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The World of Outlaws, Helldome”
무법자들의 세상, 헬돔
3
부다당!
2대의 바이크가 주차장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괴물들아, 우리도 있다!”
“어서 와서 먹어 봐라!”
토니와 이글은 FN2000 소총을 마구 갈겼다.
타타탕!
기습을 당한 좀비들 일부가 쓰러졌다.
바이크의 소음과 총성에 반응한 좀비들 일부가 돌아서며 주차장에서 도로로 나왔다. 좀비들은 바이크를 몰면서 총을 쏘아대는 토비와 이글을 붙잡기 위해 좌우로 흩어졌다. 덕분에 주차장 내로 진입할 수 있는 약간의 틈새가 보였다.
부앙부앙!
앙드레가 가속 핸들을 작동시키자 후퍼가 두려운 듯 물었다.
“정말… 진입할 거야?”
앙드레는 아무런 대꾸 없이 바이크를 몰았다.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내려간 앙드레는 시그556의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머리가 관통된 좀비들이 풀썩풀썩 주저앉았다.
앙드레는 한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만 시그를 발포하면서도 거의 실수가 없었다. 연사에 의한 사격임에도 불구하고 대가리가 관통된 좀비들이 족족 나뒹굴었다.
하지만 소총 한 자루로 빽빽하게 밀집된 좀비들을 돌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좀비들은 다른 좀비들이 죽건 말건 개의치 않은 채 앙드레를 향해 몰려들었다.
앙드레는 시그를 어깨에 걸고는 바이크 뒷좌석에 묶어 두었던 크레모아를 집어 들었다.
휘익!
던져진 크레모아가 좀비들 머리 너머로 날아갔다가 안쪽 깊숙이 떨어졌다.
앙드레는 리모콘을 눌렀다. M30A1 크레모아는 리모콘이 첨부돼 있기에 무선작동이 가능했다.
콰아앙!
크레모아 내부의 C4폭약이 폭발하자 굉음이 지하주차장 전체를 진동시켰다.
5백 발도 넘는 쇠구슬이 총알처럼 비산되면서 가로막는 모든 것을 꿰뚫었다. 가까이 있던 좀비들은 산산조각이 났고 두세 겹 너머의 좀비들도 팔다리가 끊기고 머리통이 으스러지며 풀썩풀썩 주저앉았다.
반대편의 좀비들 또한 온전치 못했다. 크레모아의 강력한 후폭풍에 휩싸인 좀비들은 목이 꺾이고 서로 짓이겨지면서 수십 미터 밖으로 나가동그라졌다.
크레모아의 엄청난 위력에 좀비들의 포위망이 무너지자 앙드레는 신속하게 바이크를 몰아 안으로 진입했다.
부다다당!
좀비들이 나자빠진 사이로 한 대의 바이크가 진입해 오자 요아가 급히 손을 쳐들었다.
“사격 중지!”
표범 무늬 대원이 바리게이트 한쪽을 열어주자 앙드레의 바이크가 들어섰다.
요아는 앙드레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옴마, 이게 누구야?”
앙드레는 배낭을 뒤집었다. 수십 개의 탄창과 수류탄, 소형 대인지뢰가 수북하게 쏟아졌다.
“잠시 막고 있어.”
순찰대원들이 멀뚱한 표정을 짓자 요아가 소리쳤다.
“뭐해, 죽은 새끼들 한번 더 죽여!”
대원들은 몰려드는 좀비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대인지뢰를 바닥에 살포했다.
펑–펑!
대인지뢰가 터지면서 발목이 동강난 좀비들이 바닥으로 널브러졌다. 하지만 발목이 동강나는 정도로 죽을 좀비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바닥을 기면서 바리게이트를 향해 버러지들처럼 몰려왔다. 덕분에 좀비들이 서로 뒤엉키면서 몰려드는 기세가 조금은 주춤해졌다.
요아가 데니시를 연신 훑어보았다.
“앙드레… 맞아! 당신 이름이 앙드레였지?”
“신세 갚으러 왔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당신 부하들을 만났어. 토니와 이글이 바깥에서 좀비들을 유인하고 있지.”
“본부 지원대는?”
“아직.”
“제기, 당신 혼자는 도움이 안 돼.”
“좀비들이 너무 많아 모두 제거할 수 없다. 탈출을 모색해야 돼.”
요아는 지겹게 몰려드는 좀비들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총을 쏘아댔다.
“탈출로가 있었다면 진작 탈출했어!”
앙드레는 주변을 쓸어보다가 배관들이 길게 이어져 있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3미터 정도의 높이이지만 디딤판만 있으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장 배관을 이용해 탈출하는 건 어때?”
요아가 탄창을 갈아 끼우며 응수했다.
“대원 둘이 시도했다가 좀비 놈들의 간식이 됐어. 저것들도 차량을 밟고 올라서는 지능은 있더라고.”
“그렇다면 안 되겠군.”
앙드레는 쌓여진 박스 사이로 보이는 엘리베이터로 시선을 돌렸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문이 용접된 상태라 열 수가 없어.”
“내게 씨포가 있어. 내가 열겠다.”
그 말에 요아는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
“씨포까지 지녔어? 그 정도면 엘리베이터 문을 박살낼 수 있을 거야!”
그녀는 부하들을 향해 외쳤다.
“앙드레가 엘리베이터 문을 박살내면 신속하게 진입한다! 그동안 모든 화력을 쏟아 부어!”
데니시는 용접된 엘리베이터 문에 C4을 부착하고 기폭장치를 꽂았다.
‘삼 초면 충분하겠군.’
그는 기폭장치의 시간을 3초로 맞추고는 박스 뒤로 몸을 피했다.
콰아앙!
요란한 폭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박살나면서 수직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앙드레는 어깨에 멘 견착등을 켜서 수직통로를 살펴보았다.
엘리베이터는 통로 아래 깊숙이 내려앉아 있었다. 여러 가닥의 와이어가 천장에서부터 바닥의 엘리베이터까지 연결돼 있는데, 와이어 일부가 녹슬었지만 사람 몇 명이 매달려도 충분히 견딜 것 같았다.
앙드레는 바리게이트로 다가서서 좀비들을 향해 시그를 쏘아댔다.
“엘리베이터 와어이를 타고 탈출할 수 있어. 어서 가!”
“당신이 앞장 서. 난 가장 나중에 탈출할 테니까!”
“내가 막겠다. 당신이 인도해!”
“여기 대장은 나야! 내 명령에 따라!”
“난 당신의 부하가 아니야. 여자가 먼저 탈출하는 게 순서다.”
“쳇, 지금이 어느 때인데 여자 남자를 가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요아는 탄창이 비자 총을 어깨에 멨다.
“좋아, 내가 부하들을 이끌 테니 당신도 곧바로 뒤따라 탈출해.”
“알았어.”
“앙드레, 당신 말이야… 꽤 괜찮은 사내 같아.”
요아는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모두 따라와! 탈출한다!”
수직통로로 뛰어든 요아는 와이어에 매달려 기어 올라갔다. 순찰대원들도 차례로 와이어에 매달렸다.
앙드레는 시그의 탄창이 비자 매그넘 권총을 뽑아 발사했다.
탕, 탕!
머리가 박살난 좀비들이 뒤로 날아갔다.
요아가 이끄는 순찰대원들이 수직통로를 통해 모두 탈출하자 앙드레도 뒤로 물러서면서 매그넘을 쏘아댔다.
마침내 바리게이트를 넘어선 좀비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앙드레는 급히 수직통로로 뛰어들었다.
앙드레를 따라 수직통로로 뛰어든 좀비들은 30여 미터 바닥으로 추락했다.
“카우우우!”
좀비들의 생명력이 아무리 끈질겨도 그 정도 높이에서 추락하면 머리통이 으스러져 즉사하거나 팔다리뼈가 으스러져 꼼짝할 수 없다.
앙드레는 와이어를 타고 올라가면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수직통로로 뛰어든 수백 구의 좀비들이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었다.
좀비들의 추락은 수직통로가 가득 찰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런 후에야 먹잇감이 사라졌음을 알고 돌아가겠지만.
4
치이익!
순찰대원 하나가 휴대용 용접기로 1층 엘리베이터의 문을 봉쇄하고 있었다.
요아는 후레쉬로 백화점 매장 내부를 살폈다.
“모두들 좀비들이 숨어 있는지 확인해!”
순찰대원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좀비의 흔적 확인에 나섰다.
다행히 백화점의 모든 출입구와 창문은 철문으로 봉쇄돼 있어 외부에서 침입할 틈새가 없었다. 좀비들이 사다리를 타고 오를 수 있지만, 백화점 상층부까지 사다리를 걸치는 지능은 없기에 백화점 내부는 안전할 수 있었다.
백화점 내부는 그동안 헬돔의 무법자들과 구시가지의 시민들이 무수하게 약탈해 진열 상태가 엉망이었다.
귀금속과 선글라스 진열대는 텅 비었고, 비싼 명품이라도 헝겊과 인조가죽 제품은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반면 천연 가죽제품도 남은 게 거의 없었다. 천연 가죽은 삶아서 약품을 제거하면 어떻게든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요아는 안전을 확인하자 어깨에 멘 소총을 내려놓았다.
“이왕 백화점에 들어왔으니 쇼핑이라도 해야겠다. 필요한 것은 모두 수거해!”
백화점 내부는 안전하지만 외부에 수천 구의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요아는 전투단의 순찰대장답게 여유가 있었다.
순찰대원들은 지하매장과 위층으로 흩어졌다.
요아는 담배를 꺼내 한 개비 물고는 앙드레에게도 권했다. 앙드레는 무심코 담배를 받아 입에 물었다. 요아가 라이터로 불을 붙여 주었다.
“콜록콜록!”
담배연기를 들이킨 앙드레가 기침을 토하자 요아는 사내처럼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뭐야? 담배 처음 펴?”
“아니, 아주 오랜만에 피운 것 같아서.”
다시 한번 담배를 빤 앙드레는 담배연기를 후욱 뿜어냈다. 약간의 현기증이 느껴졌지만 더 이상 기침은 토하지 않았다.
요아가 맛있게 담배를 피우며 물었다.
“앙드레, 신세를 갚으려는 게 아니라 혹시 나를 보고 싶어서 찾아온 거 아냐?”
“…….”
“뭐야, 그 표정은? 하핫! 농담이야, 농담!”
“전혀 틀리지는 않아. 다만 너를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네게 제안할 일거리가 있어 찾아온 거야.”
“일거리? 그러니까 네가 날 고용하겠다는 건가?”
“그런 셈이지. 너뿐만 아니라 헬돔의 전사들을 일부 고용하고 싶다.”
요아는 흥미로운 눈빛을 띠었다.
“후후, 일거리라. 우리가 아주 비싼 몸인데 그만한 돈은 있어?”
“크레딧이라면 조금 지니고 있지.”
앙드레는 소매를 걷어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 워치를 보여 주었다.
요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최첨단 스마트 워치? 이건 엘리시움 간부들이나 지닐 수 있는 최신 기종인데? 너 혹시 엘리시움 소속이야?”
“아니, 난 엘리시움과 무관해. 아니, 전혀 무관하고는 할 수 없지만 엘리시움 소속은 확실히 아니야.”
“훗,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요아는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때 얼굴에 표범 무늬 분장을 한 순찰대원이 다가섰다.
“대장, 이거 유효기간이 삼 년밖에 안 지난 거야. 내가 먼저 마셔 보았더니 아직 마실 만해.”
캔맥주였다.
요아는 캔뚜껑을 따서 한 모금 마셨다.
“니미, 좀 시원한 거 없어? 이거 미적지근해서 어디 마시겠어?”
“헹, 사치스런 소리 하고 있네. 헬돔 밖에서 맥주 마셔본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잖아?”
순찰대원은 앙드레에게도 맥주 한 캔을 건넸다.
“이거 인사가 늦었군. 난 하이치라고 해.”
“난 앙드레.”
“고마워. 덕분에 좀비의 식량을 면했어.”
하이치가 싱긋 웃으며 건배를 청했다. 요란한 분장 모습과는 달리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앙드레는 하이치와 건배를 하고는 맥주 캔을 땄다. 한 모금 마셔보니 요아의 표현대로 미적지근했다. 그래도 맥주 특유의 향이 남아 있어 갈증을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요아가 하이치에게 한 마디 던졌다.
“앙드레가 우리를 고용하고 싶대.”
“헤헤, 우리한테 일거리를 주겠다고? 대상이 누구야? 엘리시움의 보안대원 놈들을 죽이는 거라면 무조건 오케이.”
“상대는 좀비야.”
“오우, 좀비!”
하이치는 몹시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좀비라면 지겹도록 사냥하고 있는데 또 무슨 좀비 사냥을 하라는 거지?”
“내가 애니그마 연구소에 가야 하는데 좀비들이 통행로를 막고 있다고 하더군.”
“애니그마 연구소?”
하이치는 요아 쪽을 힐끗 보고는 맥주를 꿀꺽꿀꺽 마셨다.
요아가 담배꽁초를 손끝으로 튕겨 날려 보내며 실소를 흘렸다.
“애니그마 연구소는 접근 불가야. 그곳은 이미 좀비들의 놀이터가 됐어. 강남의 좀비들이 대거 몰려 있으니 아마 군단급 규모는 될 거야. 전술핵으로 모조리 태워버리기 전에는 돌파할 수 없어.”
“왜 그곳에 좀비들이 몰려 있지?”
“나도 몰라. 아마 먹을 게 많은가 보지 뭐. 아니면 좀비들이 정말 먹고 싶은 게 그 안에 있거나.”
앙드레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먹고 싶은 거?”
“좀비들에게도 본능이 있어. 놈들은 야수처럼 후각이 뛰어나지. 일부는 약간의 지능까지 지녀 무리들을 이끌기도 해. 좀비들이 애니그마 연구소를 점거한 이유도 분명 있을 거야.”
“얼마나 많은 좀비들이 있건 난 반드시 애니그마 연구소로 들어가야 돼.”
“왜,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어?”
“제니. 내 딸 제니가 그곳에 있어.”
앙드레가 정색하자 요아의 얼굴에 서린 장난기가 사라졌다.
“쳇, 유부남이었어? 한번 엮어볼까 했더니 임자가 있는 몸이었군.”
“요아, 아내는 오래전에 죽었고 내게는 제니가 유일한 희망이야. 게다가 제니는 병을 앓고 있어. 아빠로서 꼭 만나야 돼.”
“치이, 그렇듯 애틋하게 사랑하면서 왜 헤어졌어?”
“당장은 설명하기가 곤란해.”
사실이었다. 그가 집을 찾아갔고 테네시의 설명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아직 모르는 부분이 더 많았다. 자신의 내력을 얘기하면 미친놈으로 오인될 수 있기에 당분간은 밝히고 싶지 않았다.
하이치가 빈 캔을 손으로 우그러뜨렸다.
“우리 헬돔의 전력으로도 애니그마 연구소를 둘러싼 좀비군단을 돌파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어쨌거나 시도라도 하려면 엄청난 장비와 인력이 필요한데 과연 그만한 보수를 치를 수 있겠어?”
요아가 시큰둥하게 말을 받았다.
“내 소속의 순찰대만으로는 불가해. 이번 건은 하데스의 승인이 필요한데 아마 허락지 않을 거야.”
“하데스?”
“헬돔의 총수야.”
“안내해 줘. 만나겠다.”
요아가 다소 불안한 눈빛을 띠었다.
“웬만하면 포기해. 공연히 하데스의 성질 건드렸다가는 살아남기 힘들어.”
“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앙드레가 결연하자 응수하자 요아는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게. 넌 두려움을 너무 모르는 거 같아. 그래서 더 불안한 거야.”
이때 위층에서 필요한 물품을 챙겨 보따리에 짊어진 순찰대원이 정지된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밟고 뛰어내려왔다.
“대장, 지원대가 오고 있어!”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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