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At the Chief of Pathology’s Office”
병리학과장의 사무실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앙드레는 병리학과장 사무실로 빠르게 걸어갔다. 심장이 점점 빨리 뛰었다. 그가 문을 열자, 병리학과장은 책상 너머에서 시험관을 살피며 앙드레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병리학과장은 그의 표정에서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어서 오십시오, 앙드레 씨. 앉으세요.”
그의 목소리에는 사려 깊은 배려가 묻어 있었지만, 앙드레는 그 속에서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천천히 의자에 앉은 그는 숨을 가다듬었다.
“커피를 드릴까요?”
병리학과장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앙드레는 고개를 저었다.
“술이라면 한잔 마시겠지만, 커피는…”
그는 말을 멈추었다. 지금은 그 어떤 음료도 그를 진정시킬 수 없었다.
병리학과장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진지한 얘기를 나눠야 할 것 같습니다. 제니의 상태에 대해…”
그 말에 앙드레의 눈이 빛났다. 그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제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병리학과장은 잠시 자료를 살피다가, 정중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병리학과장은 앙드레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렸다. 그의 눈은 차트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 너머에 담긴 의미는 더 무거웠다. 앙드레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끼며 초조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제니의 부상은 경미한 편입니다.”
병리학과장은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자동차가 반파될 정도로 심각한 사고였지만, 다행히도 아동용 보조의자에 안전벨트가 잘 매여 있어서 큰 부상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뇌진탕 증세도 경미한 수준이며, 며칠 안정만 취하면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앙드레는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딸이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말에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 그러나 병리학과장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고, 말의 끝맺음도 평온하지 않았다.
“그런데…”
병리학과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앙드레의 가슴이 다시 철렁 내려앉았다.
“혈액 검사를 하면서…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앙드레는 불안감에 손을 움켜쥐었다.
“이상한 점이라니요?”
목소리가 떨리며 가슴 속에 불길한 기운이 솟구쳤다.
병리학과장은 다시 차트에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아직 정밀 검사가 필요하지만, 제니의 혈액 세포에 이례적인 변화가 보입니다. 일반적인 교통사고 피해자에게서는 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패턴입니다. 그래서… 녹사병이 의심됩니다.”
“녹사병?”
앙드레는 생소한 단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병리학과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녹사병은 극히 희귀한 질환입니다. 혈액 세포가 점차 헤모글로빈을 상실하고, 녹색으로 변해가면서 생체 활동이 서서히 마비됩니다. 발견된 사례가 매우 드물어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의 몸이 나무처럼 굳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앙드레는 그 말을 듣고 경악했다.
“나무처럼 굳는다고요? 그게 대체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병리학과장은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답했다.
“녹사병이 진행되면, 몸의 세포가 점점 딱딱하게 변합니다. 마치 나무의 껍질처럼 굳어가는 것이죠. 처음에는 손끝과 발끝처럼 작은 부분에서 시작되지만, 결국에는 온몸으로 퍼지게 됩니다.”
앙드레는 그 설명을 들으며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너무나도 기이한 병이었다. 그의 딸이 이런 질병에 걸리다니, 그것도 지금 이 순간에.
“그럼… 치료는 가능한 겁니까?”
앙드레는 간신히 입을 떼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병리학과장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을 이었다.
“녹사병은 아직 현대 의학에서 완치가 불가능한 병으로 분류됩니다. 다만, 병의 진행을 늦추는 신약이 개발 중이긴 합니다. 하지만… 완치는 아닙니다. 그저 시간을 벌 수 있을 뿐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앙드레의 머릿속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아내를 막 잃은 지금, 제니마저 이런 끔찍한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압도했다. 그는 차갑게 얼어붙은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심장이 무겁게 내려앉으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렛소리가 울리는 듯했다.
“제니…”
앙드레는 힘없이 중얼거리며 탁자에 손을 얹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슬픔,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내 딸이 죽는다는 겁니까?”
병리학과장의 설명은 한없이 무겁게 떨어졌다. 앙드레는 차트 위에 놓인 자료를 바라보았지만, 그 안에 적힌 단어들은 그의 뇌리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녹사병. 그는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었고, 그 병이 자신의 딸과 관련된다는 사실은 더욱 현실감이 없었다.
병리학과장은 차트를 다시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현재 제니의 상태를 봤을 때, 병이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녹사병의 경우, 그 자체로 매우 희귀하고 불치병으로 분류됩니다. 다행히도, 신약 개발이 진행 중이라 치료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애니그마 연구소에서 이 질병에 대한 연구와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애니그마.
그 이름이 앙드레의 머릿속을 울렸다. 그는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그 이름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2009년, 탄자니아의 밀림에서 고대의 존재와 맞닥뜨리고, 전 대원이 몰살당했던 그 끔찍한 사건. 그때 자신을 구한 것은 애니그마 연구소의 구조대였다.
그날의 기억이 천천히 되살아났다. 밀림에서의 작전, 괴물 같은 존재들과 싸우며 그는 동료들을 모두 잃었다. 그 자신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지만, 그를 구한 것은 다름 아닌 애니그마 연구소의 헬리콥터였다. 당시 그들은 단순한 구조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무언가 더 큰 비밀을 파헤치고 있었고, 자신은 그저 그들의 길을 방해하지 않는 존재였던 것처럼 느껴졌다.
앙드레는 갑자기 떠오른 그날의 기억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때 애니그마가 단순히 군사 작전이나 구조 활동에만 관여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찾던 무언가, 그 고대의 존재는 단순한 적이 아니라 미지의 힘을 가진 존재였고, 애니그마는 그 힘에 대한 연구를 이미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가 구출된 이후에도 애니그마 연구소는 그에게 철저히 침묵했다. 그들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왜 그날 그들이 거기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그 미지의 조직이 그의 딸과도 연결된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었다.
“애니그마 연구소라면… 그들이 도울 수 있다는 말입니까?”
앙드레는 천천히 묻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불안과 희망이 섞인 채 떨렸다.
병리학과장은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이 질병에 대해 가장 앞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애니그마 연구소는 전 세계적으로 희귀 질환과 생체 연구를 통해 유명한 제약회사입니다. 물론, 그 연구의 규모나 비밀스러운 성격 때문에 정확한 정보는 제한적입니다만, 제니의 상태를 호전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그들이 유일한 선택일 겁니다.”
앙드레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애니그마.
그들은 단순한 제약회사가 아니었다. 그들의 연구는 단순히 질병 치료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들은 인간을 초월하는 힘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었다. 앙드레는 이제 그 모든 것이 점점 더 탄자니아 사건과 연결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애니그마가 딸을 구할 수 있다면… 그들과 접촉하는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앙드레는 강한 결심을 내비치며 말했다.
병리학과장은 그의 결의를 읽고 차트에서 소견서를 꺼냈다.
“제가 애니그마 연구소와의 접촉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들이 한국에도 연구소를 두고 있으니, 본격적인 치료는 그곳에서 진행될 겁니다.”
앙드레는 병리학과장이 건넨 소견서를 받아들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과거, 그는 애니그마 연구소에 의해 목숨을 구했지만, 그들이 진정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제는 그 비밀을 풀어야 했다.
그들이 딸을 치료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 이상을 숨기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과 협력하는 것이었다.
“검진 자료는 애니그마 연구소에 전송하리다. 빌란트 소장과의 면담을 통해 좋은 성과를 있기를 바라겠소.”
“고맙습니다.”
앙드레는 봉투를 받아 안주머니에 넣었다.
“제니를 좀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만나볼 수는 있지만 외부 감염을 막기 위해 격리실에 입원 시켰으니 바깥에서만 잠시 볼 수 있을 거요.”
“그렇게라도 보고 싶습니다.”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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