지만, 앙드레는 감염이 뇌로 전이되지 않았어요. 인류 중 백만 명 중 한 사람만이 그런 자연적인 내성을 가지고 있는데, 앙드레가 바로 그런 특별한 존재였던 거죠.”

앙드레는 백신이 혈관을 타고 퍼지며 몸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다리가 힘을 잃고, 그는 다시 메탈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테네시는 단호하게 답했다.
“물론이죠. 인류의 재건을 위해 좀비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을 개발하려면 앙드레의 혈청이 반드시 필요해요. 하지만 왜 앙드레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도 좀비로 변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생리학적으로 정확히 분석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앙드레가 용병에서 퇴역한 후에도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거죠.”

앙드레는 짐작한 듯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날 감시하고 있었단 말이지.”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앙드레는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니까요.”

혼미해지는 정신을 가다듬으려 앙드레는 머리를 흔들었다.
“계속해 봐.”

테네시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이어갔다.
“제니가 녹사병에 걸린 것은 어쩌면 앙드레의 유전적 형질 때문일 수 있어요. 그래서 애니그마 연구소는 제니의 치료를 구실로 앙드레와 사후 신체 양도 계약을 체결하려고 했죠.”

앙드레는 깜짝 놀라며 손을 들어 테네시의 말을 막았다.
“잠깐!”

앙드레의 분노와 테네시의 고백

앙드레는 이마를 짚으며 조각조각 떠오르는 기억을 하나씩 맞춰 나갔다.
“내 아내 지나의 죽음이 혹시… 애니그마 연구소와 관련이 있는 거야?”
침묵.

“그리고 내가 주차장에서 괴한들의 습격을 받은 후, 8년 동안 기억을 잃었던 것도… 연관이 있는 건가?”

또다시 침묵.

테네시의 침묵은 곧 긍정을 의미했다. 앙드레는 그렇게 확신했다. 순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전신의 혈관을 타고 번져, 끓어오르는 전율로 변했다.

앙드레는 외쳤다.
“테네시! 사실대로 대답해!”

앙드레는 벌떡 일어나며 상의 주머니에서 만년필 형상의 화염탄을 꺼내 쥐었다.
“네가 제공한 무기니 이게 뭔지 잘 알겠지. 이 정도 화염탄으로 널 완전히 박살낼 수는 없겠지만, 저능아로 만들 수는 있어. 그러니까 어서 사실대로 말하란 말이야!”

멀티비전의 화면이 순간 혼란스럽게 바뀌더니, 다시 테네시의 영상이 나타났다.
“맞아요. 앙드레가 짐작하신 그대로입니다.”

“뭐… 뭐라고?”
앙드레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충격에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의 귀에서는 윙윙 소리가 울리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왜… 왜 지나를 살해한 거냐?”
앙드레는 억지로 목소리를 짜내며 물었다.

테네시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애니그마 연구소에서는 앙드레가 절실히 필요했어요. 하지만 기밀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앙드레의 신체를 소유하는 데 장애가 될 문제를 사전에 제거한 겁니다.”

“그냥 나를 납치하면 될 일이었잖아!”
앙드레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테네시는 여전히 침착했다.
“그랬다면 경찰이 실종 사건 수사에 나섰겠지요. 당시엔 좀비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전이라서, 연구소 측도 조심할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좀비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을 막지 못했지만요.”

앙드레는 화염탄을 작동시키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누르며 이를 악물었다.

“한 가지 더. 좀비 바이러스를 생산한 곳도… 애니그마 연구소가 맞는 거냐?”

“…….”

“답변을 못하는 것을 보니 사실이구나?”

“앙드레, 제게 책임을 묻지 마세요. 전 그저 주어진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어요. 물론 좀비 바이러스는 이곳 연구소에서 개발된 것이 아닙니다. 영국 본사에서 처음 개발되었고 시료가 한국에도 전달된 거죠.”

“미쳤어! 대체 왜 좀비 바이러스 따위를 개발한 거야? 대체 무슨 목적으로!”

“최초의 의도는 인간의 신체적 나약함을 개선할 초인류 프로그램이었어요.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가 생겨 좀비 바이러스가 만들어진 거죠. 그리고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상대로 좀비 바이러스를 살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와중에 전 세계로 확산된 겁니다.”

앙드레는 자신의 귀로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초인류를 지향하려는 거대 의료기관의 야욕으로 인해 인류가 종말로 치닫게 되었다는 사실에 분노와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만일 그들이 눈앞에 있다면 입에다 폭탄을 쑤셔 넣고 싶었다.

앙드레는 심적 혼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동안 침묵하다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테네시, 넌 죄가 없어. 죽어야 할 놈들은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 악마들이지. 난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고 악마들에게 제니의 치료를 맡기고 싶지도 않아. 제니를 데려가겠다. 제니를 돌려다오.”

“미안해요, 앙드레. 제니는 지금 한국에 없습니다.”

앙드레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뭐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수개월 전 중앙연구실에서 좀비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던 중 돌연변이에 의해 연구원들이 모두 죽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그래서 빌란트 소장은 제니를 데리고 급히 본사로 떠났어요.”

앙드레는 또 한번 분노했다.

“그 악마 같은 놈이 감히 내 딸을 데려갔다고?”

그는 화염탄을 중앙처리장치에 부착했다.

“사실대로 말해. 제니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

테네시의 영상이 한순간 슬픈 표정으로 바뀌었다.

“앙드레, 저는 이곳에서 앙드레가 좀비 슬레이어로 성장하는 프로그램을 수행하도록 지시를 받았어요. 앙드레가 좀비들과 싸움을 통해 강해지고, 앙드레의 신체 변화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제 임무였죠. 이제 앙드레가 무사히 이곳까지 찾아왔으니, 제 임무는 끝났어요. 이젠 제 임의대로 프로그램을 작동시킬 수 있어요.”

앙드레는 냉정한 눈빛으로 테네시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를 폭파하지 말라는 거냐?”

테네시는 차분히 대답했다.
“맞아요. 제 시스템이 망가지면 앙드레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어요. 사랑하는 딸, 제니를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되겠죠. 저를 최대한 이용하세요. 저는 앙드레가 제니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날 돕겠다고?”
앙드레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테네시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앙드레의 귀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래요. 저는 인류 재건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어요. 물론 제가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없으니, 앙드레를 지원하는 것만 가능하죠. 앙드레가 승인해주시면, 요아 언니의 치료제도 개발해볼 수 있어요.”

앙드레는 메탈 의자에 누워 있는 요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치료제의 효과가 나타났는지, 창백했던 안색에 다소 생기가 돌고 있었다. 하지만 치료제가 완전하지 않다면, 요아가 언제 좀비로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앙드레는 깊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딸을 구출하는 것은 절대적이다. 그리고 요아를 구할 수 있다면, 나아가 인류의 종말을 초래한 그 추악한 악당들을 처단할 수 있다면, 테네시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앙드레는 조용히 중앙처리장치에 부착한 화염탄을 떼어냈다.
“좋아, 테네시. 널 내 동료로 삼겠다. 그러니 제니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 봐.”

테네시의 목소리에는 안도의 기색이 서려 있었다.
“고마워요, 앙드레. 제니는 영국으로 이송되었습니다.”

멀티비전 화면이 변하며, 제니의 모습과 함께 자막이 새겨졌다.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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