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The Mysterious Voice”

의문의 목소리

1

2025년, 여름. 서울 강남 거리.

예전에는 화려한 간판과 빛나는 도시의 꿈으로 가득 찼던 이곳은 이제, 그저 잊힌 잔해만이 남아 있었다.

한때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이던 강남 거리 위로, 강렬한 여름 햇살이 아스팔트를 지글지글 달구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번화하던 거리와 도로는 오랫동안 방치된 듯 쓰레기 더미와 부패한 사체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속에서 시커멓게 썩어가는 냄새가 도시 전역을 뒤덮었다.

거리의 한복판은 마치 유령도시처럼 텅 비어 있었다. 더 이상 자동차 한 대 보이지 않았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엔진 소리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한때 화려했던 도시의 흔적은 바람에 흔들리는 고철 잔해와, 짓무른 건물 외벽의 칙칙한 얼룩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강남대로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녹슨 깡통을 무심히 밀어냈고, 울음소리조차 괴이하게 변한 감염된 동물들이 길거리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한때 꿈과 야망이 넘쳤던 거리는 이제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황폐한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녹슨 깡통이 바람에 밀려 딸그락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그 소리에 반응한 감염된 고양이가 어둠 속에서 나타나 깡통을 발로 누르고 안을 핥았다. 그러나 생선기름 한 방울조차 남지 않은 깡통을 핥던 고양이는, 붉은 눈을 번뜩이며 쉰 소리를 냈다. 피로 물든 눈, 고름이 흘러내리는 털, 그리고 악취로 가득한 몸. 이 도시는 더 이상 인간만의 세상이 아니었다.

도심의 어느 편의점 안.

여인이 진열대를 뒤지고 있었다. 갓 젖을 뗀 아기를 위해 음식을 찾아나섰지만, 식량이란 찾을 수가 없었다. 진열대에서 떨어진 것은 생활 소품세제뿐이었다. 한 알도 남지 않은 현실 속에서, 아이는 굶주림에 시달리며 울부짖고 있었다.

굶주림이 도시를 지배한 지 오래였다. 좀비들의 세상이 된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더 무서운 적은 좀비가 아닌 굶주림이었다. 안전한 서브시티에서의 삶이 있었지만, 그것은 자유를 포기해야만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지상에서의 자유로운 삶을 택했다. 그러나 도시는 죽음의 공간이었다.

여인은 아이를 떠올리며 창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창고 안은 숨막히는 열기로 가득했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역력했다. 빈 캔깨진 병들만 널브러져 있었다. 그녀는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2을 굶주리며 버틴 결과, 그녀의 몸은 바싹 말라 있었고, 아이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그때, 그녀의 눈에 천장의 판넬이 약간 벌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희망이 가느다랗게 피어올랐다. 의자를 밟고 천장으로 손을 뻗어 판넬을 밀어내자, 통조림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누군가 숨겨둔 비상식량이었다. 숨겨둔 주인이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면, 그는 이미 죽었거나 좀비가 되었을 것이다.

“이제, 무사히 돌아가기만 하면 돼.”

여인은 통조림을 주머니에 단단히 챙기고, 셔터 너머로 주위를 살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골목에 나 있는 바람과 쓰레기만이 휘날리고 있었다.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한 블록 거리에 있는 거주지로 향해 골목을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순간,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카우우!”

감염된 고양이들이 그녀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붉은 피로 뒤덮였고, 송곳니는 번들거렸다. 고양이들은 야수처럼 달려들며 그녀를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여인은 공포에 질려 몸을 웅크리고 주저앉았다. 고양이들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는 머리를 감싸 쥐고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고양이 하나가 그녀를 향해 도약했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고양이의 목이 잘려 나가고, 갈색 피가 아스팔트 위로 흩뿌려졌다. 여인은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서 있었다. 그는 정글 칼을 휘둘러 고양이들을 단번에 베어내고 있었다. 감염된 고양이들은 사납게 덤벼들었지만, 그의 칼질은 정확하고 빠르며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사내가 마지막 고양이를 토막 내고 돌아섰다. 짧은 머리, 검은색의 특수 군복, 그리고 그의 옷에는 눈에 띄는 네임 태그가 있었다.

여인은 두려움에 몸을 떨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사, 살려주세요…….”

사내는 냉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가,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안도감을 주는 손길이었다. 여인은 망설이다가 그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사내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눈이 아플 정도로… 눈부셔.”

여인은 그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 가도 될까요?”

여인은 두려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 사내는 대답하지 않고, 정글 칼을 닦아내어 칼집에 넣었다.

“여기가 어디지?”

여인은 그 말을 듣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당연히 강남이죠.”

그는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 손으로 이마를 감싸쥐었다. 기억이 모호했다. 두통이 밀려오며, 자신의 과거가 몽롱하게 느껴졌다. 모든 기억이 단편적으로 파편화되어 떠오르지만,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내가 누구지? 여긴 어디지?’

여인이 그의 슈트 상의를 보며 속삭였다.

“앙드레 김….”

그는 자신의 네임 태그를 내려다보며, 이름을 곱씹었다.

“앙드레…….”

그 순간, 기억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앙드레 김이었다.

그러나 그가 알지 못하는 더 큰 진실은, 그가 11년 전 의문의 사건으로 쓰러진 후, 지금까지 냉동캡슐에 보존된 채 시간이 멈춘 채 긴 잠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2

애니그마 연구실

앙드레는 캡슐안에서 깬 뒤 무작정 연구소를 나왔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너무나도 달라진 세상을…

눈앞에 보이는 거리는 황폐해졌다. 마치 세상이 바뀌어버린 듯한 느낌. 앙드레는 주변을 살피며 무엇이 변했는지 실감하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손목의 스마트 워치가 진동하며 음성이 들려왔다.

“앙드레 씨, 제 목소리가 들리세요?”

앙드레는 순간 멈칫했다. 익숙하지 않은 여성의 목소리가 통신기에서 흘러나왔다.

“누구요?”

앙드레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당신은 애니그마 연구소에서 깨어났어요.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일단 이 상황에서 벗어나세요. 지금 있는 위치는 안전하지 않아요.”

앙드레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그 목소리에 이끌렸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탈출해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애니그마 연구소…? 그게 무슨…?”

“당신을 거기서 꺼낸 건 우리예요. 애니그마 연구소에서 당신을 냉동 상태로 보관하고 있었죠. 다행히 저희가 구출했어요. 하지만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아요. 메트로 7구역으로 이동해야 해요. 그곳이 안전합니다.”

앙드레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며 가까운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가 머물렀던 장소는 애니그마 연구소의 비밀 실험실이었던 듯했다. 이제 그 실험실을 벗어나 도시의 지하로 향해야만 했다.

그의 손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는 군사 작전에나 쓰일 법한 고급 장비였다.

“이건 어디서…”

앙드레는 중얼거렸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 목소리가 알려준 대로 메트로 7로 향하면서 지금의 여인과 조우하게 된 것이 전말이었다.

이제, 세상은 변해 있었다.

앙드레는 악몽에서 깨어나듯, 그가 알고 있던 세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그 오랜 기간의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도 전혀 기억할 수 없었다.

3

앙드레가 여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사람들을 좀 만나보면 많은 게 생각날 것 같은데 어디로 가면 되겠소?”

“헬돔에서 오신 분은 아니죠?”

“헬돔이 뭐요?”

“무법자들의 세상이에요. 헬돔에서 오신 분이 아니라면 서브시티로 가보세요. 저쪽으로 한 블록쯤 가면 메트로 7번 구역이 있어요. 저는 아이가 기다려서 이만.”

여인은 지니고 있는 통조림 캔을 행여 뺏길세라 옷깃을 단단히 부여잡고는 골목을 향해 뛰어갔다.

앙드레는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여인이 자신을 너무 두려워하는 것 같아 굳이 붙잡지 않았다.

“메트로 7번 구역이라…….”

그는 여인이 일러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득 그는 바지 밑단을 걷어 살펴보았다. 피부와 근육은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꼬집어도 아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느낌이 없다?”

앙드레는 바지 밑단을 내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커피숍의 파손된 간판이 바람에 덜렁거리고 있었다. 상점의 유리창은 대부분 깨져 있었고 보도 블럭은 온통 파헤쳐져 있어보기에도 흉물스러웠다.

앙드레는 의혹의 눈빛으로 주변을 쓸어보았다.

“세상이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렇게 바뀌었지?”

이때 상점의 닫힌 문을 통해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탕, 탕, 탕……!

두드리는 소리는 불규칙적 이었고 쇠를 긁는 소리가 섞여서 들려왔다.

“뭐지?”

앙드레는 견고해 보이는 철문 앞으로 다가섰다. 철문에는 철근으로 빗장이 채워져 있었다.

“안에 누가 있소?”

대답 대신 문을 두드리고 할퀴는 소리가 더 요란해졌다.

“알았소. 구해줄 테니 잠깐 기다리십시오.”

앙드레는 녹슨 빗장을 잡아 뽑았다.

콰직!

문이 열리는 동시에 한 무리가 쏟아져 나왔다.

“카우우!”

괴성을 토하며 달려드는 무리들은 뜻밖에도 좀비들이었다.

오랫동안 갇혀 있었는지 살점이 여기저기 뜯겨나갔고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바싹 말랐지만 행동은 날렵했다. 게다가 앙드레의 몸에서 풍기는 신선한 냄새는 굶주린 좀비들의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앙드레는 좀비들의 흉물스런 모습에 구토가 느껴졌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이 괴물들은 뭐야?”

기억은 분명치 않지만 왠지 생소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문득 괴물들의 명칭이 떠올랐다.

“좀비… 맞아, 이런 게 좀비였지?”

4

앙드레는 정글 칼을 뽑아들었다.

오른쪽 다리에 칼집에서 뽑아든 칼은 예리하게 벼리어져 있었다.

언제부터 꽂혀 있는지 몰랐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칼을 사용했다.

퍼억!

좀비 하나가 목이 잘려 쓰러졌다. 앙드레는 본능적으로 좀비를 완전히 죽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카우우!”

좀비들은 마치 굶주린 아귀처럼 달려들었다. 쩍 벌린 입에서 악취가 풍겼고 때 묻은 손톱이 야수의 발톱처럼 예리했다.

앙드레는 재차 정글 칼을 휘둘러 좀비 세 구의 목을 날려버렸지만 좀비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더군다나 빙 둘러싸인 상태이다 보니 대결이 불리했다.

‘이거… 좋지 않군.’

앙드레는 일단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측면에서 덤벼드는 좀비의 목을 베고 발로 걷어찼다.

앙드레는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이대로 좀비 무리에게 포위된 채 싸우는 것은 불리했다. 좀비들의 눈빛은 굶주린 짐승처럼 그를 노리고 있었고, 그들의 손톱과 이빨은 마치 야수처럼 날카로웠다. 정글 칼로 아무리 몇 구의 좀비 목을 베어내도, 끝없는 무리가 끊임없이 덤벼들고 있었다.

그는 칼을 단단히 쥐며 측면에서 달려드는 좀비의 목을 단칼에 베고, 발로 걷어찼다. 좀비는 벽에 부딪히며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숨을 몰아쉬며 앙드레는 본능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여기서 빠져나갈 길이 필요했다.

“이걸로는 끝이 없어… 빠져나가야 해.”

앙드레는 재빨리 주변을 스캔하며 뒤로 물러섰다. 좀비 무리가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었지만, 틈을 파고들며 도망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그는 뒤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더 많은 좀비를 상대하기 위해 칼을 휘둘렀다.

퍼억! 퍼억!

몇 마리의 좀비들이 목이 잘려 쓰러졌지만, 굶주린 무리는 끝이 없었다. 그는 점점 더 불리한 상황에 몰리고 있었다.

“젠장… 계속 이렇게 몰려들면 답이 없어.”

그 순간, 앙드레는 인간 이상의 반사신경으로 주변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그가 본능적으로 느낀 위험은 단순한 좀비와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서 점차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이었다. 그의 신체는 비정상적으로 반응하고 있었고, 그가 칼을 휘두르는 속도과거의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그는 그것이 단순한 훈련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가 겪은 수술애니그마의 실험이 그의 몸을 변화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대한 기억은 모호했다. 그의 근육반사신경본능적으로 좀비들과의 싸움에서 적응하고 있었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내가… 대체 무엇이 된 거지?”

그러나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앙드레는 남은 좀비들을 처리하기 위해 칼을 고쳐잡고, 남은 힘을 총동원했다. 그는 주변의 구조물을 이용해 좀비 무리를 따돌리며, 빠르게 벗어날 경로를 찾아냈다.

마침 건물의 파손된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가는 길이 보였다. 그는 그 길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갔다. 좀비들은 뒤에서 지독한 악취를 풍기며 따라오고 있었지만, 앙드레는 결단력을 잃지 않았다.

앙드레는 자신의 다리에 담긴 위력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내 다리가 특별하군. 전혀 아프거나 고통스럽지 않아. 한데 내가 전부터 이런 몸을 가진것이 었던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한가하게 과거를 되새길 상황이 못 되었다.

앙드레는 빠르게 정글 칼을 휘둘러 좀비들의 포위망을 돌파했다. 수십 구의 좀비는 먹잇감을 놓칠세라 괴성을 지르며 뒤따랐다.

앙드레는 넓은 아스팔트를 따라 달려갔고 그 뒤로 수십 구의 좀비가 굶주린 하이애나처럼 쫓아왔다. 좀비들의 스피드가 예상 외로 빨라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5

“카우우!”

앞선 좀비의 휘두르는 손톱에 앙드레의 옷자락 일부가 찢겼다. 위험천만의 순간이었다.

한데 이때였다.

타앙!

한 발의 총성과 함께 미간에 구멍이 난 좀비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곧이어 요란한 바이크 소리가 도심의 정적을 깨뜨렸다.

부다다당!

십여 대의 바이크가 밀어닥쳤다. 일부는 재주를 뽐내느라 앞발을 쳐드는 곡예까지 발휘했다.

“야호, 모처럼 사냥이다!”

“몇 마리는 생포해! 불칸에너지에 넘겨 돈을 듬뿍 받아야 하니까!”

바이크에 탄 사람들은 대부분 펑크족 복장이었다. 가죽 옷은 번들거렸고 머리칼을 색색으로 물들였으며 장식이 요란했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내였다.

탕, 탕, 탕!

연이은 총성과 함께 좀비들이 머리가 박살나며 나가동그라졌다. 애꾸 사내는 바이크를 몰고 지나치면서 반월형 칼을 휘둘러 좀비의 목을 날리기도 했다.

두 명은 카우보이처럼 와이어로프를 던져 좀비의 목에 걸었다.

부다다당!

두 구의 좀비는 바닥에 쓰러진 채 질질 끌려갔다.

이른 바 좀비사냥이었다.

끼이익!

앙드레 옆으로 한 대의 바이크가 멈춰 섰다.

이마에 스카프를 두른 갈색 모발의 여인은 담배를 물고는 지퍼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여인은 앙드레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후욱 뿜었다.

“이봐. 목숨 값은 내놔야지?”

여전사처럼 보이기 위해 다소 요란하게 화장을 했지만 제법 매력적인 용모의 소유자였다.

앙드레가 대꾸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자 여인은 사내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내 매력에 쏙 빠졌나 보군? 하긴 날 보고 아랫도리가 꿈틀하지 않으면 그게 어디 사내겠어?”

여인의 질퍽한 농담한 좀비 사냥을 바친 바이크 족들이 키득거렸다.

“으흐, 새끼! 겁 대가리 없이 감히 대장을 탐내?”

“나도 아직 품어보지 못했는데.”

“케헤헤, 어째 얼이 빠진 놈 같아.”

여인은 맛있게 담배를 피우며 자신을 밝혔다.

“난 헬돔 전투사단의 제일 수색대장 요아야. 넌 이름이 뭐냐?”

수색대장 요아.

그녀의 본래 이름은 정요화이다. 한데 헬돔의 일원이 되면서 개명해 요아로 불리게 되었다.

앙드레는 요아와 수색대원들을 둘러보았다.

“난… 앙드레.”

“그래, 앙드레. 우리 수색대 덕분에 네가 좀비들한테 먹히지 않았으니 보상은 해야 하지 않겠어?”

“내가 언제 구해달라고 했나?”

“뭐, 뭐야?”

예상치 못한 답변에 아는 황당한 표정이 되어 수색대원들을 둘러보았다.

수색대원들이 다소 과장된 웃음을 터뜨렸다.

“와하하!”

“새끼, 그냥 좀비들 먹이가 되게 놔둘 것 그랬어.”

“헤헤,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야. 보기보다는 제법 강단이 있는 걸?”

요아는 앙드레가 끼고 있는 선글라스를 벗겼다.

“어디 낯짝 좀 제대로 보자.”

앙드레는 심한 눈부심을 느끼며 손으로 눈 위를 가렸다.

요아는 앙드레를 훑어보고는 생긋 웃었다.

“호오, 생긴 것은 멀쩡하군. 하지만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는 게 세상이야.”

그녀는 선글라스를 장식 삼아 머리에 썼다.

“어때, 어울려?”

대원 하나가 엄지를 세워 보였다.

“굿입니다요. 대장이야 뭘 해도 잘 어울리지.”

“좋아, 사냥 끝났으면 가자.”

요아는 좀비를 바이크에 매달아 질질 끌고 다니는 대원 둘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 그만 좀 뭉개! 그래서 어디 이천 크레딧이나 받겠어?”

그녀는 앙드레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앙드레, 넌 정말 재수 좋았어. 하지만 이런 행운은 다시 오지 않을 거야. 다음에는 좀비의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요아는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바이크의 악셀을 돌렸다.

“가자!”

부다다당!

십여 대의 바이크가 요란한 소음을 발하며 도심 사이로 멀어져 갔다.

앙드레는 그들이 건물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직이 뇌까렸다.

“좀비들만의 세상은 아닌가 보군.”

그 순간, 앙드레의 머릿속에 여인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헬돔”, 그리고 “서브시티”.

그의 팔에 차고 있는 스마트기기에서 나온 의문의 목소리…

그녀가 가르쳐준 메트로 7번 구역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그 지하도시로 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황폐한 도시에서 빠져나와, 진실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애니그마 연구소는 단순히 그를 수술한 것이 아니라, 좀비 바이러스와 인류의 진화에 대해 비밀스러운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앙드레는 그들의 중심 실험체 중 하나였다는 것.

그의 몸은 변해 있었고, 이제 그는 더 이상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 인류의 운명과 관련된 음모의 중심에 자신이 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Written by : Michael

Subscribe To My Newsletter

BE NOTIFIED ABOUT BOOK SIGNING TOUR DATES

“Stay connected and be the first to know about my latest stories, updates, and exclusive content. Subscribe to my newsletter and never miss out on new adventures, writing tips, and behind-the-scenes ins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