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럴 러브 1화 마지막 경고
도현의 절망적인 현실
김도현은 노트북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유튜브 스튜디오 대시보드에 표시된 숫자가 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진실의 렌즈’ 채널 구독자: 9,847명 지난달 총 수익: 127,000원 이번 달 조회수: 2만 3천회
“젠장…”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28살, 다큐멘터리 유튜버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현실은 처참했다. 3년째 구독자 1만명도 넘지 못하고, 월세 70만원도 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엄마였다.
“여보세요, 엄마.”
“도현아, 어떻게 지내니? 요즘 유튜브는 잘 되가?”
엄마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가슴이 아팠다. 3년 전 대기업을 그만두고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며 뛰쳐나온 아들을 믿고 응원해준 부모님이었다.
“음… 그럭저럭요. 괜찮아요.”
“그래? 혹시 돈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아빠가 나름 모아둔 게 있거든.”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거짓말이었다. 통장 잔고는 23만원, 이번 달 월세도 밀렸다. 하지만 이제 와서 부모님께 손 벌릴 수는 없었다.
전화를 끊고 도현은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최근 영상들의 댓글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또 딱딱한 내용이네요…” “재미없어요ㅠㅠ” “구독자 1만도 안 되는 이유가 있네요” “이거 보느니 차라리 BJ 방송 봐요”
마지막 댓글에서 손이 멈췄다. BJ 방송. 얼마 전 선배 민혁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도현아, 네가 추구하는 건 알겠는데… 일단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어? 요즘 BJ들 수익 장난 아니야. 특히 여자들은…”
그때는 콧방귀를 뀌었다. 자신은 그런 상업적인 콘텐츠와는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 민혁과의 만남
다음 날 오후, 도현은 홍대의 한 카페에서 민혁을 만났다. 박민혁, 32살. 대학 선배이자 현재 MCN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였다.
“어, 도현아! 여기야!”
민혁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명품 시계를 찬 손목, 깔끔한 정장 차림. 3년 전 도현이 포기한 그 세계의 성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형, 안녕하세요.”
“앉아, 앉아. 아메리카노 시킬까?”
“네, 감사합니다.”
민혁이 커피를 주문하는 동안 도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모두 예쁘게 차려입고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촬영하고 있었다.
“인플루언서들이야.” 민혁이 돌아와서 말했다. “요즘 여기가 핫플레이스거든. 우리 소속 BJ들도 자주 와.”
“BJ요?”
“그래. 지금 15명 매니지먼트하고 있어. 수익이 어마어마해. 월 1천만원 버는 애들도 있고.”
도현의 눈이 커졌다. 월 1천만원이라니. 자신의 80배가 넘는 수익이었다.
“어떤… 어떤 방송을 하는데요?”
“다양해. 먹방, 토크, 게임, ASMR… 뭐 그런 거지. 중요한 건 시청자들과의 소통이야. 네가 하는 다큐처럼 일방적으로 정보만 던져주는 게 아니라.”
민혁의 말에 가슴이 찔렸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자신의 영상은 대화가 아닌 강의에 가까웠다.
“그런데 말이야…” 민혁이 목소리를 낮췄다. “요즘 재미있는 기술을 하나 테스트하고 있거든.”
“무슨 기술이요?”
“VR 방송. 아직 베타 테스트 단계인데, 혁신적이야. 진짜 게임 체인저가 될 것 같아.”
민혁은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세련된 검은색 패키지에 ‘NeuralLink VR Pro (Beta)’라고 쓰여 있었다.
“이게 뭐예요?”
“VR 헤드셋이야. 근데 일반적인 VR과는 차원이 달라. 뇌파를 직접 읽어서 아바타를 조작할 수 있어. 말 그대로 생각만으로 가상현실을 컨트롤하는 거지.”
도현은 상자를 받아들었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그런데 왜 저한테 주시는 거예요?”
“너 같은 진지한 놈이 테스트해봐야 진짜 가능성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 애들은 너무 상업적이라… 기술의 본질을 놓칠 수 있거든.”
민혁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도현아, 솔직히 말할게. 네 현재 상황 들었어. 부모님한테 걱정 끼치고 있다는 것도. 이번이 기회야. 이 기술을 활용해서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보라고.”
“그런데 저는 VR 방송 같은 거 해본 적이…”
“배우면 돼. 어려운 것도 아니야. 그리고 네가 만약 이걸로 성공하면…” 민혁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아마 혼자서는 힘들 거야. 같이 할 사람들이 필요할 텐데, 내가 소개해줄 수 있어.”
“어떤 사람들요?”
“예쁘고 재능 있는 여자들. 다만 현재 상황이 좀 어려운 애들이지. 너처럼 말이야.”
도현의 심장이 빨라졌다. 예쁜 여자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한 번… 해볼게요.”
“좋아! 일단 집에 가서 세팅해봐. 사용법은 간단해. 그리고 일주일 후에 연락할게. 어떤지 궁금하거든.”
## 첫 번째 경험
그날 밤, 도현은 미사신도시 자신의 원룸에서 VR 기기를 꺼냈다. 헤드셋과 뇌파 센서 밴드, 그리고 고해상도 카메라까지. 생각보다 구성이 복잡했다.
설명서를 읽어가며 하나씩 설치했다. 뇌파 센서를 이마에 붙이고 헤드셋을 쓰자 갑자기 세상이 변했다.
가상공간이 펼쳐졌다. 마치 SF 영화 속 우주정거장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정면에 자신의 아바타가 서 있었다. 꽤 잘생긴 남자였다.
“생각만으로 움직여보세요.”
AI 안내 음성이 들렸다. 도현은 오른손을 들어보라고 생각했다. 아바타의 오른손이 올라갔다.
“신기하네…”
걸어보라고 생각하자 아바타가 자연스럽게 걸었다. 마치 자신의 몸처럼 느껴졌다.
“방송 모드를 활성화하시겠습니까?”
“네.”
순간, 화면 한쪽에 채팅창이 나타났다. 아직 아무도 접속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실제 방송을 하는 기분이었다.
“안녕하세요, 김도현입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바타를 통해 나왔다. 목소리도 약간 보정되어 더 매력적으로 들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머리 속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뇌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
화면에 알림이 떴다.
[특수 뇌파 패턴 감지] [관리자 권한 활성화] [감정 해킹 시스템 온라인]“감정 해킹이 뭐야?”
하지만 AI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메뉴가 나타났다.
[감정 스캔] [감정 조율] [욕구 증폭] [의존성 생성] [완전 동조화]모든 메뉴가 회색으로 비활성화되어 있었다. 단, 맨 첫 번째 ‘감정 스캔’만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도현은 호기심에 ‘감정 스캔’을 선택했다.
[10m 반경 내 생체 신호를 스캔합니다]잠시 후 결과가 나타났다.
[스캔 결과: 1명 감지] [위치: 아래층 201호] [감정 상태: 불안(70%), 피로(85%), 외로움(60%)] [기본 정보: 여성, 25세 추정, 간호사 직업군]도현은 깜짝 놀랐다. 아래층에 누가 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상세한 정보까지 나온다니.
“이게 정말 맞나?”
더 놀라운 건 그 순간 아래층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누군가 있는 것 같았다.
## 수련과의 첫 만남
다음 날 아침, 도현은 일부러 일찍 나가서 아래층 사람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어젯밤의 일이 우연의 일치인지 궁금했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201호 앞에서 누군가와 마주쳤다.
“아, 안녕하세요.”
25세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간호사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어젯밤 스캔 결과와 정확히 일치했다.
“안녕하세요. 위층에 사시는 분이시죠? 저는 김수련이에요.”
“김도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수련은 정말 피곤해 보였다. 눈밑에 다크서클이 짙었고, 어깨가 축 처져있었다.
“혹시… 간호사세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수련이 놀란 듯 물었다.
“아, 그냥… 유니폼 보고요.”
도현은 심장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 VR 기기의 스캔 기능이 작동한 것이었다.
“아, 그렇군요. 미사중앙병원에서 일해요. 야간 근무 막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에요.”
“힘드시겠어요.”
“네… 좀 그래요. 아직 신규라서 야간만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수련의 목소리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어젯밤 스캔에서 나온 ‘불안’, ‘피로’, ‘외로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혹시… 시간 되실 때 커피 한 잔 하실래요? 같은 건물에 사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네요.”
“정말요? 좋아요.”
수련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 순간 도현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어젯밤 착용했던 VR 헤드셋의 감각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았다.
수련의 감정이 조금씩 읽히는 것 같았다. ‘반가움’, ‘기대감’, 그리고 여전한 ‘피로’와 ‘외로움’.
“그럼… 내일 저녁에 어떠세요? 제가 방송 일을 하는데, 혹시 관심 있으시면…”
“방송이요?”
“네, 유튜브요. 그런데 요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혹시 부업에 관심 있으시면 한 번 들어보세요.”
수련의 눈이 반짝였다.
“부업이요? 어떤 거예요?”
“VR 방송이에요. 집에서 할 수 있고, 시간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요. 간호사 경험을 살려서 의료 정보 방송 같은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도현은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놀랐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VR 방송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데, 마치 확신이 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말요? 저… 사실 요즘 경제적으로 좀 어려워서요. 학자금 대출도 있고…”
바로 그때였다. 도현의 머리 속에서 어젯밤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감각. 그리고 수련의 감정이 더욱 선명하게 읽혔다.
‘간절함’, ‘희망’, ‘두려움’, ‘기대감’.
“괜찮아요.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부담 갖지 마시고.”
“아니에요! 정말 관심 있어요. 언제 한 번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수련의 반응이 생각보다 적극적이었다. 도현은 묘한 확신이 들었다. 이 일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었다.
“그럼 내일 저녁 7시에 제 방으로 올라오세요. 장비도 보여드리고, 자세히 설명해드릴게요.”
“네! 감사해요, 정말.”
수련이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 도현은 마음 한 구석에서 이상한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십이 아닌, 뭔가 더 특별한 관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 새로운 시작의 예감
그날 밤, 도현은 다시 VR 헤드셋을 착용했다. 이번에는 더 자세히 감정 해킹 시스템을 탐구해보고 싶었다.
[감정 스캔] 메뉴를 다시 선택했다. [스캔 결과: 1명 감지] [위치: 아래층 201호] [감정 상태: 기대감(80%), 흥분(60%), 불안(40%)] [변화 감지: 전반적 감정 상태 상승]수련의 감정이 어제보다 훨씬 밝아져 있었다. 자신과의 대화 때문인 것 같았다.
“이게 정말 가능한 건가?”
도현은 두 번째 메뉴인 [감정 조율]을 선택해보고 싶었지만, 여전히 비활성화되어 있었다.
대신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감정 조율 기능 잠금] [해제 조건: 대상자의 자발적 연결 동의 필요] [권장 방법: VR 공동 세션 참여]“공동 세션?”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민혁이었다.
“도현아, 어때? 써봤어?”
“네, 형. 정말 신기해요. 그런데 이것저것 질문이 좀 있는데…”
“그래? 뭔데?”
“감정 해킹 시스템이라는 게 있던데, 이게 뭐예요?”
전화 너머로 민혁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 그거? 그냥 재미로 넣어둔 기능이야. 시청자들 반응 분석하는 용도지. 별거 아니야.”
하지만 도현은 민혁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경험한 것은 단순한 반응 분석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같이 할 사람 구했어?”
“네, 한 명 있어요. 내일 설명해드릴 예정이에요.”
“오, 빠르네? 어떤 애야?”
“간호사요. 25살이고… 되게 착해 보여요.”
“간호사? 완벽하네! 의료 정보 콘텐츠 하면 대박날 것 같은데. 그 애 예뻐?”
“음… 예쁘죠.”
사실 수련은 정말 예뻤다. 피곤해 보였지만 자연스러운 미모가 있었다.
“좋아. 그럼 일단 그 애부터 테스트해봐. 그리고 잘되면 더 소개해줄게. 내가 아는 애들 중에 정말 괜찮은 애들 있거든.”
전화를 끊고 도현은 창밖을 바라봤다. 미사신도시의 야경이 반짝이고 있었다. 3년 동안 이곳에서 실패만 맛봤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를 것 같았다.
VR 헤드셋을 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이게 내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그리고 수련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일 저녁, 그녀에게 이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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