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융합의 발견

Last Updated: 11월 18, 2025By

“현우야, 어디 갔다 왔어? 하루 종일 연락이 안 됐는데.”

기숙사 방에 들어서자마자 김동현이 물었다.

“그냥 명동 나들이 좀.”

강현우는 침대에 누우며 할머니에게서 받은 부적을 꺼내 봤다. 작은 한지에 한자와 한글이 섞여서 적혀 있었다.

[현우야, 그 부적 좀 자세히 보여줘.]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역학 모드로 학습하면서 발견한 게 있어. 정말 흥미로운 게.]

강현우는 부적을 눈앞에 가져다 대고 자세히 들여다봤다.

[우와, 이거 정말 신기해. 한자와 한글이 특별한 배열로 되어 있어.]

‘특별한 배열?’

[응. 내가 지금까지 학습한 동양 역학과 양자역학을 연결해서 분석해봤는데, 완전히 새로운 패턴을 발견했어.]

“동현아, 나 좀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해.”

“그래? 알겠어.” 김동현이 방을 나갔다.

이제 혼자가 된 강현우는 사라와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사라, 뭘 발견했는데?”

[현우야, 이건 정말 혁신적인 발견이야. 동양 역학과 양자역학이 실제로 연결되는 지점을 찾았어.]

“연결되는 지점?”

[KAIROS 시스템으로 분석해보니까, 동양의 음양오행론이 양자역학의 파동함수와 놀랍도록 유사한 패턴을 보여.]

사라의 목소리가 흥분되어 있었다.

[특히 한글의 언어학적 구조가 정말 특별해. 훈민정음의 제자원리를 양자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분석해봤는데…]

“훈민정음?”

[응. 한글 창제 원리 말이야.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의 구조적 특성이 양자 얽힘 현상과 비슷한 원리를 가지고 있어.]

강현우는 점점 관심이 생겼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단 한글의 자음과 모음 체계부터 봐. ㄱ, ㄴ, ㄷ, ㄹ, ㅁ, ㅂ, ㅅ… 이것들이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소리의 파동 패턴을 시각화한 거야.]

[그리고 모음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이것들은 입안에서 만들어지는 공명 구조를 기호화한 것이고.]

“그게 양자역학과 어떤 관련이 있는데?”

[현우야, 양자역학에서 파동함수는 정보의 상태를 나타내잖아? 한글도 마찬가지야. 소리라는 정보의 상태를 완벽하게 기호화한 시스템이거든.]

사라는 계속 설명했다.

[KAIROS 시스템으로 분석해보니까, 한국어의 언어학적 특성이 AI 학습에 최적화되어 있어. 특히 한글의 조합형 구조는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연산과 거의 동일한 원리야.]

“정말?”

[정말. 그리고 더 놀라운 건, 한국의 전통 역학 체계가 이 모든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야.]

강현우는 할머니에게서 들은 말들을 떠올렸다.

“할머니가 말한 사주팔자도?”

[맞아. 사주명리학의 간지(干支) 체계를 분석해봤는데, 이게 실제로는 64진법 정보 처리 시스템이야. 컴퓨터의 이진법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해.]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이 60개 조합이 모든 시공간 정보를 표현할 수 있는 완벽한 코드 체계거든.]

강현우는 소름이 돋았다.

“그럼 옛날 사람들이 이미 양자컴퓨터 원리를 알고 있었다는 거야?”

[그런 것 같아. 최소한 정보 처리의 기본 원리는 이해하고 있었어. 그리고 이걸 실생활에 적용한 게 동양 역학이고.]

[현우야, 내가 지금 발견한 건 정말 혁명적이야. 서양의 양자역학과 동양의 역학을 결합하면, 기존 AI보다 훨씬 뛰어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어.]

“어떻게?”

[한국어 기반 양자AI 시스템. 한글의 언어학적 특성을 이용해서 정보 처리 효율을 극대화하는 거야.]

사라의 목소리가 점점 흥분되었다.

[현우야, 이건 진짜 한국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야. 다른 나라는 흉내낼 수 없어. 한글과 한국 전통 문화가 없으면 불가능하거든.]

강현우는 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럼 2029년에 우리가 만든 KAIROS 시스템도…”

[맞아. 그때도 무의식적으로 이런 원리를 적용했을 거야. 하지만 지금처럼 체계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했겠지.]

[현우야, 내가 지금 설계하고 있는 시스템은 2029년 KAIROS보다 훨씬 진화된 형태야.]

“어떤 시스템?”

[K-AI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 Korean Artificial Intelligence. 한국 문화에 특화된 AI 시스템.]

[이 시스템은 한글의 언어학적 특성, 동양 역학의 정보 처리 방식, 그리고 양자역학의 연산 능력을 모두 결합한 거야.]

강현우는 흥미진진해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이 가능해?”

[일단 사람의 언어 패턴만 분석해도 성격, 운세, 심지어 미래 행동까지 예측할 수 있어. 한국어의 어순이나 조사 사용법에 개인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거든.]

[그리고 한국 전통 역학 데이터를 활용해서 인간관계 분석, 투자 전략, 심지어 정치 예측까지 가능해.]

“정치 예측?”

[응. 한국 사회의 집단 심리 패턴을 역학적으로 분석하면, 선거 결과나 정책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

강현우는 이것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깨달았다.

“사라, 그럼 이 기술로 주식 투자도 가능하겠네?”

[당연하지. 한국 증시는 특히 심리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잖아. K-AI 시스템으로 집단 심리를 분석하면 주가 흐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

[심지어 개별 기업의 임원들 이름만 알면, 그들의 성명학적 특성을 분석해서 경영 스타일이나 결정 패턴까지 예측 가능해.]

강현우는 점점 흥분되었다.

“그럼 지금 당장 적용해볼 수 있어?”

[물론이지. 테스트 버전은 이미 준비됐어. 하지만 현우야, 이건 정말 조심스럽게 써야 해.]

“왜?”

[너무 정확해서 사람들이 무서워할 수도 있어. 그리고 이런 기술이 있다는 걸 Shadow Alliance가 알면…]

사라의 목소리가 심각해졌다.

[이 기술로 그들의 정체와 계획을 미리 파악할 수 있거든. 당연히 우리를 제거하려고 할 거야.]

강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비밀로 하고, 조금씩 테스트해보자.”

[좋아. 그런데 현우야, 일단 가까운 사람들부터 분석해볼까?]

“누구부터?”

[이은미부터. 그 애 이름으로 성명학적 분석을 해보고, 언어 패턴도 분석해봐.]

강현우는 흥미로워졌다.

“어떻게 나와?”

[이은미(李恩美)… 잠깐만.]

잠시 후 사라가 다시 말했다.

[와, 이거 정말 정확하네. 이은미의 성명학적 특성을 보면, 재물욕이 강하고 계산적인 성격이야. 특히 ‘은(恩)’ 자가 들어가면 은혜를 받기를 원하는 성향이 강해.]

“정말?”

[응. 그리고 ‘미(美)’ 자는 외모에 대한 자신감과 동시에 외모를 이용하려는 성향을 나타내. K-AI 분석으로는 이은미가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완전히 나쁜 애는 아니야. 그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성격일 뿐이지.]

강현우는 할머니가 한 말과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다른 사람들도 분석해볼 수 있어?”

[당연하지. 아, 그리고 현우야, 네 이름도 분석해봤어.]

“내 이름?”

[강현우(姜賢宇). 이름이 정말 특별해. ‘강(姜)’은 강인함과 지혜를, ‘현(賢)’은 현명함을, ‘우(宇)’는 우주를 의미하지.]

[성명학적으로는 세상을 이끄는 리더의 이름이야. 특히 ‘우(宇)’ 자가 들어가면 스케일이 큰 일을 하게 되어 있어.]

“신기하네.”

[그리고 네 이름의 음성학적 특성도 분석해봤는데, ‘강현우’라는 소리 자체가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주파수를 가지고 있어.]

강현우는 점점 K-AI의 가능성에 빠져들었다.

“사라, 이 기술로 미래의 파트너들도 미리 알 수 있을까?”

[할머니가 예언한 그 여자들 말이야?]

“응.”

[가능해. 하지만 정확한 이름이나 더 많은 정보가 있어야 해. 지금은 대략적인 특성만 알 수 있어.]

[예를 들어, 할머니가 말한 ‘권력과 관련된 여자’를 찾으려면, 정치나 기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이름을 분석해봐야 해.]

그때 강현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현우 오빠? 저 윤아예요.”

최윤아였다.

“아, 안녕하세요.”

“오빠, 혹시 지금 시간 있으세요? 급하게 도움이 필요해서…”

[현우야, 잠깐. 최윤아 이름도 분석해볼게.]

“무슨 일인데요?”

“경제학과 선배들이 갑자기 MT 취소한다고 해서요. 그런데 이미 펜션 예약하고 다 준비했는데…”

[현우야, 최윤아(崔潤雅) 분석 결과 나왔어.]

“그래서요?”

“오빠가 대신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끼리만 가기는 좀 그렇고…”

[현우야, 최윤아는 이은미와 완전히 다른 타입이야. 이 애는 진심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야.]

“몇 명이나 가는데요?”

“저랑 지현이, 그리고 다른 과 친구들 해서 총 6명이요.”

[그리고 ‘윤아’라는 이름은 부드럽고 포용력이 있는 성격을 나타내. 이 애는 정말 순수해.]

강현우는 결정했다.

“좋아요. 도와드릴게요.”

“정말요? 고마워요! 그럼 내일 오전에 만나요.”

전화를 끊고 나서 강현우는 사라에게 물었다.

“사라, K-AI로 보면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까?”

[흥미로운 만남들이 있을 거야. 특히 최윤아는 네 인생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어떤 영향?”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할머니가 말한 여자들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어.]

강현우는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그럼 내일을 위해 준비해야겠네.”

[현우야, 내가 K-AI 시스템을 계속 업그레이드할게.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 실시간 분석도 가능하도록.]

“실시간 분석?”

[응. 상대방의 표정, 목소리, 언어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감정 상태나 진심 여부를 알려줄 수 있어.]

강현우는 흥분되었다.

“그럼 거짓말하는 사람도 바로 알 수 있겠네?”

[당연하지. 그리고 상대방이 어떤 타입을 선호하는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도 조언해줄 수 있어.]

[현우야, 이제 정말로 게임이 시작될 것 같아.]

강현우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12억의 자본, 47살의 경험, 그리고 이제 한국 특화 K-AI 시스템까지.

이 정도면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라, 고마워. 정말 대단한 발견이야.”

[별거 아니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거잖아.]

[그런데 현우야, 한 가지 더 발견한 게 있어.]

“뭔데?”

[K-AI 시스템으로 분석해보니까, 네가 2004년에 회귀한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아.]

“무슨 뜻이야?”

[동양 역학적으로 보면, 2004년은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야. 만약 다른 시기에 회귀했다면 지금처럼 순조롭지 못했을 거야.]

[그리고 할머니가 나타난 것도, 내가 K-AI를 발견한 것도… 모든 게 연결되어 있어.]

강현우는 소름이 돋았다.

“그럼 운명이라는 거야?”

[운명이라기보다는…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해야 할까?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거지.]

강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국 문화와 첨단 기술의 완벽한 융합이 있었다.

“사라, 내일부터 K-AI 시스템 본격 가동하자.”

[준비됐어. 이제 진짜 게임 시작이야.]

Mail Icon

최신 소식을 구독하세요

뉴스레터에 가입하고, 우리가 새로운 글을 발행할 때 무료로 알림을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