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é’s Choice: In a Broken World”
“A New Mission”
새로운 임무
1
2009년 7월.
투투투투——!
SA330 퓨마 헬기는 그 무거운 형체를 간신히 들어올린 채 하늘을 가르며, 마치 무한한 녹음의 바다를 이루는 밀림 위로 나아갔다. 그들의 아래로 펼쳐진 것은 끝없이 이어진 수목의 물결, 그리고 그 속에 수세기 동안 감춰져 있던 원시의 신비가 자리하고 있었다. 프로펠러의 소리로 놀란 짐승들이 마치 그 숲 자체가 숨 쉬는 생명이라도 되는 듯, 어둠 속으로 흩어지는 모습은 그곳이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닌 무언가 훨씬 더 기이한 것임을 암시했다. 이곳,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시간의 틈새에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 숨어 있었고, 그들은 그들의 접근을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으리라.
“모두 준비해라.”
앤디 상사의 권태에 젖은 목소리가 헬기의 거대한 기계음 속에 사라져갔다. 프랑스 외인부대 소속의 용병들은 그의 명령에 따라 무기를 점검하며, 마치 기계처럼 표정 하나 변함없이 임박한 투입을 기다렸다. 그들의 임무는 실종된 수색대를 찾는 것이었으나, 그 밀림이 감춘 것은 단순한 실종 이상의 불길함이었다. 고요한 숲이 숨기고 있는 것은 단지 동료들의 죽음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오래된 공포였다.
삼일 전,
교신이 끊긴 수색대. 그들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러나 이 공간은 그 자체가 심연처럼 그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밀림 깊숙한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목숨은 잃어도 용기는 잃지 않는다.” 이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철칙이었다.
각국에서 모인 7인의 용병들 중, 한국계 미국인 앙드레 김은 프랑스 외인부대에서 가장 뛰어난 전술가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내면에는 알 수 없는 불안이 꿈틀대고 있었다. 헬기의 소음 속에서 딸 제니와 아내 지나의 얼굴이 순간 스쳐 지나갔고, 그는 이곳에서 자신이 마주할 무언가에 대한 설명할 수 없는 공포를 떨쳐내려 애썼다.
헬기의 프로펠러가 지축을 흔드는 굉음 속에서, 앙드레는 여전히 낯선 불안을 떨쳐내지 못한 채 하늘에서 지속적으로 펼쳐진 밀림의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도저히 인간의 발걸음이 허락되지 않을 것 같은 어둠과 침묵이 가득 차 있었고, 그 무언의 적막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기운이 그를 감쌌다.
그 순간, 옆자리에 앉은 보르앙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생각을 끊었다.
“이봐, 앙드레, 지나랑은 자주 통화해?” 그의 목소리는 헬기 소음에 묻혀 희미하게 들렸지만, 그 속에 담긴 인간적인 따스함은 명확했다.
앙드레는 잠시 말을 잊은 채 헬기 밖의 광경에 눈을 고정했다. 곧 그는 무심하게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그 안에 담긴 작은 사진을 펼쳤다. 그 사진 속에는 환한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는 딸 제니와 아내 지나가 담겨 있었다. 지나의 눈빛은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그리움과 애정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보르앙은 사진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젓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그런 천사를 두고 이런 지옥 같은 곳에 있을 수 있냐? 내 생각엔 용병 생활을 때려치우고 당장 파리로 돌아가서, 고급 보안업체라도 차리는 게 낫겠어. 네 실력이면 고위 간부로 일할 수 있을 텐데.”
앙드레는 말없이 사진을 다시 지갑 속에 넣으며, 짧게 대답했다. “난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있어.”
헬기의 기계음이 거칠게 울려 퍼졌지만, 앙드레의 머릿속은 아내와 딸의 얼굴로 가득 차 있었다. 전쟁터에서 여러 번 죽음의 문턱을 넘었지만, 이번 작전만큼 이상하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의 차분한 목소리 속에는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숨어 있었다.
보르앙은 그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젠장, 나한테 저런 가족이 있었다면 진작에 그만뒀을 거야. 네가 어떻게 이 일을 계속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니까.”
앙드레는 대답하지 않았다. 헬기 밖으로 다가오는 숲을 응시하며, 그 속에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점점 커져 갔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무언가 그를 이곳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단순히 실종된 동료들을 찾는 의무감 이상이었다. 이 작전이 단순한 구조 임무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보르앙이 다시 물었다. “그래도… 제니는 어떻게 지내?”
앙드레는 짧게 웃었다. “잘 지내지. 5살이고, 벌써 나보다 똑똑하다고 지나가 항상 말해.”
그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섞였지만,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 보르앙은 농담처럼 말했다. “녀석이 네가 이런 일을 한다는 걸 알면, ‘우리 아빠는 괴물과 싸우는 슈퍼히어로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앙드레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거운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이 위험한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이나 명예 때문이 아니었다. 이곳, 숲속 깊은 곳에 무엇인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길한 부름에 응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족을 떠올리며 느꼈던 잠시의 온기도, 그가 직면해야 할 무언가 앞에서 점점 희미해져 갔다. 앙드레는 다시 헬기 밖을 응시했다. 그의 현실은 그리운 가족과 따스한 순간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밀림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며, 그들은 점차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세계로 향하고 있었다.
헬기의 굉음이 밀림 위에서 울려 퍼졌고, SA330 퓨마는 서서히 하강을 시작했다. 프로펠러가 회전할 때마다 하늘이 갈라지는 듯했고, 그 아래로 펼쳐진 나무들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헬기의 로터가 공기를 갈라내며 그들 주위의 압력은 점점 더 불길하게 변해 갔다. 그 아래 펼쳐진 정적은 그들에게 이곳이 결코 평범한 곳이 아님을 상기시켰다.
“투입 준비해라, 베이비!” 앤디 상사의 목소리가 무전을 타고 울려 퍼졌다. 그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건조하고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약간의 위트가 섞여 있었다. 대원들에게 무게감을 덜어주려는 그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이 임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앙드레는 웃으며 대답했다. “강하 준비 완료입니다, 상사님.”
2
보르앙은 로프를 손에 쥔 채 옆에 서 있던 알사라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베이비라고 불리기엔 우린 너무 늙은 거 아닌가?”
알사라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상사님 말이면 뭐, 그대로 따르는 거지.”
그들은 모두 긴장감 속에서도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앙드레와 그의 팀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 차갑고 축축한 흙과 낙엽이 발을 감쌌다. 헬기의 소음이 점점 멀어지자, 밀림은 금세 무거운 고요 속에 잠겼다. 사방이 어둠에 갇힌 듯, 그들의 숨소리마저도 이 숲에 흡수되는 느낌이었다.
“모두 강하 완료.” 앤디 상사가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얼굴엔 여느 때처럼 침착함이 묻어 있었고, 긴장감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앙드레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주변을 빠르게 살핀 후, 그는 조용히 대답했다. “네, 상사님. 위치 확인 중입니다. 곧 이동할 준비가 됩니다.” 그의 표정은 냉정했고, 긴장 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있었다.
한편, 알사라는 얼굴이 굳어 있었다. 두 번째 임무인 만큼 긴장감이 온몸에 서려 있었고, 그는 자리에 앉아 장비를 재차 점검하며 한시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그것을 닦을 여유조차 없었다.
“자, 애기들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앤디 상사는 헬기가 사라진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의 담배 연기는 어둠 속으로 빠르게 흩어졌고, 밀림의 정적은 더욱 깊어졌다.
“우린 단순한 수색 임무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 앤디는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부대원들을 둘러봤다. “목표는 사흘 전에 실종된 수색대를 찾는 거다. 마지막으로 교신이 끊긴 곳은 북서쪽.”
대원들은 앤디의 지시를 무표정하게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군더더기 없는 집중력이 담겨 있었다. 앙드레는 말없이 주변 지형을 살피며 이동 경로를 마음속에 그려 넣고 있었고, 알사라는 잔뜩 굳은 얼굴로 장비를 꼼꼼히 재점검했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들어섰는지 직감하고 있었다.
앤디는 보르앙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가 말을 꺼내기 전에, 보르앙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상사님, 마지막 교신에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상황이 더 복잡한 건가요?”
앤디는 짧게 미소 지으며 담배를 털었다. “그렇다, 보르앙. 마지막 교신에서 수색대가 뭔가에 쫓기고 있었다고 전해졌다. 그 문제는 그 ‘뭔가’가 정확히 무엇인지 우리가 알 수 없다는 거지.”
대원들은 잠시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보르앙은 냉정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그 눈빛에는 깊은 탐색이 있었다. 알사라는 무언가 불편한 듯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들이 말한 게… 인간이 아니었다고요?”
앤디 상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답했다. “그렇다. ‘괴물 같은 놈들이었다’고 전해졌지. 그놈들은 총을 맞아도 죽지 않았다고 해. 머리를 맞춰야만 멈췄다고.”
알사라는 당황한 표정으로 조금 높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정말 괴물이라는 겁니까?”
보르앙은 알사라의 긴장된 얼굴을 보며 일부러 담담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괴물이라니, 원주민 무장단체 같은 거겠지. 밀림에 미친놈들이 돌아다닌다는 소문도 많잖아.”
그러나 앤디 상사는 그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수색대의 마지막 교신은 그저 농담처럼 들리진 않았다. 네가 겪을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대원들은 그의 말에 잠시 더 깊은 침묵에 빠졌다. 그들은 이미 이 임무가 평범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각자 무기를 단단히 쥐며, 어둠 속에서 자신들을 기다리는 미지의 존재에 대해 경계심을 높였다.
“우리가 할 일은 실종된 동료들의 시신을 회수하고, 그들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밝혀내는 거다.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약 있다면 그들을 구출하는 것도 포함된다.” 앤디 상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지도를 펼쳐 보이며 길을 지시했다.
“모든 대원들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목표 구역으로 이동한다. 앙드레, 네 조는 북서쪽에 있는 폐허를 수색해라. 난 나머지 인원을 데리고 동쪽으로 간다.”
보르앙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폐허요?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아무 정보도 듣지 못했습니다.”
앤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덧붙였다. “그곳은 오래전에 버려진 하자베 족의 마을이다. 마지막으로 수색대가 교신을 남긴 위치도 그 근처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가야 할 곳은 그곳이다.”
대원들은 앤디의 설명을 듣고, 눈빛을 교환하며 상황의 무게를 실감했다. 하자베 족의 버려진 마을에서 실종된 수색대와 관련된 모든 불안한 정보가 쌓여갔다. 앙드레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유심히 살폈고, 보르앙은 그제야 납득한 표정으로 지형을 확인했다.
“폐허에서 그들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야겠군요.” 보르앙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앤디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준비되어 있다. 모든 상황에 대비해라.” 그는 대원들의 표정을 확인하며 단호하게 명령을 마무리했다.
앙드레는 보르앙과 알사라를 돌아보았다. 그들 모두 긴장 속에서도 망설임 없는 얼굴이었다. 앙드레는 짧게 숨을 들이쉬며 무전을 켰다. “알겠습니다. 북서쪽으로 이동합니다. 전 대원, 각자 위치 확인 후 수색 개시.”
그들은 다시 한번 무기를 단단히 손에 쥐고 숲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발밑의 축축한 낙엽이 미끄럽게 스쳐 지나갔고, 나무들 사이로 들어온 희미한 빛이 뒤틀린 그림자를 드리웠다. 숲은 그들 앞에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나무줄기는 마치 고대의 형상을 본뜬 것처럼 비틀리고 있었다.
Written by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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