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The Appearance and Withdrawal of Combat Zombies”
전투형 좀비의 등장과 후퇴
“카우우우!”
앙드레는 좀비들의 엄청난 기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좀비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기존 좀비들은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해 본능적으로 덤벼들었지만, 이들은 달랐다.
전투형 좀비!
그들의 동공은 흐릿했지만, 눈빛엔 광기가 서려 있었고, 앙드레 일행을 향한 적개심이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
‘뭐야, 이것들은?’
앙드레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요아도 위기를 감지한 듯 소총을 자동사격 모드로 전환하며 소리쳤다.
“모조리 날려버려!”
투투투!
11명의 특공대원들은 전율을 느끼며 온 화력을 쏟아부었다. 화염방사기는 연속으로 불길을 뿜어냈고, 발칸 기관총의 탄피가 바닥을 삽시간에 뒤덮었다.
하지만 좀비들의 공격 또한 살벌했다.
전신이 불길에 휩싸인 채로 달려들었고, 숱한 총탄에 벌집이 된 상태에서도 망설임 없이 육탄공격을 감행했다. 그들의 무시무시한 공격력에 앙드레는 한계를 절감했다.
아무리 개인화기가 강력하다고 해도, 수천 마리의 좀비들이 끊임없이 돌격해 온다면 감당하기 어려웠다. 좀비들을 모두 섬멸하기도 전에 화염방사기며 발칸 기관총의 총열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
앙드레가 다급히 외쳤다.
“천천히 물러서! 마이클, 어서 게이트를 닫아!”
“알았어!”
게이트 밖으로 물러난 마이클이 레버를 당겼다.
그그긍…!
육중한 철문이 빠른 속도로 하강했다.
철문이 닫히는 순간, 좀비들의 울부짖음이 철벽 너머에서 점점 희미해져 갔다.
하지만 좀비들이 워낙 촘촘하게 밀집해 있어, 10톤짜리 게이트가 중간에서 멈춰 더 이상 하강하지 않았다. 만약 이대로 밀리면 그들은 퇴각도 하기 전에 좀비들에게 포위당하고 말 것이다.
앙드레는 시그와 매그넘을 동시에 발사하며 외쳤다.
“모든 화력을 쏟아부어! 게이트를 내려야 돼!”
투투투! 탕탕! 화르륵!
화염방사기가 폭포처럼 불길을 뿜어내고, 발칸 기관총이 최대 연사로 초당 수십 발씩 쏟아냈다. 밀집된 상태로 게이트를 떠받치고 있던 좀비들이 산산조각 나면서, 게이트가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전열의 좀비들이 와해되자 게이트가 완전히 하강했다.
콰직!
게이트의 육중한 무게에 좀비 몇 구가 절단되면서, 철문이 끝까지 닫혔다.
“후우우…”
모두의 입에서 절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그들이 겪었던 공포는 끔찍할 정도였다.
이글은 게이트에 눌려 동강난 좀비들의 머리통을 군홧발로 마구 밟아댔다.
“죽어라! 이 괴물 새끼들아!”
하지만 가슴 윗부분만 남은 좀비 한 구가 이글의 발목을 덥석 움켜쥐고는 허벅지를 물어뜯었다.
“악!”
이글이 아픈 비명을 지르자, 앙드레가 재빨리 정글 칼을 뽑아 좀비의 목을 내리쳤다.
이글은 자신을 물었던 좀비의 머리를 떼어내고는 권총으로 마구 쏘아댔다.
탕, 탕, 탕!
좀비의 머리는 수십 개의 뼈 조각으로 부서졌다.
철로 위에 주저앉은 이글은 바지를 찢어 상처 부위를 확인했다. 물어뜯긴 허벅지에서는 피가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이글은 허리춤 주머니에서 압박 붕대를 꺼내어 상처 부위를 단단히 동여맸다.
“대장, 왜 보고만 있어? 지혈 좀 도와줘.”
그러나 이글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이글은 그제야 자신이 좀비에게 물렸다는 사실을 인식한 듯,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씨발! 내가 지금… 좀비한테 물린 거잖아?”
요아가 구원이라도 바라는 듯 앙드레를 돌아보며 말했다.
“앙드레, 괜찮겠지? 죽은 좀비한테 물린 거잖아?”
앙드레는 가슴이 아팠지만, 냉혹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미 감염됐어. 규칙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어.”
“안 돼!”
요아가 이글을 가로막으며 권총을 뽑아들었다.
“누구든 이글을 죽이려 한다면, 내가 먼저 그놈을 쏴 죽일 거야!”
헬돔 전사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랜 세월을 형제처럼 지내온 동료를 죽여야 한다는 운명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앙드레는 자세를 낮춰 이글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이글은 이미 체념한 상태였다. 그저 순간적인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생긴 실수였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앙드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몸은 좀 어때?”
이글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큿, 조금 춥네. 좀비 바이러스가 벌써 심장까지 스며든 건가?”
“이글…”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30분? 한 시간…? 글쎄.”
이글은 터널 벽에 기대며 힘없이 머리를 기댔다.
“뭐, 언제 죽을지는 몰랐지만, 이리 빨리일 줄은 몰랐어. 동료들과 더 많은 좀비 새끼들을 죽이고 싶었는데.”
요아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미안해, 이글. 정말 미안해. 널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어야 했는데…”
이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선택한 작전이었어.”
이글은 한기를 느끼는지 몸을 가볍게 떨며 말을 이었다.
“크흣… 좀비가 되는 게 이런 기분인가? 갑자기 후각이 예민해지네. 신선한 살 냄새, 피 냄새가 느껴져.”
“이글…”
“괜찮아. 정말 괜찮아.”
이글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대장, 나 때문에 포기하지 마. 그러면 정말 실망할 거야. 나한테 복수해줘야 할 거잖아?”
“그래, 이글. 네 복수는 반드시 해줄게.”
요아는 이글의 정수리에 권총을 갖다 댔다. 이제 이글을 보내줄 시간이 왔다. 이를 지켜보는 앙드레의 마음은 무거웠다. 이글을 이 작전으로 이끈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모두가 살아남기를 바랐지만, 두 번째 전투에서 퇴각을 결정한 뒤 동료마저 잃게 된 지금, 앙드레는 자신의 목표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왔다.
타앙!
한 방의 총성이 터널을 진동시키며 멀리까지 메아리쳤다. 요아는 사나운 눈빛으로 마이클을 노려보았다.
“내 부하고 내 동료야! 왜 네가 나서!”
마이클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어 총을 회전시키다 총집에 집어넣었다.
“난 이글을 잘 몰라. 그래서 별다른 가책 없이 이글을 편히 보내줄 수 있었지. 하지만 네가 직접 쐈다면, 그 기억은 평생 잊기 힘든 악몽으로 남았을 거야.”
총알은 정확히 이글의 미간을 뚫고 박혔다. 워낙 빠른 속사였기에, 이글은 눈도 감지 못했다. 요아는 이글의 눈을 감겨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이클, 이글을 그냥 버릴 순 없어. 헬돔으로 데려갈 수 있게 준비해 줘.”
“물론 그렇게 해야지.”
마이클은 앙드레에게 시선을 돌렸다.
“앙드레, 이대로는 돌파가 어렵다. 엘리시움의 지원을 요청하거나 작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겠어.”
앙드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희들에게 강요하지 않겠다. 하지만 난 끝까지 간다. 요아, 이글의 시신을 헬돔으로 데려가.”
요아는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 후, 이미 차가운 시체가 되어버린 이글의 입에 담배를 물려주었다.
“이글의 희생을 헛되이 할 거야? 내가 이글에게 복수하겠다고 약속한 거 못 들었어?”
그녀는 헬돔 전사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결정해. 이글의 시신을 운구할 기회를 줄게. 선택은 너희에게 달려 있어.”
하이치는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뜨겁게 달궈진 총열을 식히기 위해 총부리에 물을 부었다.
“대장 혼자 복수할 수 있겠어? 난 남을 거야.”
토니와 후퍼도 철로에 걸터앉아 총기를 점검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우리가 지금 좀비 새끼들한테 밀린 거 맞지?”
“이거 쪽팔려서 어디 살겠어? 그놈들 반드시 날려버릴 거야.”
다른 전사들 역시 물러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들 모두 이 전투에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앙드레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내가 이들의 입장이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을 거다. 내가 이들을 이끈 건 사실이지만, 전투 의지는 그들 자신의 것이다. 고마워할 필요도 없고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 이들은 어차피 이곳이 아니더라도 평생 좀비와 싸우며 살아갈 사람들이니까.’
그는 마이클에게 보급을 지시했다.
“화염탄과 발칸 기관총의 탄약배낭, 크레모아, 그리고 각자 필요한 보급품을 체크해서 요청해. 비용은 내 크레딧으로 처리할 테니까 아까워하지 말고 최대한 요청해.”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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