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A World Filled with Light”

빛으로 가득한 세상

모든 것이 하얗다. 빛은 너무도 강렬하여 앙드레는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너무나도 눈부신 그 빛 속에서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곧 짙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르며 그의 감각을 자극했다. 그 순간, 수술실이라는 단어가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렴풋이, 자신이 천장의 조명등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사지가 단단히 결박된 채였다. 팔과 다리는 묶여 꼼짝도 할 수 없었고, 마취제 때문인지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이 모든 상황이 현실이 아닌 악몽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곳은 분명 현실이었다. 그의 온몸이 쇠사슬에 묶인 듯 무겁게 가라앉았고, 몸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력하게 늘어져 있었다.

갑자기 달그락거리는 금속성의 소리가 들려왔다. 수술도구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차가운 소리. 그 소리가 앙드레의 귀를 때리자, 그의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환자가 깨어났습니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간호사의 목소리. 차갑고 메마른 어조였다. 뒤이어 굵고 권위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포폴 50㎎더 투입해.”

우윳빛 액체가 수액 도관을 통해 주입되기 시작했다. 앙드레는 약물이 들어오는 순간, 몸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의식이 흐릿해지고, 눈앞의 모든 것이 다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의 머릿속은 깊은 안개에 휩싸인 듯 점차 무의식의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시작하지.”

의사의 차분한 지시에 따라 수술이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은 애니그마 연구소의 깊은 내부였다. 앙드레는 차갑게 빛나는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다. 그의 몸은 의식과는 분리된 채 무기력하게 놓여 있었고, 그 위로 번쩍이는 수술등의 빛이 그를 삼켜버렸다. 그가 알지 못하는 사이, 애니그마 연구소는 그의 몸을 조각내고 있었다. 신체 내부는 세밀하게 해부되었고, 세포 하나하나가 연구되었다.

앙드레는 프로포폴의 강력한 효과로 인해 깊은 잠에 빠졌지만, 그 무의식 속에서도 그는 어렴풋이 이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의 몸을 가르는 메스 소리, 차가운 금속성의 기계들이 내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서전 킴, 이제 자네의 새로운 운명이 시작되는군.”

빌란트 소장은 수술실 유리창 너머에서 그 과정을 무표정하게 지켜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에게 앙드레는 그저 연구 대상일 뿐이었다.

수술이 끝난 후, 앙드레의 몸은 차가운 냉동캡슐 속으로 들어갔다. 애니그마 연구소는 앙드레의 신체를 통해 새로운 진화의 단서를 찾아내고자 했다. 좀비 바이러스에 면역을 보였던 그의 몸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연구 재료였다.

빌란트의 눈빛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앙드레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그의 삶은 애니그마 연구소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뒤바뀌고 있었다. 그의 신체와 운명은 이제 더 이상 그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세계의 붕괴

모든 것이 무너진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 바이러스는 조용하고 은밀하게 퍼져나갔다. 사람들이 알기도 전에, 유럽의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좀비 바이러스는 곧바로 국경을 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그 끔찍한 파멸의 시작을 예상하지 못했다.

바이러스는 눈 깜짝할 사이에 대륙을 넘었다. 북미,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모든 대륙이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도시마다 병원이 붐비고,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세계 보건 기구의 비상사태가 선포되었지만, 그것은 무용지물이었다. 백신은 없었고, 치료제는 꿈에 불과했다. 정부는 무너졌고, 군대는 감염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지만, 그조차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날,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진 지 3년째 되는 날, 인류의 지배는 끝을 맞이했다. 사람들이 사라진 도시들은 이제 비명과 절규로 가득 찼고, 거리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거대한 빌딩들은 쓰러졌고, 교차로에는 수십 대의 버려진 차량이 잔해처럼 쌓여갔다. 자동차의 경적이 공허하게 울렸지만, 그 소리조차 이제 누구도 듣지 못했다. 거리는 시체파편으로 가득했다. 인간은 더 이상 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었다.

세상은 종말을 맞이했고, 인간성은 사라졌다.

 

지하로 숨어든 생존자들

95퍼센트의 인류가 사라졌다. 그들은 감염되었거나, 죽음에 이르렀다. 수억의 좀비들이 인간의 피와 살을 쫓아 세상 곳곳을 배회하고 있었다. 좀비 바이러스는 인간의 신경계를 장악하며 그들을 원초적 본능만 남긴 괴물로 변모시켰다. 인간의 지능이성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굶주린 맹수가 남았다.

그때부터 생존자들지하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폐허가 된 지상에서는 더 이상 살아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하철 터널, 벙커, 오래된 지하도는 그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었다. 그곳에서 생존자들은 더 이상 낮과 밤의 구분도 없이 살아가며 굶주림과 공포에 떨었다. 매일 밤마다 들려오는 좀비들의 비명발소리, 그 무서운 울부짖음이 지하 깊숙이 울려 퍼지며 그들의 이성을 갉아먹었다.

생존자들은 식량과 물을 찾아 밖으로 나가야 했지만, 지상은 좀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출입하는 것 자체가 자살 행위였다. 하지만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들이 찾아낸 작은 양의 물캔 하나는 그들을 하루 더 살게 해주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생존자들이 희망을 잃고, 지하 도시들은 무너져 갔다.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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