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Elysium and Helldome”

엘리시움과 헬돔.

두 집단 간의 세력 다툼이 걸린 사안이기에 앙드레는 더 이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앙드레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원을 사정하는 듯한 구차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였다.

“조건이 맞지 않는 것 같으니 의뢰는 없던 것으로 하겠소. 맥주 잘 마셨소.”

요아가 따라 일어서며 아쉬움을 표했다.

“서두르지 마, 앙드레. 어차피 지금은 나갈 수 없으니 숙소에서 잠시 쉬고 있어. 내가 사령관한테 다시 말해 볼 테니까.”

“아니, 됐어. 난 일거리를 의뢰하러 온 거지 구걸하러 온 게 아니야.”

하대수이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핫! 대단한 기개야. 그만한 배짱이면 혼자서도 좀비 군단을 상대할 수 있겠어.”

한데 이때였다.

갑작스런 정전으로 실내의 전등이 일시에 꺼졌다. 사령관실뿐만이 아니었다. 헬돔 내의 모든 전원이 꺼지면서 헬돔 전체가 칠흑처럼 변했다.

“젠장, 뭐야!”

하대수가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무슨 일이냐? 좀비 놈들이 공격해 오기라도 했어?”

지글거리는 잡음과 함께 답신이 들려왔다.

“아닙니다, 사령관님. 불칸에너지에서 일방적으로 전원을 차단했습니다.”

“이런, 개새끼들! 또 무슨 요구를 하려는 거야?”

하대수는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당장 비상발전기 가동하고 불칸에너지와 연락해!”

앙드레는 자신의 손을 더듬는 요아의 손길을 느꼈다.

“잠시 앉아.”

앙드레는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견착등을 켜면 나가는 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잠자코 앉아 있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았다.

‘불칸에너지가 뭐지?’

앙드레의 궁금함을 간파했는지 요아가 낮은 어조로 설명해 주었다.

“불칸에너지는 가스와 전기, 기름 등의 에너지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회사야. 엘리시움에서도 서브시티를 유지하기 위해 전기와 연료를 제공 받고 불칸에너지에 크레딧을 지불하고 있지. 불칸에너지는 그 크레딧으로 서브시티에서 생산되는 물자를 구입하고.”

“불칸에너지는 어떻게 전기를 생산해?”

“당인리 발전소를 가동시키고 있어.”

데니시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당인리 발전소? 그거 오래 전에 폐쇄된 발전소잖아?”

“시민들의 반대로 발전소가 가동되지 못했지만 지하에 대규모 가스터빈 방식의 발전 설비가 갖춰져 있었어. 불칸에너지가 그것을 찾아내 전기를 생산하는 거야.”

“연료는 어떻게 공급되는데?”

“몇 개의 정유공장과 엘엔지 가스저장소가 아직 남아 있어. 그곳의 종사자들은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불칸에너지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대가로 연료를 제공하지. 우리 헬돔 순찰대가 그들 시설에 직접 보급물자를 전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그래서 불칸에너지도 우리에게 전기와 연료를 보내주는 거야.”

앙드레는 여러 가지로 궁금한 게 많았지만 대략의 상황은 이해가 되었다.

“일부만 살아남았지만 역시 서로가 협력해서 살아가고 있군.”

“맞아. 그래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건가?”

요아는 자신 스스로 말해놓고도 멋쩍었는지 킥하고 웃었다.

잠시 후 비상발전기가 가동돼 헬돔 일부 시설에 전원이 들어왔다. 사령관실에서도 전등이 밝혀졌지만 전력이 미약해 일부 전등만 깜빡거렸다.

치이익……!

심한 잡음 소리와 함께 벽에 걸린 멀티비전이 켜졌다. 잡신호가 겹쳐지면서 한 사람의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한쪽 눈에 검은 안대를 댄 장발의 노인이었다.

요아가 속삭이듯 말했다.

“저 늙은이가 바로 불칸에너지의 사장인 오딘이야.”

“오딘?”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이래. 그 신이 애꾸이기에 그 이름을 본떴다고 들었어. 물론 본래 이름은 오진명이지”

하대수가 멀티비전 앞으로 다가서서 영상 통화로 교신했다.

“오 사장, 너무 하는 거 아니오? 얼마 전에도 일방적으로 전원을 끊었는데 오늘은 또 뭐요?”

“발전 시설을 개조하느라 잠시 전기 공급이 중단된 것이네. 물론 그전에 송전 조건을 갱신해야겠어.”

“갱신이라니?”

“전기 공급 단가를 두 배로 올리겠네. 가스와 기름값도 함께. 좀비들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 시설에 너무 많은 전력이 소모돼 공급량을 줄일 수밖에 없어.”

“제기, 당신네 회사 지키는데 소모되는 비용을 왜 우리한테 전가시키는 거요?”

“하 사령관, 자네는 지금 우리 불칸이 무너지기를 바라는가? 결국 헬돔까지 무너져 저 비참한 하리잔처럼 살고 싶은 건가?”

은근한 위협에 하대수은 입을 꾹 다물었다.

하리잔은 인도의 불가촉천민의 한 부류을 말하는데, 비감염자들 중에서 구시가지에 따로 거주하는 무기력한 시민들을 비하하는 명칭이다.

하대수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우리는 헬돔의 전사들이오. 설사 전기와 기름이 끊긴다 해도 우리는 좀비들과 맞서 싸울 것이며 자유롭게 살 거요. 너무 우리를 윽박지르면 좀비 놈들을 위해 불칸에너지의 방어막을 뚫어줄 수도 있소.”

“허헛, 난 사령관이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네. 아, 앞으로는 비용을 선지급해야만 전기와 연료가 제공될 거네. 그럼 다음에 또 보세.”

화면에 잡전파가 흐르더니 화면이 꺼졌다.

하대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기, 당장 무슨 수로 칠백 만 크로딧을 마련해? 대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크레딧을 모조리 긁어모아도 부족하겠군.”

요아가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받았다.

“하대수, 헬돔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와 연료는 필수야. 비상발전기로는 한 시간도 버티기 어려워.”

“알아! 나도 안다고!”

“대원들이 출동하려고 해도 크레인을 가동시키지 못하면 바이크 이용은 불가해.”

“나도 안다고 했잖아!”

“소리만 지르지 말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란 말이야. 지금은 앙드레가 지닌 크레딧이 필요해. 내가 지휘하는 순찰대 소속 대원 여덟 명만 데리고 갈게.”

“너 미쳤어? 고작 여덟 명으로 어떻게 좀비군단을 상대하겠다는 거야?”

“메트로레인에 대한 운영권은 포기해. 그건 욕심이야. 대신 통행권을 교섭해 볼게. 헬돔의 전사들이 메트로레인을 이용할 수 있으면 충분히 헬돔 지부들을 조직할 수 있어.”

“통행권?”

제법 구미가 당기는 제안인지 하대수가 자리에 앉으며 입에 시가를 물었다.

“가능하겠어?”

“엘리시움은 애니그마 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퓨터를 직접 조정하기를 원해. 하지만 통행이 폐쇄된 상태라 감히 꿈도 꾸지 못하고 있지. 만일 앙드레와 내가 메트로 13호선의 통행을 재개시켜준다면 엘리시움에서도 마다하지 않을 거야.”

하대수은 시가를 질겅질겅 씹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단은 탐색은 허락하겠다. 대신 엘리시움 놈들로부터 메트로레인 통행권을 꼭 확보해야 돼. 놈들이 정 못 들어주겠다면 작전은 중단해.”

“알겠어, 사령관.”

요아가 장난스럽게 경계를 붙이자 하대수는 앙드레에게 시선을 돌렸다.

“앙드레, 선금으로 오백 만 크레딧을 지불한다면 자네 의뢰를 받겠네.”

앙드레는 거의 포기하고 있었던 차였기에 흔쾌하게 조건을 받아들였다.

“좋소. 헬돔이 당장 필요로 하는 칠백 만 크레딧 전액을 지불하겠소.”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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